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의 배경
시리아 내전의 또 다른 장이 열린 것은 시리아 정부가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시리아민주군(YPG/SDG)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개시하면서부터였다. 분쟁의 발단은 시리아민주군이 기존에 체결된 '3월 10일 합의'를 준수하지 않은 데 있었다. 시리아 정부는 이를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국가 통합과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유프라테스강 서안을 중심으로 대규모 군사 행동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이 결정을 시리아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군사적, 외교적 격변의 서막으로 언급한다.
군사적 압박에서 극적 외교 합의까지, 14개 조항에 담긴 인류의 재건과 화해의 약속
유프라테스강물이 붉게 물들던 시간은 이제 역사의 저편으로 흘러간다. 인류의 문명이 태동했던 그 오래된 강줄기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겨누던 총구가 마침내 땅을 향했다. 2026년 1월, 시리아의 북동부 전역에 울려 퍼진 휴전 선언은 단순한 정전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찢긴 영토를 기워 하나로 만들겠다는 의지이자, 폐허 속에서도 기어이 올리브 가지를 피워내겠다는 한 민족의 처절한 약속이다. 지상의 화려한 외교 수사 이면에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며 오열하는 평범한 이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늘 우리는 전광석화와 같았던 군사 작전의 긴박함과 그 끝에서 마주한 평화의 새벽을 기록한다.
전광석화의 진격, 그리고 되찾은 경제의 동맥
사건의 서막은 유프라테스강 서안에서 올랐다. 시리아 군대가 데이르 하피르와 메스케네를 군사 지역으로 선포하며 막강한 화력을 쏟아부었을 때, 세상은 다시 한번 끝없는 소모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전개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시리아 군은 작전 개시와 동시에 34개의 마을을 신속히 장악하며 타브카 공항 등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했다.
이 진격의 끝에는 국가의 생존이 걸린 '경제적 혈맥'이 있었다. 시리아 최대의 유전인 오마르 유전과 쿠니코 가스전이 시리아 정부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빼앗겼던 에너지가 국영 시리아 석유 회사(SPC)로 환원되던 순간, 그것은 단순히 자원의 이동이 아닌 국가 재건을 위한 가장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순간이었다. 재정적 자율성을 잃은 시리아민주군(SDG) 세력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나, 국가 전체로서는 비로소 자립의 기틀을 마련한 결정적 승리였다.
‘락까’의 눈물과 부족들의 봉기, 민심이 천심이었다
군사적 성공보다 더 강력했던 것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른 민심의 변화였다. 락까, 부케말, 하사카의 아랍 부족들은 더 이상 분열을 원하지 않았다. 부족 지도자들이 자녀들에게 귀환을 촉구하며 시리아 정부 지지를 선언하자, 거대한 반전이 일어났다.
락까 시내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들고일어났다. 5km 앞까지 다가온 정부군의 압박 속에서 시민들은 스스로 억압의 상징이었던 동상들을 철거했다. 억류되었던 여성과 아이들이 풀려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락까의 거리, 그리고 부족 세력이 자발적으로 시리아민주군(SDG)를 몰아낸 데이르에조르의 풍경은 이 전쟁의 실질적인 승자가 누구인지를 웅변한다. 총칼로 세운 자치는 민심의 파도 앞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다마스쿠스의 밀실에서 피어난 외교의 꽃
전장의 포연이 가시기도 전, 수면 아래에서는 숨 가쁜 외교전이 펼쳐졌다. 초기에는 우려를 표하던 국제사회도 전세의 기울기를 확인하자 실용적인 대화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미국의 톰 배럭 특사가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아흐메드 샤라 대통령과 마주 앉은 순간이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전화기 너머로 항구적 휴전을 촉구하며 힘을 보탰다. 강대국들이 분열 대신 파트너십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14개 조항의 역사적인 평화 협정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SDG 병력의 국방부 편입, 에너지 자원과 국경 통제권의 반환. 이 종이 한 장에 담긴 약속들은 '통합 시리아'라는 거대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평화는 이제 시작일 뿐, 남겨진 과제들
분쟁은 끝났지만, 진정한 평화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을 뿐이다. 수만 명의 SDG 병력을 하나의 군대로 녹여내는 과정, 전쟁터가 되었던 마을의 인프라를 다시 세우는 일, 그리고 오랜 갈등으로 패인 서로의 가슴속 깊은 골을 메우는 사회적 화합은 총칼보다 더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프라테스 강변으로 돌아오는 피난민들의 발걸음에서 우리는 희망의 실체를 본다. 강력한 군사적 결단이 외교적 타결의 길을 열었듯, 이제는 단단한 행정적 결단이 시리아의 내일을 비추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