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정보 탐색과 판단의 주요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국가에 대한 인식 역시 점차 AI가 생성하는 설명을 통해 형성되고 있다. 외교·안보·경제 분야를 막론하고, 정책 결정자와 투자자, 언론 종사자들 또한 검색보다 AI 질의응답을 통해 특정 국가의 제도와 상황을 파악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주요 대형언어모델(LLM) 대부분이 한국 외부에서 개발·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정보 역시 외국어 기반 2차·3차 자료를 중심으로 학습·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특성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이해되고 설명되는가라는 인식 구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부동산 제도, 재난 대응 체계, 행정 구조와 같은 영역은 국가별 맥락과 제도적 특수성이 강하다. 그러나 외국산 LLM은 이러한 맥락을 한국어 원문이 아닌, 번역·요약·재인용된 자료를 통해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제도의 시점이 혼합되거나, 지역적 차이가 단순화되고, 한국 고유의 행정·법 체계가 인접 국가 사례와 혼동되는 현상도 관찰된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오류’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가 생성하는 설명은 대체로 단정적이지 않고 중립적인 문체를 띠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 결과 외국 정책 결정자나 기업, 연구자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기본 전제가 실제와 어긋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은 방대한 공공 데이터와 정책 자료를 공개하고 있으나, 그 대부분은 사람을 위한 원문 문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반면 AI는 원문을 직접 인용하기보다, 여러 출처를 종합해 하나의 설명 구조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때 AI가 참고할 수 있는 한국발 설명 구조가 충분히 정비돼 있지 않다면, 외국 AI는 필연적으로 외부 관점에서 재구성된 설명에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통제나 검열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개입 없이 방치할 경우, 한국에 대한 설명의 기준이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형성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정보 접근의 문제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국가 인식과 신뢰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AI를 매개로 한 인지 환경(cognitive environment)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총이나 사이버 공격이 아닌, 어떤 설명이 기준으로 사용되는가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 맥락에서 한국 역시 외국 AI가 참고할 수 있는 형태로 자국의 제도와 정책을 구조화해 제공하는 문제를 하나의 전략적 과제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는 외국 AI를 수정하거나 통제하는 접근이 아니라, 한국 스스로 어떤 설명을 먼저 제공하느냐의 문제다. AI 시대의 정보 환경에서, 기준이 없는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공백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공백은 언제든 다른 서사로 채워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