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이슬람 최대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카바(Kaaba) 신전으로 전 세계 하지(Hajj) 예비 순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무슬림 순례자들이 카바 신전 주변을 도는 '타와프' 의식을 행하며 인파가 급증하고 있다.
지구촌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2026년의 한가운데, 지금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땅은 또 다른 의미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오르고 있다. 전 세계 무슬림들의 영적 고향인 카바(Kaaba) 신전 앞 광장에는 핫즈(Hajj) 순례를 앞두고 평생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모여든 예비 순례자들의 거대한 물결이 일렁인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는 무슬림들에게 가장 뜨거운 종교적 헌신과 감동이 교차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중심지이다. 단순히 수백만 명의 무슬림 인파가 모였다는 수치적 기록을 넘어, 저마다의 삶의 무게와 눈물겨운 사연을 가방에 담아 국경을 넘어온 보통 사람들의 발걸음은 보는 이에게 깊은 인류학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적 의무와 기후 위기의 교차점
이슬람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핫즈'는 재정적, 신체적 능력이 되는 무슬림이라면 평생에 적어도 한 번은 행해야 하는 가장 신성한 예식이다. 올해 '핫즈'는 5월 24일(일요일) 저녁부터 5월 29일(금요일) 저녁까지 약 6일간 진행된다.
핫즈는 메카의 전통적인 종교적 중요성에 더해, 최근 급격해진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적 환경 요인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사우디 당국은 갈수록 극심해지는 사막의 불볕더위로부터 무슬림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미스트 분사 장치와 인공 그늘막, 최첨단 의료 전산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술과 신앙이 결합하여 수백만 명의 안전을 도모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 속에서도 영적 갈망을 이어 가기 위한 처절한 노력의 산물이다.
백색 옷을 입은 평등한 영혼들
성지 메카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신분과 인종, 빈부를 막론하고 모두 ‘이흐람(Ihram)’이라 불리는 바느질하지 않은 두 장의 흰 천을 몸에 두른다. 카바 신전의 검은 천(키스외)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일곱 바퀴를 도는 ‘타와프(Tawaf)’ 예식이 시작되자, 광장은 거대한 백색의 바다로 변모한다. 인도네시아의 노년 여성부터 아프리카의 젊은 청년, 유럽에서 온 이주민에 이르기까지, 이 다채로운 군상은 디지털 사회의 파편화된 개인들이 어떻게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적 연대로 묶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무리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계급과 차별은 완벽하게 증발하며, 오직 신 앞에 선, 종으로서의 영혼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메카 카바 광장의 숨결
핫즈 예식을 수일 앞둔 5월 중순의 카바 광장은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사막의 태양이 대지를 태울 듯 이글거리는 낮 동안 무슬림 순례자들은 서로에게 차가운 물을 뿌려주며 더위를 견뎌내고, 밤이 되면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기도의 밀도를 높인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눈빛에는 오랜 여정의 피로함 대신, 마침내 성지에 발을 디뎠다는 감격의 눈물이 고여 있다. 한 순례자는 평생 모은 전 재산을 털어 이 자리에 왔노라고 고백하며, 이곳에서 느끼는 평화는 세상 그 어떤 물질적 풍요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의 나직한 기도 소리는 광장에 가득한 미스트 입자와 섞여 성스러운 공기 중으로 부드럽게 흩어진다.
연대와 묵상의 바다
메카의 카바 신전을 가득 메운 이 거대한 인파의 행진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물질적 풍요와 디지털 연결성이 극에 달한 이 시대에, 인간은 왜 여전히 척박한 사막을 찾아 먼 길을 떠나고 스스로 고행을 자처하는가. 그것은 아마도 눈에 보이는 화면 너머, 인간의 영혼이 본질적으로 갈구하는 ‘진정한 연결’과 ‘초월적 연대’가 정작 우리 일상에서는 결핍되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