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강남역에 내리면 출구로 나가는 긴 통로가 온통 같은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비포(Before) & 애프터(After)." 퉁명스러워 보이던 눈이 시원하게 커지고, 낮았던 코가 오뚝하게 솟은 사진들이다.
그 아래에는 "입학 전 예뻐지세요", "취업 프리패스 관상"이라는 문구가 유혹한다. 바야흐로 졸업과 입학 시즌,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성형 공화국으로 변모 중이다.
라떼는 말이야, 라는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이 말은 해야겠다. 예전 졸업 선물은 만년필이나 가방, 조금 비싸면 시계 정도였다. 사회에 나가는 자녀의 앞날을 축복하는 의미였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엄마, 나 졸업 선물로 쌍수(쌍꺼풀 수술) 해줘." 부모 손을 잡고 성형외과를 찾는 고3 수험생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부모들도 "대학 가서 기죽지 말라"며 기꺼이 카드를 긁는다. 자녀의 얼굴에 칼을 대는 것을 선물이라 부르는 세상, 과연 정상인가.
더 가슴 아픈 건 이것이 단순히 아이들의 허영심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만난 취업 준비생들은 "면접에서 외모도 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토익 점수나 자격증만큼이나 호감 가는 외모가 합격의 당락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채용 과정에서 외모 차별을 겪었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니 청춘들이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얼굴을 고치러 달려가는 것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이 사회가 그들을 수술대 위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35년 경찰 생활을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범죄자도 있었고 피해자도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은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에 당당하고, 눈빛이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다들 어디서 본 듯한 비슷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획일화된 미의 기준이 개개인의 고유한 매력과 인권마저 깎아내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외모는 껍데기일 뿐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눈치 보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자존감에서 나온다. "너는 눈이 좀 작아서 답답해 보여"라는 무심한 지적질이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갓 교복을 벗은 아이들에게 "살 좀 빼라", "코만 하면 딱인데"라는 말 대신, "고생했다, 너는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난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가치는 콧대의 높이가 아니라, 그 사람이 품은 생각의 깊이로 결정되는 법이다.
성형외과 광고판보다 더 빛나는 것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땀방울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전준석 칼럼니스트는 경찰학 박사이자 35년간의 경찰 생활을 총경으로 마무리한 치안 행정 전문가다. 현재 한국인권성장진흥원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데 헌신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주요 기관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성인지감수성, 4대폭력 예방, 자살 예방 및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인권 예방, 리더십 코칭 등 폭넓은 주제로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범죄심리학', '다시 태어나도 경찰',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4월 어느 멋진 날에', '그대는 늘 선물입니다' 등이 있다. 경찰관으로 35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국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차별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인권이 성장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을 연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