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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_기업인편] SK최태원 회장, 위기 속에서도 ‘사회적 가치’ 경영을 말하다

‘딥 체인지’를 선택한 경영자 위기와 논쟁 속에서 SK를 바꾼 최태원의 25년

사진출처 나무위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국 재계에서 가장 극적인 리더십 변곡점을 경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8년, 예고 없이 닥친 선대 회장의 별세와 함께 그는 갑작스럽게 그룹의 경영 최전면에 섰다. 그리고 이후 25년, SK그룹은 위기·논쟁·실험을 반복하며 국내 재계 2위, 글로벌 기업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 여정의 중심에는 ‘혁신적 변화(Deep Change) 아니면 서서히 사라짐(Slow Death)’이라는 최태원의 선택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승계, 그리고 ‘만장일치’의 배경

최태원 회장은 1992년 SK상사에 부장으로 입사한 뒤 상무를 거쳐 SK주식회사 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SK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98년 8월 26일,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하자 SK그룹은 뚜렷한 유언 없이 경영권 공백 상태에 놓였다. 재계 안팎에서는 그룹 분열 가능성까지 거론될 만큼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최종건 회장의 장남이자 SK케미칼 회장이었던 최윤원이다. 그는 “형제들 가운데 태원이 가장 뛰어나다”며 최태원을 그룹의 후계자로 추천했고, 결국 만장일치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 최태원은 그해 9월,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SK그룹 수장에 올랐다.

 

IMF 이후, ‘딥 체인지’ 선언

최태원이 회장에 취임한 시기는 IMF 외환위기 직후였다. 기업 환경은 극도로 악화돼 있었고, 그룹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요구되던 시기였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혁신적 변화를 하지 않으면 서서히 죽을 것”이라며 그룹 체질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2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그룹 CEO 세미나에서는 이른바 ‘제주선언’을 발표한다. “생존 능력이 없는 계열사는 흑자라도 정리하겠다”는 이 선언은 재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SK는 계열사의 3대 생존 조건으로 ▲사업 모델의 경쟁력 ▲세계적 수준의 운영 효율성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플러스를 제시했다. 2005년까지 일정 수준의 이익을 내지 못하면 과감히 정리한다는 원칙이었다.

 

소버린 사태와 지배구조 개편

SK의 변화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SK는 소버린 사태라는 중대한 위기를 맞는다.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식회사 지분 14%를 매입하며 경영권 탈취를 시도한 사건은 SK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평가된다.

당시 SK는 주주총회 표 대결 끝에 승리했다. 펀드앤큐리티 등 우호 세력과 외국인·소액주주의 지지를 확보한 결과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방어에 그치지 않았다. SK는 이를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중심 경영을 본격 추진했다. 이사회의 70%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투명 경영을 선언했다. 이후 2007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한 단계 진화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2008년 9월,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힘겨웠던 SK그룹이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은 전적으로 임직원 덕분”이라며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는 위기 극복의 책임을 조직 전체와 공유하는 리더십의 단면으로 전해진다.

 

사법 리스크와 복귀 이후의 성장

2013년, 최태원 회장은 선물투자를 위한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14년 3월에는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2015년 8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복권됐고 이후 SK 회장직에 복귀했다.

복귀 이후 SK그룹의 실적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자산 규모와 매출이 크게 늘며 국내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섰고, 에너지·정보통신 중심의 기존 포트폴리오를 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산업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 취임 후 25년간 SK그룹 자산총액은 약 10배, 매출은 6배, 영업이익은 9배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수출액은 약 83조4천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이는 2022년 대한민국 전체 수출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의 한 수’로 불린 하이닉스 인수

최태원 회장의 가장 상징적인 결정은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다. 에너지·화학·통신 중심의 사업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인수 당시에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컸다. 그러나 인수 후 SK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반도체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대규모 시설·R&D 투자를 단행했고, 이는 이후 업황 반등과 함께 성과로 이어졌다. 하이닉스는 SK 편입 이후 10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SK그룹은 제조업 수출 비중 70%를 넘는 수출 지향형 기업집단으로 탈바꿈했다.

 

바이오·사회적 가치·ESG 경영

최태원 회장은 바이오 사업 역시 장기 전략으로 육성해왔다. 선대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제약·바이오 연구는 SK바이오팜 출범으로 본격화됐고, 미국 FDA와 EMA 승인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국내 기업 가운데 FDA 혁신 신약 2개를 보유한 사례는 드물다.

또한 그는 사회적 가치와 ESG 경영을 경영의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 2009년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 참여를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 MBA 개설, ‘더블 보텀 라인’ 개념 제시,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 도입 등으로 ESG 경영을 제도화했다. SK그룹은 RE100 가입, ESG 평가 상위권 기록 등으로 대표적인 ESG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과 민간 외교

2021년 2월,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했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최초다. 이후 IT 기업 대표를 부회장단에 합류시키고, 한미 정상회담·부산엑스포 유치 등에서 민간 외교 역할을 수행했다. 방송 출연을 통한 국가 발전 프로젝트 기획 역시 그의 제안으로 진행됐다.

 

스포츠와 사회, 그리고 사람 중심 경영

최태원 회장은 스포츠 후원과 현장 참여로도 알려져 있다. 농구·야구·축구 등 다양한 종목을 직접 관람하고, 비인기 종목 후원 확대에도 나섰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무료 급식소 지원과 소상공인 도시락 구매를 통해 사회적 연대를 실천했다.

2019년에는 ‘행복토크 100회’를 진행하며 구성원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를 ‘구성원의 행복’으로 두겠다는 메시지는 SK 경영 철학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위기 속에서 선택한 길

최태원의 경영사는 끊임없는 위기와 선택의 연속이었다. IMF, 소버린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사법 리스크 등 수차례의 시험대 앞에서 그는 체질 변화와 장기 투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 SK그룹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ESG를 아우르는 복합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했다.

그의 경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확신’과 ‘전환’이다. 기존에 안주하지 않고, 논쟁을 감수하며 미래를 선택하는 것. 최태원의 25년은 한국 대기업 경영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압축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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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2.07 19:16 수정 2026.02.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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