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은 회화에서 가장 익숙한 소재 중 하나다. 그러나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안전한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복된 모티프는 자칫 장식으로 소비되기 쉽고, 감정은 상징으로 단순화되기 마련이다. 〈열정과 희열〉은 이러한 관성에서 한 발 비켜선 작품이다. <열정과 희열> 이 작품은 꽃이라는 형상을 빌려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감정 그 자체의 밀도와 에너지를 화면 위에 직접적으로 축적한다.
화면에 쌓인 물감의 두께는 단순한 붓질의 흔적을 넘어 조형에 가깝다. 표면은 매끈하게 정리되지 않고, 겹겹이 쌓이며 살아 있는 결을 형성한다. 이 물성은 시각적인 장식 효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감정이 형성되고 중첩되는 과정을 물리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색채 역시 분위기를 꾸미는 요소가 아니라 감정의 층위를 구분하는 언어에 가깝다.
붉은색과 주황색이 만들어내는 강한 터치는 화면에 즉각적인 에너지를 부여한다. 이는 폭발적인 감정의 순간을 연상시키지만, 통제되지 않은 격정으로 흐르지 않는다. 반면 보랏빛과 흰색이 섞여 만들어내는 리듬감 있는 흐름은 화면에 숨을 고르게 하는 여백을 남긴다. 이 대비는 서로 충돌하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감정이 넘치되 무너지지 않는 상태, 작품은 그 미묘한 지점을 정확히 포착한다.
작품의 중심에 놓인 그릇 형태는 단순한 화병의 재현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이 잠시 머무는 자리이자, 삶의 에너지가 흩어지기 전 모여드는 공간에 가깝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꽃잎의 움직임은 확장과 분출을 암시하지만, 중심 구조는 화면을 단단히 지탱한다. 이 중심성은 작품 전체를 안정적으로 묶어주며, 관람자가 화면 안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한다.
이 작품을 소장한다는 경험은 강렬한 이미지를 매일 감당하는 일과는 다르다. 오히려 바쁜 일상 속에서 시선이 잠시 머무는 순간, 잊고 있던 감정의 결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방식에 가깝다. 어떤 날에는 에너지를 북돋우는 화면으로 다가오고, 또 어떤 날에는 감정을 정리해 주는 조용한 장면으로 기능한다. 작품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받아들이는 감정의 온도는 그날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열정과 희열〉은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명확한 서사를 요구하지 않기에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소장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동시에 화면에 남겨진 물성과 색채의 밀도는 작가의 축적된 내공을 분명하게 증명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작품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는 이유다. 공간에 놓였을 때 이 작품은 과도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무심히 지나칠 수 있을 만큼 희미하지도 않다. 시야의 한편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유지하며, 공간의 분위기를 서서히 바꾼다. 이는 단기적인 시각 자극이 아니라, 오래 바라볼수록 힘을 드러내는 회화의 특성에 가깝다.
좋은 컬렉션의 기준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닳지 않는 힘에 있다. 〈열정과 희열〉은 그 힘을 과시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증명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꽃이라는 익숙한 형상을 통해 감정의 에너지와 균형을 시각화한다. 강렬함과 안정감이 공존하는 화면 구성은 소장자의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며, 장기적인 컬렉션 가치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 〈열정과 희열〉은 즉각적인 해석보다 지속적인 감상을 허용하는 회화다. 감정을 소비하지 않고 축적하며, 공간과 시간 속에서 천천히 힘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