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여 문화살롱] 춤추는 섬 제주, 자연이 무대가 된 '2026 제주국제무용제'

한여름의 제주가 다시 춤으로 물들고 있다. 푸른 바다와 현무암, 오름과 올레길이 하나의 무대가 되어 세계 무용인들을 맞이하는 '2026 제주국제무용제(JIDANCE 2026)'가 지난 7월 12일 막을 올렸다. 

 

이미지 VisitJeju.net 캡쳐

이번 축제는 오는 25일까지 제주 곳곳에서 이어진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이 무용제에는 한국을 비롯해 벨기에, 포르투갈, 독일, 네덜란드, 미국, 일본, 대만 등 8개국에서 100여 명의 전문 무용수가 참가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세계에는 수많은 국제예술제가 있지만, 제주국제무용제가 특별한 이유는 공연장이 아닌 제주의 자연 자체가 무대가 된다는 점이다. 한라산의 능선, 바다와 포구, 올레길, 마을 골목과 성터가 공연장이 되고, 무용수들은 자연과 호흡하며 몸짓으로 제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상봉 제주국제무용제 조직위원장은 이번 축제를 두고 "제주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휴양지 예술축제,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드는 예술축제, 무용예술이 중심이 된 국제예술축제라는 방향성을 갖고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는 바람도 춤을 추고, 파도도 춤을 춘다. 무용수들은 그 자연의 움직임을 인간의 몸으로 다시 번역한다. 이것이 바로 제주국제무용제만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올해 무용제는 공연의 다양성을 높이고 참여 프로그램을 한층 확대했다. 국제 스페셜 갈라공연을 시작으로 제주 토속음악과 춤이 만나는 무대, 국제댄스프린지, 국제댄스필름페스타, 제주올레길 길 위의 춤, 제주 마을 댄스캠프, 제주 아시아 퍼시픽 국제무용콩쿠르, 청소년 공연과 시니어 무용 프로젝트 등 11개 프로그램이 제주 전역에서 진행된다. 

 

특히 실내 공연장뿐만 아니라 애월읍과 구좌읍 등 야외 공간에서도 공연이 펼쳐져 여행객과 주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는 새로 위촉된 이애리 예술감독 체제 아래 처음 치러지는 무용제이기도 하다. 축제 이후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조직위원회의 의지가 프로그램 곳곳에 묻어난다.

 

올해 해외 참가작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의 무용 작품 《Haenyeo(해녀)》다. 제주 출신 작곡가 문효진과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 소속 무용수 김정민이 함께 만든 이 작품은, 2024년 5월 독일 현지에서 닷새간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120년 역사를 지닌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이 시즌 프로그램으로 편성한 최초의 한국 소재 작품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현지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최고관객상까지 받은 이 작품이 이번 제주국제무용제의 '국제댄스프린지' 무대를 통해 마침내 한국 관객과 만난다.

 

제주 해녀는 단순히 바다에서 물질하는 직업인이 아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 문화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공동체 정신, 여성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문효진은 제주 해녀들의 항쟁 속에서 불린 '해녀의 노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을 만큼 오랫동안 이 소재를 파고들어 온 작곡가다. 그가 쓴 음악에는 제주 민요 '이어도사나'가 녹아들었고, 여기에 김정민의 안무가 더해져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삶, 숨을 참고 바다로 들어가는 용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철학을 몸짓으로 옮겼다. 해녀의 삶을 지역적 전통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로 바라본 이 작업은 국경을 넘어 유럽 관객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Haenyeo(해녀)》는 7월 19일 열리는 국제댄스프린지에서 공연된다.

 

독일에서 먼저 인정받은 해녀 소재의 무용 작품이 정작 그 고향인 제주 무대에서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은, 지역문화가 세계와 소통하며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흥미로운 순환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제주를 세계는 예술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예술은 지금, 제주의 바람과 파도 위에서 춤추고 있다.

 

작성 2026.07.14 11:13 수정 2026.07.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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