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개인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가 꺼낸 사회적 처방전

혼자 사는 시대, 외로움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도시의 선택

혼자라는 감정은 설명하기 어렵다. 누군가 옆에 없어도 하루는 흘러가고, 밥도 먹고, 일도 한다. 그런데 문득 하루가 너무 조용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조용함이 반복되면 사람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왜 이렇게 혼자인지,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묻게 된다.사진=서울시 제공

 

 

혼자라는 감정은 언제부터 개인의 책임이 되었을까

 


혼자라는 감정은 설명하기 어렵다. 누군가 옆에 없어도 하루는 흘러가고, 밥도 먹고, 일도 한다. 그런데 문득 하루가 너무 조용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조용함이 반복되면 사람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왜 이렇게 혼자인지,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묻게 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외로움을 개인의 몫으로 여겨왔다. 혼자 살기로 선택했으니 감당해야 할 감정이고, 관계를 넓히지 못한 책임도 개인에게 있다고 쉽게 말해왔다. 그래서 외로움은 늘 사적인 감정으로 남아 있었다. 공적인 언어로 말하기엔 어딘가 어색하고, 정책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 개인적인 것으로 취급됐다.

 

 

서울시는 이 오래된 관성에 질문을 던졌다. 외로움은 정말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도시가 함께 책임져야 할 신호일까.

 

 

숫자가 말해주는 도시의 고독한 풍경

 

 

서울의 현실은 분명하다. 2024년 기준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은 39.9%다. 열 명 중 네 명이 혼자 산다. 가족이나 친척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고 답한 비율도 20%를 넘는다. 사람은 많아졌지만, 관계는 얇아졌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동네를 오가지만 서로의 안부를 모르는 삶이 일상이 됐다. 이런 구조 속에서 외로움은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방치되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고, 고독사나 은둔, 정신건강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시가 외로움을 ‘예방’의 관점에서 다루기 시작한 이유다. 문제가 커진 뒤 개입하기보다, 신호가 보일 때 먼저 손을 내밀겠다는 선택이다.

 

 

외로움을 다루는 행정, 그 첫 번째 실험들

 

 

서울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돌봄고독정책관’을 신설했다. 외로움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지만, 결과는 분명했다. 서울마음편의점과 ‘외로움안녕 ☎120 콜센터’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민의 선택을 받았다.

 

 

콜센터 상담은 3만3천 건을 넘었고, 마음편의점 이용자는 약 5만9천 명에 달했다. 이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갑자기 늘었다기보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의미에 가깝다. 외로움을 말해도 괜찮은 공간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침묵 대신 문을 두드렸다.

 

 

성수동에 만들어질 ‘외로움의 거점’

 

 

‘외로움 없는 서울 시즌2’의 핵심은 인프라 확장이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성동구 성수동에 ‘서울잇다플레이스’를 조성한다. 외로움 대응을 위한 광역 컨트롤타워다. 서울숲 인근이라는 입지는 상징적이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치유와 회복을 이야기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 공간에는 ‘외로움안녕 ☎120 콜센터’도 함께 입주한다. 기존의 비대면 상담을 넘어 대면 상담까지 가능해진다. 화면이나 전화 너머가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누군가를 마주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정책 안으로 들여왔다.

 

 

동네에서 만나는 마음, 서울마음편의점

 

 

서울마음편의점은 올해 안에 25개 모든 자치구로 확대된다. 1인 가구와 다세대·임대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형 마음편의점도 운영된다. 굳이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동네에서 잠시 들를 수 있는 공간이다. ‘상담소’가 아닌 ‘편의점’이라는 이름에는 이유가 있다.

 


문턱을 낮추고, 외로움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규정하지 않기 위해서다.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시는 조금 덜 차가워진다.

 

 

관계를 강요하지 않는 연결의 방식

 

 

서울시는 매달 19일을 ‘외로움 없는 날’, 이른바 식구일로 정했다. 정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안부 전화를 한 통 해보자는 제안이다. 부모에게, 자녀에게, 형제자매에게. 이 소박한 행동은 외로움을 극복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관계를 잊지 말자는 사회적 신호다.

 

 

추석과 정신건강의 날을 전후해 운영될 ‘외로움 안녕 페스티벌’도 같은 맥락이다. 혼자서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 함께하지 않아도 배제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관계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연결의 가능성은 열어두는 방식이다.

 

 

서울의 실험은 이미 도시 밖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의 외로움 정책은 해외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북유럽 도시 혁신기관과의 협력, 여러 국가 정부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다른 광역자치단체의 전담 조직 신설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로움을 공공정책으로 다루는 서울의 시도가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물론 외로움은 정책 하나로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서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외로움은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고,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도 아니라고.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이 혼자 살 것이다. 그렇다면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혼자여도 괜찮은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서울시는 지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정책이라는 언어로 써 내려가고 있다.

 

 

작성 2026.02.08 13:22 수정 2026.02.0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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