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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로 삶을 일군 한국화가 허미희, 초대전 《바람이 스치는 자리》 연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화가 허미희 작가가 12월 1일부터 13일까지 진주 바른병원 미래의학연구관 ‘아트홀 바른’에서 초대 개인전 《바람이 스치는 자리》를 개최한다. 


100평이 넘는 전시 공간을 청보리와 황보리의 생명력으로 가득 채운 이번 전시는, 허미희 작가의 보리 연작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이번 진주 초대전은 올해 11월 부산 아이테르 범일가옥 갤러리 개인전 《손으로 짓는 언어 : 보리의 성과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흐름이기도 하다. 당시 전시는 ‘보리’라는 단일 소재로 구축된 작가의 세계관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이테르 전시 이후 작업의 스케일과 시각적 확장은 더욱 넓어졌고, 이번 진주 초대전은 이러한 확장된 시선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무대가 된다.


■ 보리, 세대와 삶을 관통하는 상징

허미희의 작업은 풍성한 청보리밭과 황보리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보리는 나의 세대에게 배고픔을 달래주던 소망이자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보리는 50~60년대 이전 세대에게 생존의 상징이었고, 오늘날에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목가적 풍경을 일깨우는 자연적 이미지로 남아 있다. 성경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하듯 보리는 인류사에서도 중요한 곡식이자 상징적 존재이며, 이러한 의미는 작가의 화면에서 세대와 기억을 잇는 매개로 확장된다.


■ 전통 채색화의 깊이, 현대적 감각의 확장

허미희의 작품은 전통 동양화 재료인 분채·석채·아교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고유의 진채화 기법을 토대로 한다. 박생광·천경자 화백이 개척했던 채색화 정신을 잇고 있으면서도, ‘보리’라는 일상적 소재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구축해 왔다.

작품 속 청보리와 황보리는 촘촘한 붓질이 반복적으로 쌓여 만들어져, 정적이면서도 바람이 스치는 듯한 역동적 리듬을 품는다. 밝은 색감은 생기를 불어넣고, 잔잔한 먹 배경 속에 떠오르는보리의 형상은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생명력의 은유로 다가온다.


■ 자연주의 회화의 고수, 그리고 새로운 시도

보리를 대표 소재로 다룬 선행 작가 이숙자 화백이 보리밭에 인물이나 동물을 등장시키는 방식이라면, 허미희의 작업은 오롯이 자연 자체에 집중하는 자연주의 회화다.

최근에는 청맥과 황맥을 하나의 장면 속에 공존시키며, 과거와 현재·시골과 도시·세대 간 정서를 한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소통시키는 새로운 회화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보리의 시간은 순환적이며, 작가는 그 순환 구조를 통해 시대를 잇는 정서를 담백하게 형상화한다.


■ “보리를 그리며 농부가 되었다”

허미희는 “보리 한 알 한 알을 그릴 때마다 마치 농부가 된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말한다. 여러번 쌓아 올린 안료층은 농경처럼 느리고 성실하며, 그 과정 속에서 보리알과 수염들은 작가의 삶과 닮은 생명력으로 확장된다.

도심에서 보리밭이 점차 사라지고 빌딩이 빼곡해지는 오늘, 그의 작품은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한국적 목가성을 되살리는 회복의 공간이 된다.


■ 보리의 생명력, 진주의 공간에 스며들다

이번 초대전 《바람이 스치는 자리》는 기술자의 손에서 예술가의 손으로 이어진 작가의 삶, 전통채색화의 깊이, 그리고 보리라는 소재의 상징성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2009년 진주 개천예술제 대상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진주는 여전히 작가에게 특별한 도시이며 이번 전시는 그 인연

을 다시 잇는 의미를 가진다.

허미희 작가는 “바람이 스치는 순간의 결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 바람이 관람객의 마음에도 닿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작성 2025.12.08 04:40 수정 2025.12.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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