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70화 형식적인 행동, 미안한 마음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마음을 내어주는 태도라는 것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형식’으로 머물고 있는가, ‘마음’으로 머물고 있는가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숨 가쁘게 지나간 적응의 첫 주

지난 한 주는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며 숨 가쁘게 흘러갔다. 입사 첫날부터 이틀, 삼일까지는 긴장 탓이었는지 퇴근 후 집에 오면 온몸에 힘이 빠졌다. 씻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질 만큼 지친 날들이 이어졌다. 마음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 맴돌았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대로 잠들고 싶다.’


몸의 피로는 생각보다 솔직했다. 하루의 끝에 남는 것은 성취감보다 긴장으로 굳어진 어깨와 무거워진 눈꺼풀이었다. 새로운 환경은 늘 그렇듯, 적응이라는 이름의 체력전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빠, 같이 놀자”라는 말 앞에서

그런 내 앞에 아들은 어김없이 다가와 말했다. “아빠, 같이 놀자.” 평소 같았으면 웃으며 두 팔을 벌려 안아주었을 말이었다. 전 직장에 다닐 때도 퇴근 후에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아들과 놀아주었고, 퇴사 후 몇 달 동안은 어린이집 하원 이후 거의 매일을 함께 보냈다. 그 시간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반가움보다 피로가 먼저 반응했고, 마음보다 몸이 먼저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의 나는, 나 스스로에게도 낯선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몸은 함께 있었지만, 마음은 없었다

함께 놀아주긴 했지만, 예전처럼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몸은 거실에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는 듯했고, 아들과의 시간은 점점 ‘형식적인 행동’이 되어가고 있었다.

 

웃으며 반응해 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은 했지만, 그 모든 장면 속에 진심이 온전히 담기지 않은 나를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괴로웠다. 그 순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 감정은 다름 아닌 ‘미안함’이었다.

 

‘아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함께 있고 싶었을 텐데, 나는 왜 이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는 걸까.’

 

사흘이 지나고 나서야 되찾은 여유

입사 후 사흘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회사의 분위기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업무의 흐름도 조금은 읽히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리자 마음도 함께 느슨해졌다.

 

그 변화는 곧장 아들과의 시간에도 스며들었다. 비로소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듣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돌아왔다. 형식적인 행동이 아닌, 진짜 ‘함께 있음’이 다시 시작된 순간이었다.

 

그 짧은 변화 속에서 나는 분명하게 느꼈다.
마음은 피로보다 늦게 회복되지만, 회복되는 순간 관계는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나는 지난 한 주 동안 나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나는 지난 한 주 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여유를 허락하지 못했고, 마음을 밖으로 내어줄 힘도 남겨두지 못했다. 그러나 아들은 달랐다. 나는 지쳐 있었지만, 아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변함없이 “같이 놀자”고 말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기다림 앞에서 나는 다시 배운다.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마음을 내어주는 태도라는 것을.

 

바쁜 삶 속에서도 지켜야 할 단 하나

앞으로도 바쁜 날들은 계속될 것이다. 피곤한 날도, 여유가 없는 날도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날들 속에서도 내가 지켜야 할 기준은 분명해졌다. 완벽한 아빠가 되지 못하더라도, 형식이 아닌 진심으로 곁에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리고 피곤함보다 마음을 먼저 내어놓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오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형식’으로 머물고 있는가,
‘마음’으로 머물고 있는가.

 

형식적인 행동은 관계를 지치게 하고, 미안한 마음은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가족 앞에서만큼은 ‘피곤함’보다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 그것이 관계를 다시 살리는 가장 작은 출발점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2.09 17:17 수정 2025.12.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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