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동네 병원, 정부가 붙잡는다 - 지역필수의료 회생 위한 대규모 재정 준비 본격화

복지부, 지자체·의료계와 수요조사 착수…2027년 특별회계 즉시 투입 목표

권역·지역·기초 단위로 의료체계 재설계…중증부터 일차의료까지 촘촘히

지역완결형 의료 구축 위한 협력 네트워크와 인력 양성 병행 추진

 

 

 

지역 병원이 문을 닫고 의료 공백이 일상이 되는 현실 속에서 정부가 지역의료 회생을 위한 본격적인 재정 준비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역필수의료법’ 제정에 맞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계를 대상으로 대규모 수요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2027년부터 신설될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가 출범 초기부터 현장에 실질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사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부는 법 시행 이후 재정이 지연되거나 방향성을 잃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법 제정 이전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사업과 예산 수요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요조사는 전국 17개 시·도를 비롯해 관계 중앙부처, 국립대병원, 관련 학회와 의료단체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주체에는 지역 주도로 필수의료와 공공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사업계획과 이에 수반되는 재정 규모를 제출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명확히 재정립한다는 방침이다. 초광역 및 광역 단위에서는 국립대병원 등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고난도 중증질환 치료 역량을 대폭 끌어올린다. 환자가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서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인프라와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 단위에서는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이 필수의료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도록 기능 특성화와 역량 강화가 추진된다. 단순한 유지가 아닌, 지역 의료 수요에 맞춘 역할 재정립과 선택적 집중이 병행될 예정이다.

 

기초 단위인 읍·면·동에서는 주민의 일상 건강을 책임지는 경증 및 일차의료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해, 주민과 가장 가까운 의료 접근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복지부는 시설과 장비 확충에 그치지 않고, 의료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는 ‘진료협력체계’ 중심의 투자 수요도 함께 살핀다. 중증소아, 중증외상과 화상, 심혈관 질환, 희귀질환 등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 내 진료 연계 네트워크 구축 사업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지역의료 인력난 해소 역시 중요한 축이다. 권역 거점병원이 주도하는 전문의 양성 프로그램을 비롯해, 필수의료 분야 인력 확보와 장기 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인력 지원 방안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조사되고 있다.

 

복지부는 다음 주까지 접수된 수요를 분석한 뒤, 이를 2027년도 예산안 편성과 중장기 지역필수의료 재정 투입 전략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법이 통과되는 즉시 복지부와 시·도 간 ‘지역필수의료법 정례협의체’를 구성해 투자 방향과 하위법령 제정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논의한다.

 

고형우 필수의료지원관은 “지역필수의료법과 특별회계 신설은 붕괴 위기에 놓인 지역의료를 되살릴 수 있는 결정적 기회”라며 “현장의 절실한 요구가 정책과 예산에 빠짐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수요조사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한 사전 정비 단계다. 권역·지역·기초 단위로 의료체계를 재설계하고, 협력 네트워크와 인력 양성을 병행함으로써 지역 의료 공백을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지역의료 붕괴는 단기간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법 제정 이전부터 재정과 사업을 구체화하는 선제적 접근을 통해,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수요조사가 향후 지역의료 정책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작성 2026.01.24 05:58 수정 2026.01.2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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