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봄이었어요』 - 어른을 위한 맑은 위로
등단 50년을 맞은 나태주 시인이 첫 창작 동시집 『엄마가 봄이었어요』를 펴냈다. 출판은 문학세계사가 맡았으며, 2025년 10월 22일 발행됐다. 그동안 「풀꽃」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 동시라는 형식을 택해 독자 앞에 선 것은 문단 안팎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이번 책은 ‘어린이를 위한 시’라는 장르적 구분을 넘어, 오히려 성인 독자에게 더 깊은 울림을 건넨다. 시인은 동시를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마음을 맑게 닦는 글”이라 정의한다. 이 말은 선언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증명된다. 짧고 단순한 문장, 여백이 많은 구성, 꾸밈없는 어휘는 겉으로는 담백하지만 그 안에 쌓여 있는 시간의 밀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표작 「사과」는 네 줄에 불과하다. “둥글다 / 붉다 / 안아주고 싶다 / 우리 엄마.”라는 문장은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그러나 성인 독자가 읽을 때 이 시는 단순한 유년의 고백을 넘어, 삶의 어느 시점에서 잊고 지냈던 ‘엄마’라는 존재의 상징성을 환기한다. 둥글고 붉은 사과의 이미지에는 생의 근원, 보호받던 시간, 무조건적인 사랑이 겹쳐진다.
또 다른 작품 「일기 숙제 ―초등학교 2학년 일기장」은 시인의 교사 시절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아이의 솔직한 문장을 마주한 담임 교사의 침묵과 미소를 통해, 시는 교육의 본질과 이해의 태도를 은근히 드러낸다. 43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섰던 이력이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시적 화자는 아이와 어른 사이를 오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동시집의 상당수 작품이 스마트폰에 한 손 검지로 써 내려간 시라는 사실이다. 산책 중 떠오른 생각, 차를 마시다 스친 이미지가 즉각 기록되고 시가 된다. 이는 나태주 시 세계의 특징인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보는 태도’를 동시라는 형식 안에 응축한 결과다. 단순함은 즉흥이 아니라 오랜 숙련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성인 독자에게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여전히 사물을 ‘자세히’ 보고 있는가.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조건 없이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가. 동시를 읽는 행위는 곧 자신의 내면을 점검하는 일과 닿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
『엄마가 봄이었어요』는 거창한 수사를 동원하지 않는다. 대신 짧은 문장으로 마음의 먼지를 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메마른 감정을 잠시 멈추게 하는 힘, 그것이 이 동시집의 가장 큰 미덕이다. 동시는 어린이의 문학이 아니라, 인간의 문학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