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연휴가 끝나면 지구대 전화벨 소리가 유독 서글프게 울린다. "옆집에서 며칠째 인기척이 없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출동해 잠긴 문을 뜯고 들어가면, 3평 남짓한 좁은 원룸이나 고시원 방 한구석에 웅크린 채 싸늘하게 식어있는 청년을 마주하곤 한다.
밥상 위에는 며칠 전에 먹다 남은 편의점 도시락 빈 통과 소주병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남들은 가족들이 모여 전을 부치고 웃음꽃을 피우던 그 시간에, 누군가는 차가운 방바닥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는 이것을 고독사라 부른다.
과거 고독사는 독거노인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20대, 30대 청년 고독사 비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취업난, 생활고, 그리고 사회적 고립이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건, 이들의 죽음이 발견되는 시점이다. 월세가 몇 달째 밀려서, 혹은 문 앞에 택배 상자가 너무 높게 쌓여서 집주인이 문을 열 때까지 아무도 그들의 부재를 모른다.
현장에서 본 청년 고독사의 흔적은 참혹하다기보다 슬프다. 벽에는 수십 장의 이력서와 토익 점수표가 훈장처럼, 아니 유서처럼 붙어 있다. 책상에는 '공무원 합격', '대기업 입사'라 적힌 포스트잇이 색바랜 채 붙어 있다. 성공해서 금의환향하겠다며 고향을 떠나왔을 그 청년에게, 서울의 옥탑방과 고시원은 꿈을 키우는 둥지가 아니라 세상과 단절된 감옥이었다.
사회는 이들을 실패자나 낙오자로 쉽게 규정한다. "노력이 부족해서", "의지가 약해서 숨어버린 것"이라고 혀를 찬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구조적 절망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월세를 내고 나면 밥 사 먹을 돈도 없는 현실, 한 번 넘어지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사회 안전망의 부재가 그들을 방 안에 가뒀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힘내, 아프니까 청춘이야"라는 영혼 없는 위로가 아니라, 당장 끼니를 해결할 밥 한 끼와 "밥은 먹었어?"라고 물어봐 줄 단 한 사람이었다.
더욱 가슴 아픈 건 죽음 이후다. 경찰이 유족을 찾아 연락해도, "오랫동안 연락 안 하고 살았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장례 치를 돈이 없습니다"라며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그 청년은 '무연고 사망자'가 되어 공영 장례로 쓸쓸히 흩어진다. 가난이 가족의 연마저 끊어놓은 것이다. 화려한 스펙과 무한 경쟁만을 강요하는 이 사회가, 정작 가장 빛나야 할 청춘들을 차가운 안치실로 밀어 넣고 있다.
이제는 방문을 열어야 한다. 지자체와 정부는 통계 숫자 놀음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울고 있을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이웃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옆집 청년에게 건네는 "안녕하세요"라는 사소한 인사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마지막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방,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칼럼니스트 소개

전준석 칼럼니스트는 경찰학 박사이자 35년간의 경찰 생활을 총경으로 마무리한 치안 행정 전문가다. 현재 한국인권성장진흥원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데 헌신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주요 기관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성인지감수성, 4대폭력 예방, 자살 예방 및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인권 예방, 리더십 코칭 등 폭넓은 주제로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범죄심리학', '다시 태어나도 경찰',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4월 어느 멋진 날에', '그대는 늘 선물입니다' 등이 있다. 경찰관으로 35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국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차별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인권이 성장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을 연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