◆‘시니어 전유물’에서 ‘국민 스포츠’로, 100만 동호인 시대를 열다
최근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파크골프’다. 도심 속 녹지 공간에서 채 하나와 공 하나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들이나 하는 운동’이라는 편견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40대 주부층은 물론, 대학가 동아리, 주말 가족 단위 이용객까지 급증하며 바야흐로 100만 동호인이 즐기는 ‘국민 스포츠’의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 파크골프의 거대한 지형 변화를 논할 때,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오롯이 한길만을 고집해 온 대한파크골프연맹 천성희 회장의 발자취는 빼놓을 수 없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파크골프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선구적 역할부터, 고령화 시대의 핵심 과제인 ‘노인 일자리 구현’이라는 사회적 선순환을 완성해 가는 현재의 도전까지 천 회장의 행보는 한국 파크골프의 연대기이자 앞으로 나아갈 중장기적 로드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해법을 찾아서: 2004년, 일본에서 건너온 희망의 씨앗
천성희 회장과 파크골프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무장관을 지낸 故 김윤덕 장관이 초대 회장을 맡고, 천 회장이 부회장으로 뜻을 모으면서 한국 파크골프의 위대한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당시 김윤덕 장관은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이 있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텐데, 정작 우리 노인들에게는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야외 놀이 문화가 전무하다는 점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당시 경로당에 가보면 대부분의 어르신이 좁은 방에 모여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장시간 딱딱한 바닥에 앉아 있다 보니 무릎 관절이 다 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반면, 장수 국가로 알려진 일본의 어르신들은 무릎 관절 질환이 적고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비결을 추적한 결과, 도심 공원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에서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걷고 운동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순간 확신이 들었다. 경로당에 있는 어르신들을 밖으로 불러내 건강하게 운동시키는 봉사를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2004년 3월, 나를 포함해 뜻이 맞는 전국 여성 지도자 19명이 일본국제파크골프협회의 공식 초청을 받아 일본으로 건너갔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우리부터 완벽히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파크골프의 위대한 시초가 되었다”
◆7년의 암흑기와 대구로의 이전, 그리고 맞이한 반전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 돌아와 보급을 시작했지만, ‘파크골프’의 ‘파’ 자도 모르는 대중과 지자체를 설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기 7~8년 동안은 구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 문을 두드렸으나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함께 일본에 다녀왔던 19명은 대다수는 1년도 못가서 지쳐 그만두게 되어 자신마저 그만두면 파크골프가 없어질 것 같았다고 한다. 당시에 지자체에서 파크골프장을 확보하려면 생활체육회에 가입해야 유리했다. 파크골프장을 얻기 위해 각 지역에서 대한파크골프연맹 깃발을 내리고 지역생활체육회에 가입하여 전국생활체육회 깃발로 바꾸어 달고 활동하게 된다.
생활체육회 가입 이후, 분위기는 서서히 반전되기 시작했다. 낙동강변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해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나둘 공공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면서 서민들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현재 파크골프 인구가 급상승한 데에는 시민들이 쉽게 접근 할수 있는 파크골프의 장점도 있지만 지역마다 공공파크골프장을 많이 만들어 지역에서 개최하는 이벤트 효과라 생각할 수 있다.
2012년 일본에서 한일 국제교류대회를 개최하게 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김윤덕 장관이 2012년 내게 회장직을 이임했다. 당시 연맹 사무실이 서울시 송파구에 있었는데, 장관이 퇴임하고 내가 온전히 연맹을 책임지게 되면서 살고 있는 대구로 연맹을 이전하게 되었다. 서울 사무실 유지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현장 중심의 활동을 펼치기 위한 결단이었다”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비교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공공시설이라 이용료가 저렴하거나 무료인 곳이 많고, 장비도 채 하나와 공 한 개면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게임의 룰이나 용어, 타격의 손맛은 일반 골프와 거의 흡사하다. 왕년에 골프를 즐기고 싶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포기했던 서민층, 은퇴자 층이 무서운 속도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구장이 생기니 소문이 나고, 소문이 나니 사람이 모이는 선순환이 일어나며 10년이 지난 시점부터 전국적인 대열풍이 불었다”
2016년 전국생활체육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의 통합으로 생활체육회가 해체되고 대한파크골프협회를 창립하여 대한체육회에 가입하게 된다. 연맹은 통합을 거절하고 대한파크골프연맹의 파크골프를 국민스포츠로 보급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전문지도자 양성을 위해 독자의 길을 선택했다.
◆용품의 국산화 물결과 지역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
현재 천성희 회장이 체감하는 파크골프의 위상은 상상 이상이다. 초기에는 수요가 없어 전량 일본산 수입 제품에 의존해야 했던 용품 시장은 이제 당당한 국산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시장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 역시 파크골프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파크골프 용품을 생산하는 업체만 해도 150여 개에 달할 정도다.
특히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독자적인 국산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과 품질 면에서 상당한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사)대한파크골프연맹은 일본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혼마’와 오랜 기간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로 16회째 전국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해 왔으나, 이제는 기술력을 갖춘 국산 브랜드들 또한 이러한 메이저 대회와 축제에 메인 파트너로 적극 동참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파크골프는 이제 지자체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강원도 화천군이다.
“화천군은 인구가 2만 명 안팎인 소도시지만, 과감하게 36홀 규모의 명품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총상금 5,000만 원을 걸어 전국 대회를 유치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국에서 수천 명의 동호인이 화천으로 몰려들면서 지역 내 리조트, 모텔,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를 지켜본 전국의 지자체들이 지금 파크골프장 조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전국에 약 450여 개의 구장이 있고, 전남 화순(87홀), 충북, 울산 등에서는 100홀이 넘는 초대형 구장을 준비 중이다. 겨울철이나 잔디 보호 휴장기(3~4월)에는 태국 등 해외 리조트로 파크골프 원정을 떠나는 관광 상품까지 활성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취약계층 위한 ‘스크린 파크골프’ 최초 개발, 새로운 창업 생태계 조성
파크골프의 대중화를 향한 천성희 회장과 연맹의 도전은 야외 필드라는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었다. 천 회장은 과거 파크골프 지도 과정에서 야외 구장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들과 교통수단이 없는 독거노인 등 이동 취약계층이 소외되는 현실을 목격했다. 이들을 위한 대안을 고민하던 끝에 천 회장은 2014년 대구테크노파크에 스크린파크골프 개발을 신청하였다. 대구시테크노파크에서 국내 최초로 ‘스크린 파크골프’ 시스템을 개발하여 대구시노인복지관과 대구대학교 노인교실 등에 설치하여 보도자료 및 뉴스에 국내 스크린 파크골프를 알리게 된다.
당시 천 회장이 뿌린 혁신의 씨앗은 현재 대한민국 스크린 스포츠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초기의 성공 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20여 개 안팎의 전문 스크린 파크골프 업체가 성행 중이며, 기존의 일반 스크린골프 매장들이 스크린 파크골프장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연맹 홈페이지의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에서 매년 스크린 파크골프장의 수가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며 급증하고 있다. 이는 연맹이 양성한 전문 지도자들이 실내 스크린 매장을 직접 창업하는 새로운 시니어 일자리·창업 생태계로까지 이어지며 파크골프의 또 다른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천성희 회장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차가 없는 어르신들이 야외 필드까지 오지 못해 소외되는 현실이 늘 마음에 걸렸다. 이들도 문 앞 복지관이나 교실에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평등하게 스포츠를 누리게 하겠다는 일념이 스크린 개발의 첫걸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도자 양성’과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한 시니어 일자리 창출
과거 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의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대다수 동호인 조직은 대한파크골프협회로 재편되었지만, 천성희 회장의 대한파크골프연맹은 독자적인 길을 택했다. 동호인 수 늘리기보다 ‘전문 지도자 양성을 통한 질적 성장’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연맹은 전국 17개 시도지부를 구축하고, 《파크골프원론》을 직접 집필하여 각 지역 대학교 평생교육원 등과 학술·교육 협약(MOU)을 맺고 공신력 있는 지도자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교에서도 파크골프가 이슈가 되자 정규 과정에 ‘파크골프과’가 신설될 정도로 학문적, 체계적 기틀을 잡고 있다. 어르신들이 단지 운동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전문 자격증(1·2급 지도자, 심판)을 취득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천 회장의 최종 종착지는 이들이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다. 이를 위해 연맹은 지난해 전격적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전국적으로 파크골프장이 급증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이나 운영 미숙으로 인한 잡음이 적지 않다. 이에 연맹은 위탁 시설 운영 시 사회적 협동조합에 우선권이 주어지는 법적 근거에 주목해 지난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전국의 구장 운영을 전문적으로 위탁받아 연맹이 양성한 은퇴자 및 시니어 지도자들을 관리자와 강사로 고용할 계획이다. 자격증이 실질적인 경제 활동과 수입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선순환 복지 모델을 만드는 것이 나의 마지막 소임이다”
◆지도자의 긍지로 건강한 100세 시대를 이끌어주길
천성희 회장은 필드에서 활동 중인 연맹 회원들과 100만 동호인들을 향해 따뜻하지만 힘 있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우리 회원들은 대학에서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갖춘 대한민국 파크골프의 ‘최고 지도자 그룹’이다. 스스로 높은 긍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각 지역의 노인대학, 복지관, 학교 등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파크골프를 가르치고 올바른 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 달라. 여러분의 활동이 곧 대한민국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키고,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가치 있는 봉사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황무지에 파크골프라는 씨앗을 뿌려 거대한 숲을 이뤄낸 천성희 회장. 경기력 중심의 기존 스포츠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한 그의 비전은, 고령화 시대의 가장 완벽한 사회 복지이자 일자리 대안으로서의 파크골프를 향해 있다. 천 회장과 (사)대한파크골프연맹이 그려갈 ‘건강한 대한민국 100세 시대’의 청사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대한파크골프연맹 ◀클릭
이 기사는 본지 공식 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