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뒤에도 지금의 일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은 더 이상 개인의 불안을 상징하는 문장이 아니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기술이 일의 형태를 바꾸는 환경 속에서, 이 물음은 많은 직업인이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현실적인 질문이 되었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는 경로는 예외가 되었고, 커리어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석하고 조정해야 하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커리어 리터러시(Career Literacy)다. 커리어 리터러시는 단순한 취업 기술이나 전직 전략을 의미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일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이해하고 재정의하는 능력, 즉 새로운 시대의 생존 문해력에 가깝다.
직업의 종말 이후, 왜 커리어 리터러시인가
기술 발전은 직업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몇 년 안에 상당수 직무가 기술 변화로 인해 재구성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디지털 노마드 등 고용 형태 역시 점점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직업을 선택했는가가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해석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다. 커리어 리터러시는 직무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의 경험·역량·가치를 구조적으로 읽어내는 힘으로 정의된다. 직업은 사라질 수 있지만, 사고력·문제 해결력·학습 능력은 이전되지 않는다.
학교가 가르쳐주지 않는 커리어 문해력의 본질
기존의 진로 교육은 오랫동안 ‘정답에 가까운 선택’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커리어 환경에서는 정답보다 판단 기준을 스스로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커리어 리터러시는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선택의 패턴과 가치를 해석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재구성하는 경력 자기해석 능력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다수의 청년이 졸업 이후 진로 설계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교육이 직업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커리어 리터러시는 개인이 스스로 학습하고 축적해야 할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AI와 자동화가 바꾸는 일자리 지형, 인간의 역할은 어디에
생성형 AI의 확산은 업무의 속도와 방식뿐 아니라 ‘일의 의미’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OpenAI의 ChatGPT, Google의 Gemini, Anthropic의 Claude 등 생성형 AI 기술은 이미 다양한 직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는 반면, 문제 정의, 기획, 판단, 인간적 소통과 같은 영역은 새로운 가치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커리어 리터러시는 기술과 경쟁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술을 자신의 커리어 맥락 안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AI를 다룰 수 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AI 이후에도 자신의 역할과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는 일이다.
커리어 리터러시는 ‘설계 능력’이다
커리어는 더 이상 조직이 대신 관리해 주는 경로가 아니다. 개인이 직접 설계하고 조정해야 하는 자산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커리어 리터러시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아니라, 선택 이후의 변화를 해석하고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실제로 Microsoft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직무 이동과 내부 전환을 전제로 한 역량 기반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직무가 바뀌더라도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성장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커리어 리터러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개념이 아니다. 대신, 변화 속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것인가를 묻는다. 평생직업이 사라진 시대에 개인의 경쟁력은 더 이상 스펙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선택을 해석하고, 다음 경로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커리어 리터러시다. 커리어 리터러시는 일과 개인, 그리고 사회를 새롭게 연결하는 21세기형 생존 문해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소영 ㅣ 커리어온뉴스 편집장
[편집자 Note]
평생직업이 사라진 시대에 커리어는 더 이상 한 번의 선택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선택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음 경로를 어떤 기준으로 설계할 것인가는 개인에게 점점 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습니다. 커리어 리터러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돕는 하나의 관점이자 사고의 틀입니다. 이와 연결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심리적 안정과 자존감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에 대한 다음 기사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해 드립니다. [심리 안정과 자존감, 진로 정체성 확립의 숨은 열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