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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연재칼럼] 농촌관광체험인가, 농촌관광치유인가

- 농촌의 가치는 ‘보는 곳’에서 ‘회복되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전남도립대학교 웰니스6차산업학과 박창규 교수]

 오랫동안 한국의 농촌은 도시민에게 소박한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딸기 따기, 떡매치기, 전통 음식 만들기처럼 농촌의 일상을 맛보는 활동들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농촌을 찾는 흐름에는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한 경험을 소비하기 위해 농촌을 찾지 않는다.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가다듬고,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치유적 경험을 기대하며 농촌을 방문한다. 이 변화는 농촌관광체험과 농촌관광치유의 관계를 다시 묻는 중요한 시점이다.

 

 농촌관광체험은 ‘농촌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반면 치유 기반 관광은 ‘농촌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전자는 활동의 목록을 제시하지만, 후자는 방문객의 신체·정서·사회적 회복을 고려한 구조화된 설계를 요구한다. 마을 탐방로 산책이 체험이라면, 생리·심리적 안정 효과를 평가하며 구성한 느린 숲길 프로그램은 명백히 치유이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목적, 방식,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현장에서도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한 농촌마을은 오랫동안 운영해온 고구마 캐기 체험만으로는 더 이상 방문객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농작업을 활용한 ‘마음 이완 프로그램’,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웰니스 식습관 클래스’, 마을 어르신이 참여하는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결합하면서 기업 연수와 가족 힐링 캠프 등 새로운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체험의 틀을 유지하되, 치유적 요소를 전략적으로 결합한 결과다. 그러나 요즘 곳곳에서 ‘치유’라는 단어가 남용되고 있다. 명상 흉내를 내거나, 단순히 자연을 느끼라는 프로그램을 ‘치유’로 포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적 설계 없이 치유를 표방하면 결국 ‘가벼운 체험’으로 소비되며 신뢰도까지 저하된다. 치유는 의도·설계·검증이 갖춰져야 성립하는 개념이다.

 

 이제 농촌은 더 이상 “생산 및 체험공간”만이 아니다. ‘회복’이라는 미래 가치를 생산하는 치유공간’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 전환을 위해서는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  올 봄 치유관광의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치유관광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지역의 새로운 관광매력 창출과 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하는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이 제정되었다. 이른바 '치유관광산업 육성법‘ 제정으로 다양한 치유자원의 협력체계가 구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치유관광사업 업종 신설을 통한 등록제 운영으로 치유관광산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따라서 농촌관광을 ‘치유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네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치유관광 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 산림·농촌·해양 환경을 활용한 프로그램의 실제 효과, 전문 인력 배치, 안전 기준 등을 검증하는 인증체계가 구축된다면 산업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방문객의 선택 기준 또한 명확해진다. 둘째, ‘전문 인력 양성 체계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치유관광은 심리·운동·식이·생태 기반의 전문성이 필수다. 농촌진흥청·지자체·대학이 협력해 ‘치유농업사·웰니스 코디네이터·농촌관광 치유기획자’ 등 직무 체계를 정립하고, 지역 거점 교육기관을 통해 인증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마을 단위 치유 인프라 구축 지원’이 요구된다. 치유관광은 프로그램보다 환경의 품질이 중요하다. 

 

자연 경관 관리, 마을 산책로 정비, 작은 치유센터 설치 등 지역 맞춤형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고령 농촌 주민의 생활 복지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넷째, ‘AI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방문객의 체류 시간, 스트레스 감소 변화, 만족도, 재방문율 등 치유 효과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중복투자 방지, 지역 차별화 전략 수립에도 기여한다.

 

 결국 농촌관광이 체험에서 치유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전문성, 운영 주체의 전문성, 환경의 품질, 정책지원의 네 가지 축이 맞물려야 한다. 그리고 질문 하나가 남는다. “농촌을 체험의 대상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삶의 회복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의 농촌관광 10년을 결정할 것이다.

 

<박창규 교수의 웰니스6차산업칼럼> 

박창규 교수전남도립대학교 웰니스6차산업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사)한국관광연구학회 회장, (재)전남연구원 연구자문위원장, (재)전남관광재단 전남 관광활성화 협의회장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웰니스치유관광 활성화를 위해 산림치유, 해양치유, 치유농업, 정원치유 등 다양한 치유자원을 연계함으로써 지역 활력을 불어 넣는 융복합형 지역관광 발전 모델에 대해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작성 2025.11.30 09:21 수정 2025.11.3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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