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과 구리는 모두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이는 월가에 광범위한 공황을 초래하고 있다
2025년은 귀금속에 투자한 이들에게 특별한 해였다. 올해 초 이후 구리 가격은 약 30% 상승했고, 은 가격은 같은 기간 128% 급등했다. 이런 흐름은 과거에 본 적이 없다고 느낄 정도다. 은과 구리 가격을 억제하려 해온 세력에게는 결코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손실은 더 큰 손실로 이어졌다. 서구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가격 억제를 시도해 왔지만, 인공지능(AI) 혁명이 요구하는 실물 자원의 규모 앞에서 그 시도는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건설 중인 수천 개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멈추지 않는 한, 실물 은과 구리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종이화폐의 구매력이 빠르게 약화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실물 은 매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진다. 인도에서는 2025년 가을, 축제 수요와 투기적 매수, 제한된 글로벌 공급이 겹치며 심각한 실물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 여파는 인도 국내를 넘어 국제 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일시적 과열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산업용 은 수요의 구조적 증가는 분명한 사실이다. 국제 비영리 단체 실버 인스티튜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은을 ‘차세대 금속’으로 규정하며, 디지털 전환과 청정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필수적인 소재라고 평가했다.
기술 산업의 변화는 이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삼성 SDI가 개발 중인 차세대 고체 배터리는 은-탄소(Ag–C) 복합 양극을 핵심 요소로 삼는다. 이 설계는 은을 단순한 보조 전도체가 아닌, 활성 전기화학 물질로 사용한다. 고체 배터리가 본격 보급될 경우, 차량 한 대에 사용되는 은의 양은 기존 내연기관이나 전기차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2020년대 후반까지 연간 수천만 온스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은과 구리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산업 단체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AI 확산이 디지털 경제 전반에서 은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성능 반도체의 내부 연결과 패키징에 은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구리의 경우 상황은 더욱 극적이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5,000~15,000톤의 구리를 사용했다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는 시설 하나에 최대 5만 톤의 구리가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리 가격 급등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구리 도난이 급증하며 통신망과 전력 인프라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1년간 1만5,000건 이상의 통신망 공격이 발생했고, 그 상당수가 구리 절도와 관련돼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식스 스트리트 다리는 개장 이후 수 마일에 달하는 구리선이 도난당하며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이어지는 한, 은과 구리에 대한 수요 압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흐름은 이미 시작됐고,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변화가 단순한 가격 변동 이상의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이다.
-마이클 스나이더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