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얼(魂)이 들어오고 나가는 굴(窟)이라는 두 단어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즉, “얼”이라는 우리말의 의미는 “영혼”이라는 뜻이고, “굴”이라는 우리말의 의미는 “통로”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얼빠진 놈은 혼이 빠진 놈, 멍청한 놈이라는 말이고, 얼간이는 얼이 나간 놈이라는 말이고, 어리석은 놈은 얼이 썩은 놈이라는 말이다. 또 죽은 사람의 얼굴과 산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지성이 가득 찬 사람의 얼굴과 욕심이 가득 찬 사람의 얼굴도 다르다.
실제로 우리 몸체의 근육 가운데 얼굴의 근육이 80개로 가장 많다고 한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얼굴의 모습은 7천 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의 얼굴에 살아온 삶의 흔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렇게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요, 인성과 인격의 거울이요, 몸에 배인 삶의 연륜을 나타내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된 사람의 경우는 얼굴이 그 사람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수사관들이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자 할 때 먼저 얼굴을 살피는 것은 마음의 상태에 따라 얼굴이 달라지기 때문이란다. 사람의 얼굴은 이렇게 영혼이 빠져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곳이므로 항상 변화무쌍하다고 한다. 얼이 제대로 박혀있는지, 빠져있는지, 편안한지, 불편한지는 그 사람의 인성과 인격의 현주소인 얼굴 표정이 말해준다는 것이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사람마다의 얼굴이 가지는 표정은 그 사람의 자라온 환경과 살아온 역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고목나무의 부러진 가지와 군데군데 파인 깊은 홈이 그 고목나무가 어떻게 비바람과 새들의 공격을 이겨내고 살아왔는지를 대변하고 있듯 사람의 얼굴표정은 그 사람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과 겪어온 우여곡절이 오롯이 녹아있는 인생록과 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을 설명해 주는 가장 우수한 대변자라고 한다.
사주관상을 공부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도 득도한 스님의 얼굴을 보면, 또 여러번 중죄를 지은 악독한 자의 얼굴을 보면 뭔가 서로의 얼굴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눈 후 “학자님 같아 보입니다, 신앙심이 깊은 분인듯 합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상대방을 평가할 때가 많다.
인간세상에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듯 우리의 얼굴은 더욱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항상 평화롭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온유한 얼굴을 가지게 될 것이고, 항상 남을 속이고 사기 칠 생각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간사한 얼굴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경찰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행동분석관)들은 죄인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전해오는 얼굴 표정의 변화만 보아도 범죄의 유무에 대해 70~80%의 확신성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이는 프로파일러에 국한된 사실이 아니다. 얼굴표정과 그 사람의 인성 및 인격에 대해 조사한 통계를 보면 우리가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얼굴에서 풍기는 첫인상을 통해 단 5초 만에 그 사람을 판단한다고 한다. 그런 첫인상은 외모와 표정과 언행이 80%를 결정하고, 목소리와 말하는 방법이 13%, 그리고 전해지는 인성과 인격이 7%를 결정한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국회의원들과 고위 관료들 중에는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이 희대의 살인마, 희대의 사기꾼, 희대의 강도범 못지않은 자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수많은 직업 분야 중에서도 유독 정치 분야에만 정치건달(政治乾達)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걸 보면 정치건달이라는 말이 결코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알고도 남는다. 허니 국회의원들이여, 법을 고치기 전에 그대들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닦아 그대들의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부터 고쳐라.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내 얼굴은 나의 거울이기 이전에 나의 이력서이고, 나의 과거가 고스란히 녹음된 녹음파일이고, 내 스스로 찍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항상 밝은 얼굴, 희망찬 얼굴, 알차게 익은 얼굴, 감사하는 얼굴을 가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볼 때 공자가 “나이 40이 되면 얼굴에 책임을 져라”고 한 말은 결코 듣고 넘길 말이 아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40 이상이 된 자들이여, 그대 얼굴에 책임을 져라.
-손 영일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