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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역사] 72. 오모로사우시로 읽는 류큐 왕국의 정신사

노래가 곧 기도였던 사회, 오모로사우시의 탄생 배경

국왕을 신으로 만든 언어, 제정일치와 중앙집권의 도구

오키나와에 남은 가장 오래된 목소리, 현대적 가치와 의미

 

류큐 왕국의 가장 오래된 가요집 오모로사우시(おもろさうし)는 단순한 문학 작품이 아니라, 고대 류큐 사회의 정치·종교·언어·역사가 응축된 국가적 기록물이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 가요집은 제2차 쇼 씨 왕조 시기, 왕부(王府)의 주도로 체계적으로 편찬되었으며, 노래를 통해 왕국의 정통성과 질서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오모로사우시는 노래라는 형식을 빌려 국가 이념을 전달한, 류큐 특유의 통치 언어라 할 수 있다.

 

오모로사우시의 편찬은 쇼신왕(尚真王) 재위기에 구상되어, 그 아들 쇼세이왕(尚清王) 시대인 1531년에 제1권이 완성되었다. 

 

이후 1623년까지 약 90년에 걸쳐 총 22권으로 정리되었다. 수록된 가요는 약 1,554수에 달하며, 12세기부터 17세기 초까지 류큐 본도와 아마미 제도에서 불리던 노래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특정 지역의 민요집이 아니라, 왕부가 주도해 수집·선별·정리한 국가 편찬 문헌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오모로’라는 명칭은 류큐 고어 우무이(Umui, 생각·기원)에서 유래하였다. 이는 오모로가 오락이나 예술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신에게 말을 건네는 기도문이었음을 의미한다. 

 

고대 류큐 사회에서는 말과 소리에 영력이 깃든다는 고토다마(言霊) 신앙이 강하게 작용했다. 신녀(神女)들은 제의(祭儀) 과정에서 신의 영감을 받아 노래를 읊었고, 이 즉흥적 성가들이 오모로의 원형이 되었다.

 

오모로사우시는 문헌 기록이 부족한 류큐 고대사를 복원하는 데 핵심적인 사료이다. 가요 속에는 찰도왕(察度王)의 치세, 해상 교역의 번영, 철기 도입과 농업 발전, 군사 조직의 명칭 등이 서사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오모로사우시가 단순한 종교 문헌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권력 질서를 반영한 역사 기록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오모로사우시는 흔히 ‘류큐의 만엽집’이라 불린다.

 

오모로사우시 편찬의 핵심 목적 중 하나는 국왕 권력의 신성화였다. 가요에는 “슈리에 있는 국왕은 태양신 테다(Teda)와 하나이다”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이는 국왕의 통치가 인간의 합의가 아니라 신의 뜻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장치였다. 

 

쇼신왕이 추진한 안지(按司) 통제, 신녀 조직의 국가 편입, 제정일치(祭政一致) 체제는 오모로사우시라는 언어 체계를 통해 정신적으로 정당화되었다.

 

류큐 왕국 멸망 이후 오모로사우시는 한동안 잊혀졌으나, 근대 오키나와학의 선구자 이하 후유(伊波普猷)에 의해 학술적으로 재조명되었다. 특히 근대 일본의 동화 정책 속에서, 오모로사우시는 류큐가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지닌 사회였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현재 오모로사우시 관련 자료는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오모로사우시는 노래를 통해 국가 질서를 세운 류큐 왕국의 독특한 통치 문서이다. 이를 이해함으로써 류큐가 무력보다 정신과 언어를 중시한 해양 왕국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오키나와 정체성 이해에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오모로사우시는 과거의 노래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류큐 왕국의 집단 기억이다. 이 가요집은 정치·종교·문학이 분리되지 않았던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류큐가 동아시아 속에서 얼마나 독창적인 문명 경로를 걸었는지를 증명한다. 

 

오모로사우시는 잃어버린 왕국의 목소리이자, 오키나와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가장 깊은 언어이다.

작성 2026.02.09 06:36 수정 2026.02.0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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