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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 "시월드가 지옥"... 명절 끝, 법원으로 달려가는 부부들

"남의 집 귀한 딸, 며느리는 종이 아니다"

TV 앞 남편, 부엌의 아내... 비겁한 '대리 효도'

조상 덕 보려다 자식 갈라놓는 명절의 비극

사진=AI생성

매년 명절 연휴가 끝난 직후 법원 앞은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이혼 소장을 접수하러 온 부부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굳이 들추지 않아도, 현장에서 느끼는 명절 이혼의 체감 온도는 상상 이상이다. 

 

일가친척이 모여 덕담을 나누어야 할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만드는 가장 잔혹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왜 즐거운 명절이 이혼의 뇌관이 되는 것일까.

 

경찰 생활 35년간 수많은 가정폭력 현장을 목격했지만, 명절 전후의 부부싸움은 그 강도와 양상이 다르다. 평소 쌓여왔던 고부갈등, 장서갈등이 명절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폭발한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시월드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명절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며느리는 손님이 아니라 일꾼 취급을 받는다.

 

"내가 네 집 식모냐?"라는 아내의 절규는 단순한 투정이 아니다.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앞치마를 두르고 온종일 기름 냄새를 맡으며 전을 부치고 상을 차리는 동안, 남자들은 거실에 앉아 TV를 보며 술잔을 기울인다.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노동 착취다.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다가 왜 자기 조상 제사상 차리는 데 종처럼 부리는가. 며느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가짜 화목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남편들의 태도다. 아내가 주방에서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속이 문드러지는 동안, 중간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투명 인간 남편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아내에게 "일 년에 며칠인데 그것도 못 참아?"라며 되레 큰소리치는 남편들을 보면, 경찰이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 등을 때려주고 싶을 지경이다. 자기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해라. 아내를 앞세워 생색내는 대리 효도는 비겁한 짓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참지 않는다. 부당하다고 느끼면 바로 잡으려 하고, 그게 안 되면 관계를 끊어버린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여전히 "옛날에는 다 그러고 살았다"라며 구시대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조상 덕 보려고 제사 지내다 자식들 이혼시키는 꼴이다. 며느리가 웃어야 집안이 산다. 며느리를 부려먹을 생각 말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금일봉이라도 쥐여줘라.

 

명절 증후군은 몸의 병이 아니라 마음의 병이다. 억지로 모여 서로에게 상처만 줄 바에는 차라리 각자의 집에서 편안하게 쉬는 각자 명절이 나을 수도 있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형식적인 의례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돌아오는 설날에는 법원 가정법원 앞이 좀 한산해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당신 옆에 있는 배우자의 굳은 표정부터 살피고 위로해야 한다. 명절은 며느리 잡는 날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날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사진=전준석 칼럼니스트

전준석 칼럼니스트는 경찰학 박사이자 35년간의 경찰 생활을 총경으로 마무리한 치안 행정 전문가다. 현재 한국인권성장진흥원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데 헌신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주요 기관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성인지감수성, 4대폭력 예방, 자살 예방 및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인권 예방, 리더십 코칭 등 폭넓은 주제로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범죄심리학', '다시 태어나도 경찰',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4월 어느 멋진 날에', '그대는 늘 선물입니다' 등이 있다. 경찰관으로 35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국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차별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인권이 성장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을 연재 중이다.

작성 2026.02.09 08:00 수정 2026.0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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