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축제 현장, 행사장, 세미나를 다니며 기록하고 아카이빙해왔다. 현장은 늘 살아 있었다. 사람의 표정, 박수 소리, 무대 뒤의 숨 가쁜 움직임, 질문 하나에 분위기가 바뀌는 포럼의 공기까지. 그런데 카메라를 끄는 순간부터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영상 편집이다.
촬영은 한나절인데 편집은 며칠이 걸린다. 컷을 고르고 자막을 얹고 음향을 손보고 썸네일을 만들다 보면, 기록은 늦어진다. 무엇보다 그 과정은 너무 외롭다. 혼자서 모니터 앞에 앉아 ‘현장’을 ‘파일’로 바꾸는 시간. 필자는 10년 넘게 그 질문을 품고 있었다. “이 구조를 바꿀 방법은 없을까. 현장의 생동감을 더 빠르게, 더 진하게 전할 수는 없을까.”
1인 미디어의 함정은 ‘수익’이 아니라 ‘지속’이다 누구나 유튜브로 방송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작은 창대하고 끝은 미약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익이 바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 순간 사람들은 조회수와 구독자에 매달린다. 그런데 나는 다른 결론에 닿았다. 유튜브는 ‘돈을 벌기 위한 플랫폼’이기 전에, 내가 하는 일을 증복시키는 도구다.
조회수 100회는 작아 보이지만, 끝까지 본 100명은 내 ‘지속성’을 확인한 사람들이다. 그 신뢰 위에서 내가 무엇을 팔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전문가라면 결국 상품은 ‘지식 콘텐츠’와 ‘경험’이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실천한 사람과 이론만 아는 사람의 간극은 쉽게 줄지 않는다. 어제 나온 AI 서비스가 오늘 다른 구독 서비스로 대체되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결을 찾는다.
요즘 ‘강의팔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돈다. 비아냥도 섞여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현상을 ‘기획’과 ‘콘텐츠’의 문제로 본다. 잘 들여다보면, 강의는 지식을 파는 행위라기보다 문제 해결 동선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설계는 기록과 신뢰의 축적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메가라이브를 보며 내 시선이 ‘편집’에서 ‘생중계’로 이동전환점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휴대가 간편한 올인원 스위처 장비 ‘메가라이브’를 우연히 접했다. 펀딩에서 완판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단순한 판매 성과로만 보이지 않았다. “현장형 송출”을 원하는 수요가 이미 존재한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나를 움직인 건 딱 세 글자였다. 라이브 유튜브 생중계.
생중계는 편집 시간을 ‘삭제’하지는 못해도, 편집의 부담을 ‘재배치’한다. 핵심은 지금 여기의 공기를 먼저 전하고, 이후에 필요한 만큼만 다듬는 구조로 바뀐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전쟁 같던 기록이, 실시간으로 누군가와 연결되는 ‘연대’로 바뀐다. 그 순간부터 나는 ‘내 채널’을 거대한 방송국이 아니라 마을방송국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마을방송국에서 ‘마을’은 단순한 지역 단위가 아니다. 함께 성장하겠다는 선언이다. 내 주변을 보면 이미 콘텐츠가 넘친다. 소상공인 개업식, 지역 행사, 세미나, 광주에 새로 생기는 공유책방의 오픈까지. 이런 소식이 하나로 모이면, 서로의 존재를 비추며 시너지가 난다. 나는 그 흐름을 만들고 싶다. “우리 동네에 이런 일이 있다”는 소식이 “그럼 나도 한번 가볼까”로 이어지고, “우리도 협업해볼까”로 확장되는 구조.
영국BBC의 선택이 던진 힌트, 그리고 한국IT산업뉴스의 새출발 필자는 개인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한국IT산업뉴스의 방향도 함께 고민하게 됐다. 산업 보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문장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시대다. 현장은 빨라졌고, 사람들은 모바일에서 즉시 소비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영국 BBC가 유튜브와 콘텐츠 공급 협력을 추진하며 ‘플랫폼을 목적지로’ 삼는 전략이 부각된 건 시사점이 컸다. 또한 영국 내 지상파·안테나 기반 서비스의 미래와 전환 논의가 이어지는 점은 ‘안테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래서 나는 한국IT산업뉴스의 변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기사로만 기록하던 매체에서,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매체로. 산업만 다루던 매체에서, 산업·문화·지역을 연결하는 매체로.
그 첫 무대를 나는 2026년 4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잡았다. 플라워페스타 현장에서 중소상공인 포럼을 기록하고, 대금공연이 울려 퍼지는 공간까지 담아낼 계획이다.
포럼은 ‘사업’의 언어로, 공연은 ‘문화’의 언어로 서로 다른 관객을 만나게 한다. 그런데 두 언어가 한 공간에서 섞이는 순간, 우리는 더 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의 중소상공인이 해외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현장에서 어떤 질문이 오가는지, 그리고 그 현장이 어떤 감정과 분위기 위에 서 있는지를 한 번에 전달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현장형 미디어’의 시작이다.
필자는 이제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의 채널은 단순한 영상 저장소인가, 아니면 당신의 일을 증폭시키는 플랫폼인가.
당신의 기록은 혼자만의 편집실에서 멈춰 있는가, 아니면 마을과 함께 움직이는가.
마을방송국은 거창한 장비나 유명세로 시작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한 사람, 그리고 그 기록에 응답하는 작은 공동체로부터 시작된다. 필자는 그 실험을 한국IT산업뉴스의 변화와 함께, 4월 호치민 현장에서 더 분명하게 증명해 보려 한다. 연결이 곧 신뢰가 되고, 신뢰가 곧 다음 기회를 만든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