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OUT!” 커리어 셰어링으로 일과 삶을 나누는 시대

플랫폼 노동자, 일의 주도권을 잡다

디지털 유목민, 장소와 시간에서 해방된 직업인

커리어 셰어링의 실전 사례: 삶의 질을 높인 선택들

일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 ‘정규직’의 권위가 흔들릴 때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요”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때 안정된 직장, 평생직장이 인생 목표였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정규직’이라는 개념조차 낡아 보인다. 고정된 출근 시간, 일방적인 명령체계, 직장 중심의 삶을 벗어난 새로운 노동의 패러다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커리어 셰어링’이 있다. 다양한 일을 나눠서 하거나 여러 직업을 병행하며 일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사람들. 정해진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기술이나 시간을 플랫폼을 통해 직접 판매하거나 계약 단위로 일한다. 이들은 더 이상 정규직이라는 고정된 형태에 의존하지 않는다. 커리어를 공유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스스로 설계한다.

 

이 기사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파트타임 전문가, 디지털 노마드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의 흐름인 커리어 셰어링을 집중 조명한다. 정규직 중심 사회에서 벗어난 이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어떤 방식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다.

플랫폼 노동자, 일의 주도권을 잡다
플랫폼 기반의 노동은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니다. 배달, 대리운전, 디자인, 콘텐츠 제작, 프로그래밍까지. 이제 많은 전문성과 수요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조건에 맞춰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가졌다. 물론 복지나 고용 안정성은 기존 정규직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주도적인 삶의 방식과 수입 다양화가 가능하다.

 

40대 중반의 김도훈 씨는 5년 전 IT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퇴사한 뒤 배달 플랫폼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정규직으로 일할 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특정 시간대를 정해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보내거나 자격증 공부에 투자한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던 시절보다 내 삶에 주도권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디자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이지윤 씨(29세)는 클라이언트와 직접 소통하면서 느끼는 책임감이 업무의 질을 높인다고 말한다. “고정된 연봉이 아닌 만큼, 하나의 프로젝트에 더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일 자체가 훨씬 주체적이 된다.” 또한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다만 플랫폼 노동이 곧 ‘자유로운 일’이라는 단순한 도식은 위험하다. 이들은 플랫폼에 종속되기도 하고, 수수료나 평점 시스템 등 외부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의 방식과 삶의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노동은 하나의 자율적 커리어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파트타임 전문가, 정규직보다 안정적인 삶
한 회사를 위한 정규직보다는 여러 조직이나 고객을 위한 ‘시간 단위 전문가’가 되는 것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이른바 파트타임 전문가는 특정 역량이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규직 고용이 아닌 계약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은 하나의 조직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클라이언트와의 협업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리스크를 분산시킨다.

 

전략기획 컨설턴트 박지영 씨(37세)는 한때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현재는 3개의 스타트업과 파트타임 계약을 맺고 있다. 주 2회는 화상 회의,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한 회사에 의존하지 않으니 오히려 불안감이 덜하다. 수익도 더 높아졌고, 업무 시간 대비 효율도 높다.” 그녀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포트폴리오가 쌓이고, 평판이 자산이 된다고 말한다.

 

마케팅 전문가 이현석 씨는 다양한 기업의 제품 론칭을 돕고 있다. 그는 “브랜드 하나에 몰두하던 예전보다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지금이 훨씬 역동적”이라고 한다. 각 산업의 흐름을 빨리 읽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강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파트타임 전문가들은 흔히 ‘불안정하다’고 여겨지지만, 오히려 정규직의 일방적 해고나 조직 구조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다. 계약 단위로 협업하며 클라이언트를 선택할 수 있고, 개인의 브랜딩을 강화하면서 일의 선택권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은 새로운 안정성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유목민, 장소와 시간에서 해방된 직업인
‘일은 회사에서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은 사무실 없는 직장인의 전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대개 온라인 기반의 업무, 예를 들어 번역,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 컨설팅 등을 수행하며 세계를 떠돌거나 자연이 있는 지역에서 생활한다.

 

30대 초반의 송예린 씨는 제주도로 내려가 2년째 원격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전에는 바다를 산책하고, 오후에는 서울의 클라이언트와 화상 회의를 하거나 강의 콘텐츠를 녹화한다. “지금처럼 일하면서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이 정말 가능할 줄 몰랐다”며 “서울에서 살던 때보다 생활비도 줄고, 만족도는 몇 배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 활동 중인 디지털 노마드 김민석 씨는 1년 동안 베트남, 태국, 조지아를 거쳐 현재는 포르투갈에 체류 중이다. 그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각국의 공동 작업 공간(코워킹 스페이스)을 이용하고,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와 교류하며 인맥을 쌓는다. “정해진 출근 시간도, 상사도 없는 삶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지금은 ‘일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가 갖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디지털 유목민의 삶이 마냥 자유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언어, 시차, 불안정한 네트워크 환경, 국경을 넘는 세금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자유가 그 모든 불편을 상쇄한다고 입을 모은다. 커리어 셰어링의 정점에 선 디지털 노마드들은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더 이상 환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커리어 셰어링의 실전 사례: 삶의 질을 높인 선택들
커리어 셰어링이 단지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식이라는 점은 수많은 실전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은 ‘돈을 많이 버느냐’가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고 있느냐에 있다.

 

30대 워킹맘 박현정 씨는 하루 4시간, 주 5일만 일한다. SNS 마케팅 대행사에서 기획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회사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개별 계약을 맺고 원격으로 일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일한 후, 오후에는 온전히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내가 만든 것”이라며 “이 방식이야말로 진짜 워라밸”이라고 강조했다.

 

퇴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20대 직장인도 등장하고 있다. 회사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외주 제안을 받아 프리랜서로 전환한 최정우 씨는 “더 이상 조직 안에서 눈치 보며 살 필요 없다”며 “내 기술과 경험이 있으면 일거리는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들어 개인 유튜브 채널과 뉴스레터를 통해 지식 콘텐츠를 발행하며, 강의 요청도 늘고 있다.

 

특히, 커리어 셰어링의 방식은 고령자, 육아휴직자, 장애인 등 기존 노동 시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퇴직 후 경력을 살려 ‘온디맨드 자문’ 서비스를 시작한 60대 송 모 씨는 “퇴직은 은퇴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두 곳의 스타트업에 온라인으로 자문을 제공하며 정기 수입을 얻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커리어 셰어링’이 단순한 자유로운 직업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맞는 지속가능한 커리어 설계 방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정규직이라는 전통적인 안정성의 틀을 벗어나, 삶의 주도권과 일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고정된 일의 틀을 넘어서 – 커리어 셰어링이 제시하는 미래
정규직만이 안정적인 삶의 답이라는 공식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사회문화적 변화는 노동의 형태를 다변화시키고 있으며, 커리어 셰어링은 그 흐름의 선두에 있다. 일자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되었고, 커리어는 직장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의해 설계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노동의 형태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을 중심에 두고 짜여졌던 삶의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사람들은 일에서 더 큰 자율성과 의미를 찾고 있으며, 일과 삶의 균형을 ‘회사’가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맞추려 한다. 물론 이 새로운 길은 쉽지 않다. 불안정성과 경쟁, 자기관리의 어려움이 수반된다. 하지만 일과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도 커리어 셰어링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커리어 셰어링은 선택받은 소수의 특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새로운 일의 방식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원격 근무와 비대면 문화는 이 흐름에 불을 붙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디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내 커리어를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정규직 OUT!”이라는 선언은 단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행위다. 커리어 셰어링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며, 포기가 아닌 재구성이다. 이것이 일과 삶의 미래,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노동의 진짜 얼굴이다.

 


 

작성 2025.08.02 01:18 수정 2025.08.0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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