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과 교제폭력 피해자가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안전한 거처 확보다. 위협에서 벗어났더라도 머물 공간이 불안정하면 일상 회복은 요원하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성평등가족부가 올해부터 피해자 주거지원을 한층 강화한다.
성평등가족부는 29일,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의 신변 보호와 생활 안정을 위해 긴급주거와 임대주거 지원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단기 보호에 그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위기 대응부터 중장기 정착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긴급주거지원 임시숙소가 확대된다. 기존 76호에서 80호로 늘어나며, 이용 기간도 종전 30일 이내에서 최대 3개월까지 연장된다. 위기 상황 초기에 충분한 보호 시간을 확보해 피해자가 향후 거취를 차분히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실제 긴급주거지원 이용자는 2024년 272명에서 2025년 443명으로 크게 늘며 수요 증가가 확인됐다.
임대주택을 통한 주거지원도 안정성이 강화된다. 이용 가능 기간이 기존 3개월 이내에서 최대 12개월까지 확대되면서, 피해자가 장기간 불안정한 거주 환경을 전전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 조성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임대주택 입주율은 70퍼센트를 넘어, 현장 활용도 역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거 선택권을 넓힌 점도 눈에 띈다. 현 거주지나 직장과의 거리, 자녀 돌봄 등의 사유로 임시숙소 이용이 어려운 피해자를 위해 공유숙박시설 등 개인이 희망하는 숙소 이용 비용을 지원한다. 동시에 인접한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과 연계를 강화해 보호 공백을 줄이고 있다.
아울러 피해 유형과 관계없이 적용되는 폭력피해자 주거지원사업도 개선된다.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등 피해 종류와 무관하게 피해자와 가족이 함께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보호시설 입소 여부나 경찰 신고와 상관없이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지원 대상이 된다.
이 사업을 통해 확보되는 공공임대주택 물량도 꾸준히 늘어난다. 운영 호수는 2024년 351호에서 2025년 354호로 증가했으며, 2026년에는 364호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단기 대피 중심이 아닌, 장기적인 생활 기반 마련에 방점을 찍은 구조다.
제도 개선의 핵심은 조기 정착 지원이다. 성평등가족부는 피해자가 보다 빠르게 안정적인 주거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LH와 SH 등 공공주택사업자의 국민임대주택 우선 입주권 부여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주거지원시설에 2년 이상 입주해야 했으나, 이를 1년 이상으로 줄이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올해 상반기 중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폭력 피해자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안전한 주거 공간”이라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빈틈 없는 주거지원 체계를 통해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거지원 강화는 긴급 보호에서 중장기 정착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지원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용 기간 확대와 선택권 보장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자립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폭력 피해 회복의 출발점은 안전한 공간이다. 성평등가족부의 주거지원 강화 정책은 단순 보호를 넘어, 피해자가 삶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제도 개선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