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이 처음 발을 디딘 바다, 햐꾸나비치(百名ビーチ)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빛 파도, 신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남부 오키나와의 숨은 명소

아마미키요 전설이 깃든 성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천연의 순수함을 간직하다

조용히 걷고, 바다를 듣고, 시간을 잊는 힐링의 공간

햐꾸나비치ⓒOCVB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그리고 신화가 머무는 장소. 오키나와 남부 난조시(南城市)에는 류큐의 뿌리를 품은 신성한 해변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햐꾸나비치(百名ビーチ). 상업화된 관광지와 달리, 이곳은 인간의 손길이 최소한으로 닿은 천연 해변의 원형이다.


잔잔한 파도와 따뜻한 바람, 그리고 여신의 전설이 교차하는 이곳은 오키나와의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듯한 고요함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햐꾸나비치는 단순한 해변이 아니다. 류큐 신화를 탄생시킨 여신 아마미키요(アマミキヨ)가 바다 건너 쿠다카섬(久高島)에서 오키나와 본섬으로 처음 건너온 신화적 상륙지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석비 ‘야하라쯔카사(ヤハラヅカサ)’는 지금도 바다 위 얕은 곳에 서 있으며, 썰물 때에만 완전한 형태를 드러내는 신비로운 돌기둥이다.

 

현지 주민들은 지금도 이곳을 성역으로 여기며 감사와 경외의 마음으로 제를 올린다. 또한 비치 인근에는 또 다른 신성한 장소인 하마가와 우타키(浜川御嶽)가 있어, 이 일대 전체가 오키나와 신앙의 중심지로 이어져 있다. 햐꾸나비치는 오키나와 본섬 남부를 대표하는 천연 해변으로, 길게 이어진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이 조화를 이룬다.


햇살이 비칠 때마다 바다는 코발트블루에서 에메랄드그린으로 변하며, 모래는 고운 입자로 반짝인다. 감시원이나 상업시설이 따로 없기 때문에 더욱 자연 그대로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파도가 잔잔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특히 일몰 시간대에는 붉은 노을이 바다 위로 길게 드리워지며 하얀 모래와 맞닿아 황홀한 색감을 연출한다. 이 순간은 오키나와의 여유로운 시간, 그 자체다.

 

햐꾸나비치는 유명한 미이바루 비치(新原ビーチ)와 작은 암석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다. 하지만 두 해변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미이바루가 리조트형 관광객 중심이라면, 햐꾸나비치는 로컬의 숨결이 남아 있는 조용한 자연 해변이다. 인공 구조물이나 샤워 시설은 없지만, 그 덕분에 바다와 하늘, 바람이 하나 되는 순수한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애호가, 감성 여행자, 혹은 혼자 사색을 즐기려는 여행자에게는 이곳이야말로 완벽한 ‘감성 힐링 스팟’이다. 햐꾸나비치는 카이트보드 애호가들에게도 잘 알려진 해변이다. 넓은 해안선과 일정한 바람이 불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다양한 레벨의 서퍼가 찾는다. 바람이 좋은 날이면 다채로운 카이트가 하늘을 수놓으며 하얀 모래 위에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햐꾸나비치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신화의 무대이자 성지다. 따라서 큰 소리나 쓰레기 투기, 음주 행위 등은 삼가야 한다.


조용히 걷고, 바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머무는 것 -그것이 이곳을 진정으로 즐기는 방법이다. 햐꾸나비치는 오키나와의 시간과 전설이 공존하는 특별한 해변이다. 류큐 신화의 여신이 남긴 숨결과 천연의 백사장이 이어진 이곳은 오키나와의 진정한 아름다움 - 자연의 순수함과 인간의 겸손함을 느낄 수 있는 성스러운 바다이다.

 

인공적인 조명 대신, 햇살과 달빛이 바다를 비추고, 엔진 소리 대신 바람과 파도의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는 곳 그것이 바로 햐꾸나비치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고요함 속에 담긴 오키나와의 진심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햐꾸나비치는 여행이 아니라, “자연과 신화의 대화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다.

작성 2025.10.12 19:33 수정 2025.10.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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