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무렵, 한적한 도서관의 정적을 깨고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퍼졌다. 70대의 두 친구는 오래된 벗답게 익숙한 손짓으로 자리를 잡고,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다른 이들에게는 단순한 식사일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삶의 오랜 여정을 함께 걸어온 우정의 또 다른 기록이었다. 책으로 가득 찬 공간 한편에서 나누는 오찬은, 도서관이라는 특별한 배경 덕분에 더욱 따뜻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두 친구의 만남은 단순히 식사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 은퇴 후에도 책 읽기를 즐겨온 그들은 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공유했다. 한쪽은 역사서를 좋아했고, 다른 한쪽은 시집을 즐겨 읽었다. 서로 다른 취향이지만 책을 통해 나눈 대화는 언제나 흥미로웠다. 그날의 점심 역시 책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최근 읽은 소설의 줄거리를 공유하고, 과거에 함께 읽었던 책의 구절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독서의 장을 넘어, 두 사람에게는 ‘우정을 지켜주는 제3의 친구’ 같은 존재였다.
식탁은 크지 않았지만 마음은 풍성했다. 한쪽 도시락에는 김밥이, 다른 도시락에는 직접 담근 장아찌와 과일이 담겨 있었다. “나이 드니 뭐 대단한 게 필요하겠어. 이렇게 같이 앉아 먹는 게 제일 맛있지.”라는 한 마디에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지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작은 연회처럼 따뜻했다. 사람의 행복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친구와 함께 나누는 소박한 시간 속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70년의 세월이 만들어준 깊은 우정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더욱 빛났다. 오랜 시간 쌓아온 기억들은 식사 중 나눈 짧은 대화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건강에 대한 걱정, 손주 이야기, 그리고 지나온 시절의 추억이 식탁 위에 차곡차곡 올랐다. 두 친구는 말없이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세월이 전해주는 지혜는 화려한 말보다 잔잔한 침묵 속에서 더 크게 다가왔다. 그들의 오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인생의 황혼 속에서 빛나는 우정의 증거였다.
도서관 한쪽에서 조용히 펼쳐진 두 친구의 오찬은,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책과 함께한 대화, 도시락에 담긴 정성, 그리고 세월을 초월한 우정이 어우러진 순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이야기였다. 사람의 행복은 크고 화려한 것에서 오는 게 아니라, 믿을 만한 이와 함께하는 작은 일상 속에서 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서관의 책장 사이에서 피어난 두 친구의 미소는, 노년에도 삶이 여전히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해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