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0미터가 넘는 청장고원(青藏高原) 위의 도시, 르카쯔(日喀则). 히말라야 산맥과 맞닿은 이곳은 자연과 종교, 그리고 현대적 변화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티베트어로 ‘뜻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처럼, 르카쯔는 오랜 시간 인간의 의지와 신앙, 그리고 생존의 전략이 축적된 현장이다.
르카쯔의 지리적 위상은 상징적이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珠穆朗玛峰) 산을 비롯해 8,000미터급 고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지역이다. 히말라야 남쪽 기슭에는 야둥(亚东)과 천탕(陈塘) 협곡이 형성돼 고원과 아열대 풍경이 공존한다. 혹독한 기후와 만년설, 그리고 계곡의 녹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대비는 르카쯔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지형의 교과서’로 만든다.

역사적으로 르카쯔는 ‘후장(后藏)’ 지역의 중심지였다. 티베트 불교 문화의 핵심 거점인 타쉬룬포 사원(扎什伦布寺)은 15세기 중반 창건 이후 겔룩파(黄教)의 주요 사원으로 기능해왔다. 역대 판첸 라마(班禅额尔德尼)의 주석지로 알려진 이 사원은 종교적 상징을 넘어 지역 정체성의 축이 됐다. 또한 사쟈 사원(萨迦寺), 바이쥐 사원(白居寺) 등은 벽화와 불탑, 고성 유적을 통해 후장 문화의 층위를 보여준다.
경제 구조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 전통적으로 칭커(青稞, 티벳인들의 주식인 고원 보리) 재배와 목축업이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청정에너지와 관광 산업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2024년 기준 지역내총생산은 약 464억 위안 수준으로 집계된다. 태양광·풍력 기반 발전과 교통 인프라 확충은 고원 도시의 고립성을 완화하고 있다. 라싸와 연결된 철도망, 공항 확충은 르카쯔를 남아시아 관문 도시로 재정의하는 요소다.
르카쯔의 또 다른 경쟁력은 살아 있는 전통이다. 티베트 오페라와 장도 제작 기술, 농가 새해 풍습 등은 단절되지 않은 생활 문화로 이어진다. 이는 관광 자원인 동시에 공동체 결속의 장치다.
르카쯔를 ‘숨은 샹그릴라’로 소비하는 시각은 피상적일 수 있다. 이 도시는 낭만적 이상향이라기보다, 극한 환경 속에서 문명과 제도가 축적된 공간에 가깝다. 고원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종교 권위와 행정 중심지, 농업 생산지, 그리고 현대 산업 거점으로 기능해온 복합적 장소다.
히말라야의 설산 아래에서 이어진 600년의 시간은 단절이 아니라 적응의 역사였다. 르카쯔는 지금도 고도 4,000미터 위에서 또 다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과 문명, 전통과 개발이 충돌하기보다 병존하는 실험장이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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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