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중구의 한 피부과 의원에서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던 30대 여성 K씨가 심각한 2도 화상을 입고 피부 이식 수술까지 권유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해당 병원이 시술 직후 환자의 통증 호소에도 불구하고 시술을 강행한 정황과, 이후 책임을 부인하며 환자와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 알려지며 의료과실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 10월 16일, K씨가 얼굴, 팔, 가슴, 발등 부위에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으면서 발생했다. 시술 도중 K씨는 의료진에게 “기계가 평소보다 지나치게 뜨겁고,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이상을 호소했지만, 의료진은 “기계 조절을 하겠다”며 시술을 계속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술 직후 K씨의 팔과 목, 가슴 부위에는 수포와 홍반이 생겼고, 다음날 병원을 재방문한 K씨는 담당 의사로부터 “출력을 잘못 쐈다. 화상이 맞는 것 같다”는 구두 진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후 의료기관의 태도 변화였다. 피해자가 화상 전문병원에서 2도 화상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자, 해당 피부과는 돌연 “화상병원에 가서 당연히 화상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고, 시술로 인한 과실 여부를 부정했다. 초기에는 의사가 개인적으로 치료비 보상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병원 측은 “레이저 제모로 화상은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해당 병원이 광고한 제모 기기 '아포지 플러스'와 실제 시술에 사용된 장비가 다르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의료기기 고지 의무 위반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의료법 제24조에 따라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법조계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시술 부작용이 아니라 고위험 의료행위에서 발생한 주의의무 위반 및 안전관리 소홀로 인해 형사 및 민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의료사고로 보고 있다. 특히 환자가 통증을 즉시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이를 무시하고 시술을 지속한 점, 냉각장치 오작동 가능성 제기 후에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던 점 등이 법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피해자 측은 해당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와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다. 사건을 맡은 법률사무소 대련은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제750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제268조), 그리고 의료법상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의료 미용 시술이 증가하면서 관련 안전사고도 함께 늘고 있지만, 정작 사후 책임이나 피해 구제 절차는 미비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기의 성능이나 냉각장치 등 물리적 장비에 의존하는 시술은 의료진의 사전 점검과 사후 대처 능력이 환자의 피해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K씨는 현재 화상 치료와 흉터 방지를 위한 추가 수술을 준비 중이다. 피해자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법적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의료와 미용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실 속에서 이번 사건은 의료기관의 책임 기준을 어디까지 묻고, 환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레이저 제모는 단순한 미용 시술이 아닌 고위험 의료행위입니다. 출력 강도, 기기 상태, 냉각장치 작동 여부 등은 의료인이 직접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영역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환자가 통증을 실시간으로 호소했고, 냉각기 문제까지 지적했음에도 시술을 중단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사고 이후 병원 측이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고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의료사고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태도와 대처가 곧 병원의 신뢰도를 결정합니다.”
— 법률사무소 대련 김범식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