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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계 자살 예방의 날, 한국은 왜 여전히 OECD 최악의 자살률 국가인가?”

“한국은 왜 아직도 OECD 자살률 1위일까?” 매년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 돌아올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다. 2023년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3명 수준으로 OECD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숫자는 차갑고 무겁다. 이는 하루 평균 36명 이상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교통사고나 질병보다 더 치명적인 원인으로 ‘자살’이 자리 잡은 사회, 그것이 바로 한국의 오늘이다. 자살률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문화, 정책이 총체적으로 얽힌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비슷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사회는 짧은 탄식을 내뱉고, 곧 잊어버린다.


[사진 출처: 챗gpt 이미지]

한국은 짧은 기간에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산업화를 이뤘다. 하지만 그 속도만큼이나 사회적 압박과 경쟁은 날카롭게 일상을 파고들었다. “성공하지 않으면 낙오한다”는 불안감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기본 정서가 되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고용 불안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고, 중장년층의 자살률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청년 세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취업난, 학업 경쟁, 주거 불안, 장기적 미래 불확실성이 뒤엉켜 삶의 의욕을 갉아먹는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여전히 낙인과 편견의 대상이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것은 ‘개인의 약함’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 제때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단순히 개인적인 요인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30% 이상을 차지하며, 정신건강 문제와 사회적 고립이 뒤를 잇는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신의료 접근성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한다. 병원 진료를 받는 것조차 ‘낙인’으로 인식되는 문화가 환자의 발길을 가로막는다. 한편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 절박하다. “사는 게 너무 버겁다”는 고백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글이 끊임없이 게시되고, 청소년과 청년들의 우울 지수는 해마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심리적 안전망이 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는 점점 해체되고, 개인은 홀로 고립된다.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예방을 넘어 삶을 지탱하는 사회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에 맞춰 정부는 매년 캠페인과 대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구조적 불평등과 고립을 해소하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 상담과 치료가 일상적이고 당연한 서비스로 자리 잡을 때 낙인은 줄어든다. 둘째, 경제적 안전망 강화는 필수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 현장에서부터 감정 관리와 심리적 회복력(resilience)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혼자 버티기’가 아닌 ‘함께 살아가기’를 사회 전반의 가치로 세워야 한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 전체가 품고 있는 불편한 거울이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은 단지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집단적 질문이다. 

 

한국은 왜 여전히 OECD 최악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는 개인을 넘어 사회 구조 전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 정신건강 낙인, 경쟁 중심 문화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자살률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숫자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 속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지켜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다음 세대가 ‘자살 공화국’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회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작성 2025.09.10 00:10 수정 2025.09.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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