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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칼럼] 난중일기 잡록에 기록된 사천해전 초반 기록 검토

사천해전지는 선진리성이 아니고 옛 장암창지

사천해전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5월 29일(음력) 경상도 사천현 해안(지금의 경남 사천시 사천만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이다. 이 해전은 거북선이 처음으로 출전한 사실 때문에 널리 알려진 전투이다. 이 전투가 전개된 과정은 이순신 장군이 조정에 올린 장계 ‘당포파왜병장’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현재 사천해전에 관한 역사학자들의 연구는 대부분 당포파왜병장의 기록에 의존하고 있다. 왜냐하면 당포파왜병장 이외에는 이 전투에 관한 사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수록된 잡록(비망록)에도 사천해전에 관한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이순신 장군이 당포파왜병장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만든 장계 초안으로 보이며, 사천해전 전투 경과의 일부 내용을 서술하였다. 초안에는 당포파왜병장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당포파왜병장 초안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그 초안이 수록되어 있는 난중일기 잡록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난중일기 잡록은 일기 중간에 비망록 형태로 수록된 글로서 여기에는 공문, 명령서, 편지, 장계 초안 등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이들은 ‘잡록’이라는 용어로 지칭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도 있지만, 적당한 용어를 찾기 어려워 부득이 잡록이라 명명하였다.

 

난중일기 잡록은 일기 중간중간에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1593년 3월 일기와 5월 일기 사이에 많은 분량이 들어 있다. 현재까지 출판된 난중일기 번역서 대부분은 잡록을 일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싣지 않았으므로 잡록을 실은 번역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잡록을 처음으로 난중일기 번역서에 수록한 사람은 이순신 연구가 최두환 박사이다. 1997년에 출간한 ‘초서체 난중일기’가 그 책인데, 이후 여러 차례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난중일기 잡록에 수록된 당포파왜병장 초안 가운데 사천해전 초반에 적선 1척을 추격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당포파왜병장」 초안

5월 29일 새벽에 신은 소속 수군을 거느리고 노량에 이르렀는데, 경상우수사 원균은 신의 수군을 바라보고는 전선 3척을 거느리고 왔습니다. 원균은 패군한 뒤로 군사 없는 장수이니, 별로 지휘할 것이 없습니다. 그날 정오 쯤에 적선 1척이 곤양땅 중간의 태포(昆陽地中太浦)에서 민가를 분탕질 하려다 우리 수군을 바라보고 달아나려 하는데 여러 배가 일시에 몰아냈습니다.

 

* 자료출처: 최두환 역주 『충무공이순신전집』(1999, 도서출판 우석) 참조

 

위 초안 내용에서 사천해전 직전 발견한 왜선 1척의 위치를 ‘곤양땅 중간의 태포’라고 서술하였지만, 당포파왜병장은 “왜선 1척이 곤양에서 나와 사천을 향해 기슭을 따라가고 있다”라고 그 위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즉, 초안이 왜선 1척이 발견된 위치를 보다 명확히 서술한 것이다. 그렇다면 ‘곤양땅 중간 태포’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조선시대 곤양은 지금의 경남 사천시 곤명면·곤양면·서포면과 하동군 진교면·금성면·금남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는 지명 ‘태포(太浦)’와 비슷한 ‘대포(大浦)’라는 지명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자 ‘태(太)’와 ‘대(大)’를 혼용하는 사례가 많았으므로 ‘태포(太浦)’와 ‘대포(大浦)’는 동일한 지명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태(太)’와 ‘대(大)’를 혼용한 사례는 난중일기에서도 발견된다. 1596년 8월 26일 일기는 전라우수영 안에 있던 대평정(大平亭)이라는 정자를 언급하였는데, 이곳은 태평정(太平亭)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조선시대 문인 윤광계(尹光啓, 1559~1629)는 이곳을 방문한 뒤 ‘우수영대평정기(右水營大平亭記)’라는 글을 남겼으며, 또 다른 문인 양응정(梁應鼎, 1519~1581)은 ‘전라우수영태평정(全羅右水營太平亭)’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아래는 ‘대포(大浦)’의 위치를 표기한 조선시대 고지도 ‘1872년지방지도’의 곤양 지도이다.

 

‘1872년지방지도’ - 자료출처: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위 ‘1872년지방지도’에 표기한 조도, 대포, 장천, 구랑, 자혜는 현재도 남아있는 지명이다. 아래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지도에 이들 지명을 표기한 것이다. 참고로 지금의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도 ‘대포’라는 지명이 있지만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서술한 ‘곤양땅 중간’도 아니고, 일제강점기 또는 그 이전 지도에는 나타나지 않는 신생 지명이다.

 

 1910년대 지도 - 자료출처: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정보맵

 

위 지도를 살펴보면 조선시대 곤양읍치가 있던 사천시 곤양면 성내리에서 나오는 물길인 광포만 중류에 대포가 있다. 즉, 당포파왜병장 초안 기록은 “왜선 1척이 대포가 위치한 광포만에서 사천만쪽으로 나왔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당포파왜병장의 해당 기록에 나타난 “왜선 1척이 곤양에서 나와 사천을 향해 기슭을 따라가고 있다”라는 내용과 일치한다. 

 

당포파왜병장과 그 초안을 비교해 보면 사천해전 직전 상황이 보다 명확해진다. 조선수군은 왜선 1척을 추격하여 선진리성을 지나 사천만 북쪽 해안에서 불태워 없애고 그 인근의 사천선창(장암창지)에서 적선 12척을 격멸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사천해전지가 장암창지라는 사실은 필자가 이미 ‘임진왜란 시기 사천해전지의 위치 고찰(지방사와 지방문화 28권 1호, 2025년 5월)’이라는 논문에서 자세히 밝힌 바 있다. 논문에서 언급하지 못한 난중일기 잡록의 당포파왜병장 초안 역시 사천해전지가 선진리성이 아니라는 정황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https://myisoonsinxsz.zaemit.com/

 

작성 2025.09.23 10:42 수정 2025.09.2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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