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기획연재] 3화 "레고를 사랑한 아티스트" LegitBricks 오재용, 장난감을 넘어 진짜(Legit) 예술이 되다

규격화된 세계를 부수고 다시 쌓는 레고 시네마틱 포토그래퍼 LegitBricks

공대생의 ‘수상한 딴짓’이 ‘소장하고 싶은 파인 아트(Fine Art)’로... 덕업일치

"AI 시대에 왜 ‘굳이’ 실물을 고집하나"... 4cm 브릭의 아날로그 반란

‘Brick by Brick, comes the Legit (한 조각 한 조각 쌓여, 마침내 본모습을 드러내다)’

 

전통적으로 파인 아트(Fine Art)는 실용성보다는 순수한 미적 가치와 작가의 창작 의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예술을 일컫는다. 캔버스 위의 유화나 대리석 조각이 점유하던 이 견고한 성역에,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치부되던 4cm 남짓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도전장을 내민 아티스트가 있다.

<The Imaginary Pocus>가 만난 이번 [창간특집기획연재] ‘oo을 사랑한 아티스트’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LEGO로 진짜(Legit) 예술을 쌓아 올리는 아티스트, 레고 시네마틱 포토그래퍼 LegitBricks 오재용 작가를 만났다.

 

‘The Dark Knight’  전세계 장난감 사진가들 사이에서 강한 눈도장을 찍게 해준 작품 = LegitBricks 작가 제공

 

공대생의 유일한 취미, 그리고 인도인 인친의 한마디
LegitBricks 오재용 작가의 시작은 거창한 예술적 야망이 아니었다. 그저 살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공과대학 재학 시절, 감당하기 힘든 과제 폭격 속에서 그가 찾은 유일한 해방구가 바로 레고였다. 위기감이 들 정도로 바빴지만, 영감이 떠오르면 즉시 실행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 탓에 전공 서적을 밀어두고 브릭을 잡았다는 그는, 오히려 레고를 만지며 과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얻곤 했다.

 

초기에는 영화적 연출 감각을 익히기 위해 마블이나 DC 히어로 영화의 스틸컷을 무작정 따라 찍었다. 혼자만의 취미로 끝날 뻔했던 그의 작업물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것은 다름 아닌 종종 대화를 나누던 인도인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이었다. 그의 사진을 본 친구는 당장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라며 등을 떠밀었고, 그렇게 시작된 7년여의 여정은 그를 단순한 수집가에서 독보적인 세계관을 가진 아티스트로 성장시켰다.

 

디지털 시대에 고수하는 아날로그의 뚝심
AI가 그림을 그리고 디지털 합성이 만능인 시대지만, LegitBricks 오재용 작가는 피사체인 레고만큼은 반드시 실물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배경 생성 등 효율성을 위해 AI를 도구로 활용할지언정, 작품의 본질인 레고는 작가의 손끝에서 직접 놓이고 조명 받아야만 레고 사진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 방식은 레고의 규격을 파괴하는 데서 빛을 발한다. 관절이 제한적인 기성품의 한계를 넘기 위해, 그는 양면테이프를 이용해 팔다리를 분리해 붙이거나 관절을 비트는 과감한 시도를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물리적 변형을 통해 스파이더맨의 역동적인 거미줄 발사나 배트맨의 활강 장면을 구현해낸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에 대해 “역설적이지만 레고의 규격적 제한이 상상력의 동력이 된다”고 설명한다.

 

“때로는 그 규격 안에서 최대치를 뽑으려고 하고, 때로는 그 규격을 깨면서 최대치를 뽑습니다. 어느 방식이든, 순응을 하든 저항을 하든 가장 좋은 퀄리티를 뽑기 위한 목적인 만큼, 그 규격적 제한이 어쩌면 역설적으로 상상력을 더 키우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 레고의 한계는 멈춤 신호가 아니라, 상상력을 점화(Lights)시키는 강력한 기폭제인 셈이다.

 

하와이의 노숙자, 그리고 한국의 편견
LegitBricks 오재용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확립한 결정적 변곡점으로 2020년 하와이 여행을 꼽는다. 국내에서는 성인이 레고를 다루는 것을 철없는 장난이나 오타쿠의 취미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해, 대학 2학년 때까지는 자신의 취미를 남들에게 숨겨야 했고 야외 촬영은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하와이의 거리는 달랐다.

 

“하와이는 노숙자 문제가 꽤 심한 편인데, 심지어 그분들조차 제가 촬영하고 있으면 본인이 자진해서 자리를 비켜줄 정도로 제 행위를 단순한 놀이가 아닌 작품 활동으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레고도 아트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이 강렬한 존중의 경험은 그에게 내 작업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는 그가 국내 시장의 편견을 깨기 위해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하여 역수입의 레버리지를 노리는 전략적 선택의 배경이기도 하다.

 

메타버스에서 고베, 그리고 인사동까지: Brick by Brick의 증명
LegitBricks 오재용 작가의 경력은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숨 가쁘게 확장되어 왔다. 2021년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의 공식 인플루언서로 선정되어 3년간 활동하며 디지털 팬덤을 구축한 그는, 이제 현실 세계의 갤러리에서 그 가치를 증명해냈다.

2024년에는 일본 고베 로코 섬에 있는 Canadian Academy 국제학교에서 열린 박람회형 전시회인 재팬 브릭페스트(Japan Brickfest)에 참가해 글로벌 관객들에게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이러한 국제적 감각을 바탕으로 작년인 2025년에는 더욱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6월 인사동 갤러리솜(SOM Gallery)에서 브릭의 시선(The Brick Of View)이라는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열었고, 8월에는 강남 플럼위스키하우스에서 브릭의 심연 (The Abyss of Bricks) 이라는 타이틀로 레짓브릭스 두 번째 개인전(Solo exhibition)까지 연달아 개최하며 파인 아트 작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Colours and Sci-Fi characters’ 상업적 가치를 지닌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 = LegitBricks 작가 제공

 

‘Photoshooting at Gardens by the bay’ 작가의 초심과 개인적 서사를 투영한 작품 = LegitBricks 작가 제공

 

작가의 세계를 증명한 3가지 인생작
LegitBricks 오재용 작가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탱하는 세 가지 이정표를 소개했다.
첫째, ‘The Dark Knight’다. 전 세계 장난감 사진가 2,000여 명이 참여한 경연에서 당당히 4위에 선정된 작품으로, 글로벌 무대에 LegitBricks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둘째, ‘Colours and Sci-Fi characters’다.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제도권 갤러리 심사를 통과해 전시에 걸린 데뷔작이다. 작가 스스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실제 판매까지 이루어지며, 레고 사진이 상업적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셋째, ‘Photoshooting at Gardens by the bay’다. 2018년 싱가포르 여행 당시, 대학 신입생이었던 자신이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던 모습을 레고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단순한 풍경 재현을 넘어,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자신의 초심과 개인적 서사를 투영했다는 점에서 그에게 깊은 의미를 지닌다.

 

기술적 재현을 넘어 서사의 세계로
LegitBricks 오재용 작가는 현재 스스로를 과도기에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시네마틱한 조명과 구도 등 기술적 완성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작품 안에 고유한 이야기(Storytelling)를 담는 데 몰두하고 있다.

특히 작년 9월 강남 로하갤러리에서 열린 그룹전은 그가 추구하는 스토리텔링의 시작을 보여주었다. 그는 집들이 선물이라는 테마를 통해 레고 작품에 새 출발을 응원하는 따뜻한 서사를 입혔다. 이는 레고를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누군가의 공간에 놓일 품격 있는 인테리어 오브제로 제안하며 대중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힌 시도였다.

그는 예술의 여부는 결과물의 형태가 아니라 제작자의 의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붓이나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레고 역시 작가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도구일 뿐이며,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철학이 곧 파인 아트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인식을 뒤집다
그의 시선은 이제 세계를 향해 있다. 일본 전시를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그리고 레고의 본고장 덴마크까지 해외 무대에서 먼저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해외에서의 성공을 강력한 지렛대 삼아, 국내에서도 레고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당당한 예술 장르로 인정받도록 대중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포부다.

인터뷰를 마치며 LegitBricks 오재용 작가는 망설이는 이들에게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어떤 도구를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 도구로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신(God)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일단 저지르십시오. 밑져야 본전입니다.”

 

4cm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무한한 우주를 짓는 LegitBricks 오재용 작가. 메타버스에서 시작해 고베를 거쳐 인사동으로, 그리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그의 진짜(Legit) 이야기는 이제 막 첫 챕터를 넘겼을 뿐이다.

 

[아티스트 소개: LegitBricks 오재용]
공학도 출신으로 7년간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레고 시네마틱 포토그래퍼다. ‘한 조각 한 조각 쌓여, 마침내 본모습을 드러내다(Brick by Brick)’는 슬로건 아래, AI 시대에도 실물 촬영을 고집하며 ‘진짜(Legit)’ 예술을 추구한다. 메타버스(ifland) 공식 인플루언서 및 글로벌 콘테스트 4위 입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4년 일본 전시에 이어 2025년 솜갤러리와 플럼위스키하우스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연달아 성료하며, 레고를 소장 가치가 있는 예술 작품이자 인테리어 오브제로 증명해 나가고 있다.
 

[The Pocus Archive: 아티스트 아카이브 – OO을 사랑한 아티스트]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상상의 힘에 있다. 본지 The Imaginary Pocus는 창간을 맞이하여 기술만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과 상상 세계를 지켜가는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연재 시리즈 [OO을 사랑한 아티스트]를 선보인다. The Pocus Archive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가치를 사랑하며 인간 중심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아티스트들을 엄선하여 기록할 예정이다.


 

 

 

 

 

 

 

작성 2026.01.25 18:02 수정 2026.01.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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