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중국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하나의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업계는 이 해를 공식적으로 ‘웹툰형 숏드라마 원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웹툰 기반 서사를 숏폼 드라마 형식으로 압축한 이 장르는, 불과 1년 만에 연간 757억 회 재생, 시장 규모 약 200억 위안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장르 흥행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 미디어 산업의 중심 권력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그리고 이 변화는 한국 콘텐츠 산업에 매우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중국 시장은 정말 닫혀 있는가, 아니면 한국이 여전히 과거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웹툰형 숏드라마 시장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디에, 어떤 구조로 유통됐는가’가 성패를 갈랐다는 점이다. 중국 콘텐츠 산업의 중심은 더 이상 방송사나 전통 제작사가 아니다. 플랫폼, IP, AI가 결합한 새로운 권력 삼각형이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더우인(抖音)은 연간 320억 회 이상의 재생 수를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흡수했다. 콰이쇼우는 AI 자동 제작 시스템을 앞세워 가장 빠른 성장 곡선을 그렸고, 바이두 계열 플랫폼은 방대한 웹소설 IP와 AI 제작 도구를 기반으로 단기간에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이 구조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은 국적이 아니라 플랫폼 적합성이다. 그럼에도 한국 콘텐츠 산업의 중국 논의는 여전히 ‘한한령 완화 이후 방송·영화 수출’이라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플랫폼이 바뀌면 시장도 바뀐다. 과거의 유통 구조를 전제로 한 접근은 이미 시장의 중심에서 멀어졌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2025년 웹툰형 숏드라마 시장이 던진 또 하나의 중요한 신호는 AI의 위상 변화다. 연간 조회수 상위 10개 작품 중 절반이 AI 기반 제작물이었다. 최고 성과를 기록한 대표작 역시 AI 제작 시스템을 전제로 설계된 콘텐츠였다. 이는 제작비 절감이나 효율성 개선의 문제를 넘어선다. 중국 플랫폼이 콘텐츠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IP 확장 가능성, 시리즈화 구조, 제작 속도와 반복 생산 능력, 데이터 기반 성과 예측이 주요 평가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선택 가능한 도구가 아니라, 산업에 진입하기 위한 기본 언어가 됐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여전히 ‘AI는 창작의 적인가’라는 논쟁에 머무르는 사이, 중국은 이미 AI를 전제로 한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격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인식의 차이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 시장이 해외 콘텐츠에 완전히 닫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진입 방식의 조건이 완전히 달라졌을 뿐이다. 첫째, 완성작 수출보다는 IP와 포맷, 세계관 단위의 진출이 현실적인 경로로 부상했다. 중국 웹툰형 숏드라마의 핵심 연료는 웹소설과 웹툰 IP다. 한국 IP는 이미 중국 독자층에서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가 적지 않다.
둘째, 합작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연동 설계다. 회차 길이, 제목 구조, 장르 코드, 업데이트 주기까지 더우인과 콰이쇼우의 알고리즘에 맞춰 기획되지 않으면 유통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셋째, 한국식 고퀄리티 제작 방식은 이 시장에서 반드시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웹툰형 숏드라마 시장의 본질은 속도와 물량, 시리즈 확장성에 있다.
757억 회의 조회수 데이터는 냉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트래픽은 커지지만 흐르는 방향은 점점 좁아지고, 플랫폼은 더 많은 콘텐츠를 요구하지만 선택하는 제작사는 줄어든다. 기술은 민주화되지만 IP와 시스템은 더욱 집중된다. 이 구조는 중국만의 미래가 아니라 한국 미디어 산업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결국 중국은 닫힌 시장이 아니라, 규칙이 바뀐 시장이다. 중국 웹툰형 숏드라마 산업의 폭발은 하나의 장르 성공담이 아니라, AI·플랫폼·IP 중심으로 재편된 미디어 산업 질서의 선언에 가깝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중국 시장을 다시 논의하려면, ‘다시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보다 ‘새로운 규칙에 맞춰 재설계할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757억 회의 조회수가 이미 그 답을 보여주고 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