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마지막으로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본 게 언제였을까.”
결혼 8년 차에 접어든 민정(가명) 씨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 아이의 부모가 된 이후 부부 사이의 일상은 여전히 평온했지만, 정서적·신체적 친밀감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손을 잡는 일은 익숙했지만, 서로의 온기를 오롯이 느끼는 순간은 멀어져 있었다.
이처럼 정서적·감각적 연결이 끊긴 부부들은 점점 늘고 있다. 최근에는 결혼 초반이거나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고민이 나타난다. 연애 기간 내내 활발했던 감정 교류가 결혼 이후 급격히 줄어들면서, 겉보기엔 무난한 관계 안에서도 “정말 괜찮은 걸까?”라는 의문이 싹트는 것이다.
“관계는 감정의 흐름이다…단절된 신호를 읽어야”
관계의 거리는 단지 ‘행위의 빈도’로만 판단할 수 없다. 육아와 업무에 쫓기는 현실, 스트레스, 감정적 갈등, 신체 변화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리며 ‘연결의 감각’ 자체가 무뎌지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특히 출산 후에는 몸의 변화로 인해 자존감이 흔들리기 쉽고, 이로 인해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적인 문제를 외모나 매력의 결핍으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향하던 감정의 흐름이 멈췄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시도보다, ‘감각을 회복하는 연결’부터
많은 부부가 관계 회복을 위해 “다시 시도해보자”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시도는 오히려 부담을 키우고, 관계에 대한 불안과 거리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시 감정을 느끼고, 신뢰를 회복하는 몸의 감각부터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손을 맞잡는 것, 눈을 마주 보는 것, 서로의 표정과 호흡을 읽는 연습이 곧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 3분 정도 손이나 어깨 등 서로 편안하게 느끼는 부위에 가볍게 손을 얹는 접촉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말보다는 표정, 몸의 긴장, 호흡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읽는 연습도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상대가 오늘은 스킨십을 원하는 상태인지, 아니면 거리를 두고 싶은 날인지를 섬세하게 살피는 감각을 키우는 것 역시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 된다. 이처럼 작고 조심스러운 시도들이 무뎌졌던 연결을 다시 복원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성적인 욕구보다 중요한 건, 다시 안전하다고 느끼는 몸”
관계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극적인 변화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눈빛, 손끝, 온기처럼 하루하루 쌓이는 ‘작은 연결’의 반복 속에서 가능해진다.
박소영 질좋은관계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섹스를 하기 위해 손을 잡는 게 아니라, 손을 잡으며 다시 서로를 안전하게 느끼는 경험부터 회복하는 것. 그게 진짜 시작입니다.”
한편, 박소영 소장은 심리운동 박사과정을 수료한 부부 관계 및 성 전문 상담가로, 3,000쌍이 넘는 부부의 성 고민과 관계 회복을 도운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MBN <쉬는 부부> 자문을 비롯해 다양한 방송과 팟캐스트 <매불쇼> 등에 출연해 관계와 성에 대한 건강하고 전문적인 시각을 전달해 왔으며, 현재 질좋은관계연구소를 운영하며 관계 회복을 위한 감각 중심 상담과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