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한국드론뉴스닷컴)신경림 기자 = '칠십 줄에 만난 선물'
지난해는 참으로 고단한 고비를 넘겼다. 자다가 119에 실려 가는 생사의 갈림길을 넘기고 나니, 남은 생은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공부로 채우고 싶었다.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린 것은 철학이었다. 삶의 본질을 묻고 싶었으나, 세상의 문턱은 높았다. 평생교육원마다 이미 정원이 찼다는 야속한 대답만 돌아왔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배움의 기회에서 밀려나자 허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대로 주저앉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자리가 남았다는 음악 수업을 들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평생 음악에는 문외한이었고 딱히 좋아해 본 적도 없었지만, 내가 활동하고 있는 근처라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며 덜컥 신청을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인원 미달로 폐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개인 지도를 제안받기도 했지만 부담스러운 마음에 거절했다. 인연이 아닌가 싶던 찰나, 경상국립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나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낯선 이들 틈에 섞여 악보를 마주하게 되었다.
기억력이 총명하던 젊은 시절에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음악을 칠십이 넘어 시작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기회였다. 열정 넘치는 선생님과 세심한 총무님의 배려를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그 따뜻한 기운에 빨려 들러간다. ‘나이 일흔이면 그저 노인일 뿐’이라 치부할지도 모르지만, 배움 앞에서는 누구나 아이다. 두뇌 회전은 조금 느릴지 몰라도, 아낌없이 지식을 쏟아부어 주는 스승의 진심을 온몸으로 받아낼 때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사람들은 음악이 인지 기능을 높이고 세포의 위축을 막아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게 음악은 그 이상의 의미다. 악보를 읽고 소리를 내는 과정은 마치 뇌 세포 하나하나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두뇌 체조’와 같다. 손을 움직이고 박자를 맞추는 몰입 시간은 휴대폰이 주는 안락함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
철학을 배우려다 음악을 만난 것은 어쩌면 삶이 준비한 뜻밖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이제 매주 목요일 밤, 나는 낡은 세포를 깨우고 기억력을 보듬으며 새로운 언어를 베우는 마음으로 색스폰을 들고 나간다. 아낌없이 가르쳐 주는 스승의 열정에 보답하고 싶은 ‘기분 좋은 욕심’이 가슴 속에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칠십 줄에 만난 이 선율이 내 삶을 더욱 향기롭게 물들여 가고 있다.
문학인 이영달 작가 프로필
이영달 작가는 월간 《에세이 포레》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한 수필가로,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감성으로 일상의 풍경을 깊이 있게 담아내는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진주수필문학회, 뉴욕 미동부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문학 교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학문적으로는 경상국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하며 문학적 기반을 다졌다.
문학 활동과 더불어 문학치유사로서 ‘글꽃향기’를 운영하며, 글쓰기를 통한 정서적 치유와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창작을 넘어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는 활동으로 평가된다.
대표 저서로는 수필집 《색동고무신》이 있으며, 이 작품은 고향의 정서와 인간적인 따뜻함을 담아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또한 《사람 사는 집: 진주수필 여덟 번째》를 비롯한 다수의 공동 수필집에 참여하며 지역 문학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영달 작가는 경남연합신문 등 지역 매체에 「이영달의 수필산책」과 같은 칼럼을 꾸준히 연재하며,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와 계절의 변화—예컨대 서리 내린 단감과 같은 소재—를 서정적이고도 절제된 문체로 풀어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글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지니며, 독자들에게 삶의 여백과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