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J컬쳐 맛집] 오픈런 필수, 시모노세키 ‘장수제빵’

그녀의 정체

 

그녀는 쿠키나 빵, 디저트 선택에 언제나 탁월했다. 어디서 이렇게 앙증맞은 것들을 구해오는지 궁금했다. 소식가였지만 그녀는 맛집을 잘 알았고, 시모노세키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는 내가 먹어본 중 최고였던 팬케이크를 사주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제빵회사를 운영하는 집안의 장녀라는 사실은 일본으로 귀국할 때가 돼서야 알게 됐다. 구글로 본 가게는 장수 제빵이라는 노포 향기 진한 노란 간판을 달고 있었다어쩐지 디저트를 고를 때의 센스는 남다른 DNA에 있었던 것이었다.

 

바야흐로 비밀에 싸여있던 장수 제빵을 덮칠 기회가 왔다. 짧은 일정으로 시모노세키 출장이 잡혔고, 우리 일행은 틈새를 노려 그녀의 집이자 부모님의 일터인 장수 제빵을 급습했다. 부끄럽다면서 가게 방문을 극구 말리는 그녀 때문에 우리는 급습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4시부터 작업을 하니 오후 4시에는 문을 닫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른 조식을 먹고 택시를 탔다. 놀랍게도 택시 기사님은 골목길에 있는 장수 제빵을 잘 알고 계셨다. ‘역시 지역인들도 아는 노포였어.’ 라는 생각에 기대감은 더욱 업



시모노세키시 장수제빵


내 생애 첫 오픈런

 

기대감을 안고 개점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 장바구니를 든 마을 주민들이 빵집 앞에 줄을 서는 것이었다. ‘이건 혹시 오픈런?’ 골목길 땡볕 속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손님들. 그런데 오픈과 함께 빵집에 들어가자마자, 조금 전까지 조신했던 손님들은 맹렬한 기세로 빵을 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구운 서비스빵 60’, ‘오늘 구운 빵 120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조식을 일본식으로 먹었던 선견지명을 셀프 칭찬하며, 보따리 가득 채워온 다양한 빵으로 우리는 2차로 아침 식사를 했다.

장수 빵집은 다양한 구색을 갖춘 현대식 빵집은 분명 아니었다. 내부는 사무실이 주요 공간이고, 그 한 귀퉁이에 매대를 마련한 구조였다. 그래서 평소 겸손한 그녀가 그토록 오지 말라고 한 모양이다.

 

오픈런 인파가 빠진 후 그녀의 부모님은 다시 빵을 한가득 담아와 소쿠리를 채우셨고, 우리는 잠시 담소를 나눴다. 매장에서 파는 빵은 많지 않은데 사무실에는 많은 직원들이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장수 제빵은 마을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가성비 빵집일 뿐만 아니라, 시내 초중고에 급식 빵을 납품하고 있었다. 학교 급식 납품은 조건이 까다로워서 제빵회사들은 꺼린다고 하는데, 그녀의 부모님은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꾸준히 급식 납품을 지속하신다고 했다.

 


장수제빵의 균일가 빵



지역사회 공헌 장수 빵집을 시찰 코스로!

 

이런 스토리를 듣고 빵을 먹어서였을까? 단팥빵과 멜론빵을 시작으로 소박했지만 너무 달지 않게 순수한 맛이 났던 빵들. 착한 가격과 먹으면 건강해질 거 같은 이름의 장수빵이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모노세키의 아이들이 이 빵을 먹으며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했다.

 

뜨거웠던 여름 날씨에 지지 않을 만큼 따뜻했던 장수 빵집의 빵들. 최소한의 포장에 매력적인 가격, 가격이 미안할 만큼 맛있었던 빵.

한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가라토 수산시장과도 가까운 편이니, 가라토시장에서 초밥을 먹고, 레트로 감성 노포 장수제빵에서 추억의 디저트를 맛보길 추천한다.




K People Focus 김현정 칼럼니스트 (kichomen2@naver.com)

어린 시절 부터  퍼주기’ 특기자이자  의미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적극적인 패션 소비자언젠가는 어엿한 인문학 다단계 판매자 최고 등급이 되어보다 재미있는 일들을 도모하는 날을 꿈꾸는 반전 매력의 칼럼니스트

작성 2025.07.20 17:01 수정 2025.07.2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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