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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수태차(奶茶, Suutei tsai)와 이탈리아의 카푸치노의 공통점은?

커피인문학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저는 선교 훈련으로 몽골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초원이 펼쳐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복음을 전하기 위해 방문하는 유목민의 집(게르)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수태차였습니다. 처음 마실 때는 뭔지 모를 이질감이 있어서 마시기 힘들었습니다. 그것도 방문하는 집마다 주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의로 대접하는 것이라 주는 대로 받아 마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그 추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커피를 공부하다 보면 동서양의 음식문화에는 상당 부분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몽골의 수태차와 이탈리아의 카푸치노입니다.

 

몽골의 수태차는 차의 떫은맛을 우유와 소금으로 부드럽게 만들고, 이탈리아의 카푸치노는 쓴 에스프레소에 스팀 우유와 거품을 더해 부드러움을 선사합니다. 이 두 음료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강렬한 맛에 부드러움을 더하는 기본 원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몽골 초원의 수태차와 생존의 지혜

몽골 유목민에게 수태차는 생존과 환대의 음료입니다. 그것은 혹독한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음료이자, 따뜻한 환대의 상징입니다. 녹차를 우려낸 물에 우유와 소금을 넣고 끓이는 이 차는, 때로는 버터나 발효유를 추가해 칼로리와 지방을 보충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낯선 손님이 게르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내놓았는데, 이는 손님을 한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몽골 유목민들의 깊은 환대의 의식을 보여줍니다. 13세기에 몽골을 방문했던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윌리엄 루브룩의 선교보고서에서 양젖에 차를 우려서 마시는 독특한 음용 방식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와 동방의 문화적 만남

중세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의 외교 사절단은 중앙아시아와 몽골을 오가며 독특한 문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차와 우유, 발효유를 섞어 마시는 몽골의 풍습에 큰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역사학자 피터 잭슨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문화적 교류는 단순한 외교 관계를 넘어 유럽 궁정 문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마침 커피가 유럽에 전파되기 시작한 때와 맞물리며, '강렬한 음료에 우유를 더하는' 아이디어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엔나 커피와 카푸치노의 탄생

1683, 오스만 제국의 빈 포위전이 끝난 후 오스트리아는 커피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였습니다. 비엔나 사람들은 커피에 우유, 크림, 설탕을 넣어 마시기 시작했고, 이것이 우리가 아는 비엔나 커피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이 문화는 이탈리아 북부로 전해져, 에스프레소에 스팀 밀크와 부드러운 거품을 얹는 카푸치노로 발전합니다. 카푸치노라는 이름은 카푸친 수도회 수도사들의 옷차림에서 유래했습니다. 짙은 갈색 수도복 위에 흰 두건을 쓴 모습이 커피와 우유 거품의 색 대비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몽골 초원에서 시작된 '음료와 우유의 결합'은 합스부르크의 외교적 교류를 거쳐 비엔나에서 꽃을 피웠고, 이탈리아에서 미학적인 완성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잔의 음료에 담긴 의미와 교회의 역할

수태차와 카푸치노는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수태차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력을 주었고, 카푸치노는 현대 도시인들의 바쁜 아침에 부드럽고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이 두 음료의 여정은 마치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가 만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카푸치노 한 잔에는 몽골 초원의 바람, 합스부르크의 외교, 비엔나의 커피하우스, 그리고 이탈리아 수도회의 영성이 녹아 있습니다.

 

인류에게 있어서 음료는 마시고 즐기는 것을 넘어, 문명과 역사의 흐름을 담아내는 도구입니다. 수태차에서 카푸치노에 이르는 여정은 서로 다른 문화가 어떻게 만나고 변주되어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회에서도 복음이라는 진리의 메시지가 너무 날카롭게만 전달된다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커피 위에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감싸듯, 복음이 사랑으로 덧입혀질 때, 사람들의 마음에 부드럽게 스며들 수 있습니다.

 

| 최우성 목사

 

태은교회 담임 / 강원대학교 교수 / 감리교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 알고 보면 재미있는 커피 인문학 저자 / 농학박사(PhD) / 목회학 박사(Dmin)

 

작성 2025.09.04 07:40 수정 2025.09.0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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