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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대건신협 갤러리 초대전을 다녀와서

- 후강 권윤희 작가의 風竹 文人畵展 후기 -

[투데이타임즈 = 민경만 기자]  한국 문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후강 권윤희 박사, 그는 지난달(24~27) 전주에서 풍죽 문인화전을 열었다. 기자는 봄의 길목에서 묵향(墨香)으로 그려낸 그의 그림 세계를 들여다 보았다.

대건신협 갤러리에서 한겨울 대숲의 바람 소리가 울린다. 차가운 계절과 맞닿은 풍죽(風竹) 문인화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대건신협 갤러리에서 후강 권윤희 작가를 초대하여 열리고 있다. 권 작가는 40여 년간 오로지 풍죽만을 그려온 작가다.

권 작가는 대나무라는 단일 소재를 통해 문인화의 정신을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그의 화면 속 대나무는 단순한 식물의 형상이 아니라, 절개와 충의, 그리고 문인의 내면 수양을 상징하는 충죽(忠竹)’의 세계로 확장된다. 학문적 연구와 창작을 병행해 온 그는 풍죽의 심미 경계를 이론적으로 정립하며, 예술과 학문을 아우르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지난달 열린 후강 권윤희 작가의 풍죽 문인화전, 전주 대건 신협 갤러리>


이번 전시가 더욱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장소성에 있다. 대건신협 갤러리는 일반 전시장과 달리 금융 공간 안에 마련된 문화 공간이다. 신협을 찾은 고객들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시를 마주한다. 금융 업무를 보러 왔다가 뜻밖에 문인화와 조우하는 경험은 예술을 삶의 곁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방식이다.

신협 내 갤러리 운영은 고객에 대한 문화적 배려이자, 지역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무대다. 다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전시장이 운영되지 않아 보다 많은 관람객과 만남이 제한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겨울 대바람처럼 맑고 곧은 기운을 전하는 이번 전시는, 풍죽 문인화가 지닌 정신성과 미학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후강 권윤희, 그는 누구인가?

 

이번 초대전의 주인공인 후강 권윤희 작가는 40여 년간 오로지 풍죽(風竹)만을 그려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소재의 반복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통해 정신성과 미학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여정에 가깝다. 그에게 지나온 과정과 풍죽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그의 예술세계의 출발은 스승과 만남에 있다. 대학 시절 우산 송하경을 통해 그의 부친인 강암 송성용 선생을 만나며 풍죽 문인화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후 그는 강암 풍죽의 미학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의 박사학위 논문(2010)은 강암 송성용의 풍죽 문인화이다. 그는 이를 중심으로 문인화의 상징 구조와 정신성을 유가미학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이를 토대로 박사논문인 강암의 풍죽(묵가, 2014)을 출간했으며, 풍죽 문인화의 심미지향과 정신세계에 관한 다수의 학술논문을 발표해 왔다. 또한, 그는 동양예술에 대한 다수의 저술을 발표하였다. 그의 연구 활동은 창작과 병행하고있다.

후학 양성도 활발하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동양미술(문인화)을 강의하며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 및 문인화 분과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며 최근은 새로이 한국서예문화학회의 회장을 맡아 이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전문 서예지 월간 서예문인화조선 문인의 힐링 공간 문인화칼럼을 맡아10년 가까이 연재중이다. 이를 통하여 그는 문인화가 지닌 치유와 성찰의 의미를 꾸준히 조명해 왔다.

연구와 창작을 병행하며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는 행보. 이번 전시는 그 축적의 결과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화면을 가르는 대바람 속에는, 한 작가가 평생 붙들어 온 정신의 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권 작가에게 풍죽은 단순한 회화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절개와 수양, 그리고 이소관대(以小觀大)의 예술철학을 구현하는 상징이다.

 

후강 권윤희 작가가 추구하는 풍죽의 세계

 

스승인 우산 송하경은 후강의 풍죽이 그의 의식 속에 자리잡게 된 경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대바람 소리의 시인 신석정 선생과 만나고, 墨竹大師 剛菴 선생과 만나게 된다. 강암 선생의 작품을 통해서, 때로는 강암 선생의 말씀을 통해서, 때로는 강암 선생의 묵죽 시필 현장을 통해서 풍죽에 대한 미학적 심안이 차츰 열려갔다. 이로부터 막연한 오뫼마을(작가의 향리)로의 회귀가 아닌 오뫼마을의 신화가 아닌 재인식·재발견·재창조 의식이 자각적으로 열려갔다.

 

이처럼 그의 풍죽은 墨竹大師剛菴 선생과의 만남을 통하여 이루어짐으로써 뿌리와 역사가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성균관대 조민환 교수도 그의 풍죽이 강암에 연원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일찍부터 강암의 훈도(薰陶)를 받은 후강의 대나무에는 강암 대나무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후강은 기본적으로 강암의 격조가 있으면서 양강지미(陽剛之美)가 듬뿍 담긴 대나무의 골기(骨氣)를 이어받았지만 후강은 이제 효빈(效顰) 차원에서 벗어나 강암의 대나무를 자기화하고자 한다. 강암과 달리 대담하면서도 광기 어린 붓놀림으로 통해 자신을 닮은 대나무를 초초(草草)하게 그려내고 있다. 비록 아직은 거칠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화경(化境)을 개척하고 있다.

 

이같이 후강은 강암의 풍죽을 천착하여 자기화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곧 광기 어린 붓놀림으로 통한 자신을 닮은 대나무이다. , 초초(草草)하게 그려진 그의 풍죽은 곧 새로운 화경(化境) 개척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그의 스승 우산 송하경은 다음과 같이 후강의 풍죽을 밝히고 있다.

 

수우가 그리는 풍죽의 세계는 화실이나 서실 속의 思索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이성적인 자아의 夢中獨白의 한 顯示도 아니다. 현재 살고있는 거친 시대 상황과 어제를 일관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그의 빛나는 내적 예지와 영혼을 통해 濾過될 겨를도 없이 배설되어 나오는 격정이요 열광이다. 또한, 기계처럼 반복되는 世俗 살이에 억지로 얽매이거나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그리하여 세상살이를 겪으며 받아 온 구체적인 체험들을 절절하게 토로하는 일정의 자기 시위이다.

 

이같은 후강의 풍죽은 곧 후강 스스로 느끼고 발견한 풍죽의 예술철학에서 나왔음을 다음 그의 글에서 알 수 있다.

 

풍죽 문인화의 심미기준은 여러 관점에서 접근될 수 있겠지만 氣韻生動氣勢俗除淸至神采가 제일 중요한 심미의 인자이다. 기운생동한 기세는 풍죽의 문인화가 궁극적으로 탐색하고자 하는 풍죽미의 정화이다. 기세는 기운의 세기이다. 기세는 동양예술이 강조하는 이 내함되어 있으며 필력으로 인하여 가시화된 심미의 요소이다. 따라서 풍죽 문인화에서 대부분의 기세는 양강의 미감으로 심미됨이 특징이다. 風竹은 묵죽의 궁극이며 묵죽 深味의 정신적 발현이다. 대부분의 풍죽은 비·바람과 눈·서리의 추위로 인한 시련을 겪고, 극복함이 드러나는 것을 상징한다.

 

이는 그의 풍죽 심미관이다. 즉 이 같은 풍죽이 곧 그의 이상향이며 그가 추구하는 풍죽 문인화 예술의 경계이다. 그는 이러한 예술경계를 지향하며 이를 학문적으로,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는 작가이다.

 

전시회에서 만난 권윤희 작가의 풍죽


이번에 전시된 그의 풍죽은 다양하다. 그 풍죽의 면모를 보면 세상이 보인다. 아래에서는 후강 권윤희 작가의 풍죽에 대해 알아본다.



<2><3>은 바람이 부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2>가 남쪽에서 불어온 바람이라면 <3>은 북쪽에서 불어 온 바람을 맞고 있는 대나무이다. 특히 <3>은 거친 삭풍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고를 견디는 모습이다. 초초함은 이를 보여주는 후강의 풍죽미이다.


  수우가 그리는 풍죽의 세계를 보자. 그의 내면적인 진면목이 고스란히 투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수우가 그리는 풍죽 세계에는 그 어떤 격식도 방법도 없다. 방향을 상실한 회오리 바람에 휘말리 듯 흩날리는 댓잎파리와 과도한 발묵으로 인해 까치집 엮어지듯 범벅진 용묵의 혼돈 현상을 통해서 가히 이 시대의 혼돈상을 연상할 수 있으며, 또한 온갖 혼란의 무질서 속에서도 자기 생명을 끝내 지켜내려는 끈질긴 생명의 묘력을 읽을 수 있다.

 

이는 우산 송하경이 보는 후강의 풍죽미이다혼란의 무질서 속에서도 자기 생명을 끝내 지켜내려는 끈질긴 생명의 묘력을 보여주는 후강의 풍죽이다.

 


 <4><5>는 필력에 의한 양강미가 돋보인 후강의 풍죽이다. 천착된 그의 필력에 의한 그의 풍죽은 지면을 관철하듯 압착되어 들뜬 모습이 아니라 강인한 선비정신의 원형을 보여주는 듯한 풍죽이다.

  풍죽은 형이상학적 요소라 할 수 있는 바람과 유가미학의 대표적인 비덕물로 간주되는 대나무를 소재로 한다풍죽에서 바람은 시련과 고난을 상징하며대나무는 자연물로서의 군자를 상징한다대나무에 바람이 불어 댓잎소리가 나는 것은 우주와의 교감을 상징하며 이는 정경합일의 경계로까지 확대하여 볼 수 있다문인의 고고한 절개와 품격·성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매체가 대나무이다

 

이는 후강의 풍죽 문인화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대나무는 자연물로 군자를 상징하며 여기에 부는 바람은 곧 우주와의 교감을 보여준다이처럼 자신의 철학에 의한 그의 풍죽 문인화 예술 경계는 심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6><7>은 간일하면서 변화를 모색한 풍죽이다. , <6>이 묵색이 윤기가 나 청기를 띈 풍죽이라면 <7>은 화제가 크고 작게 서로 잘 조화되면서 바람 탄 대나무와 잘 어우러져 있음이 특징이다.

 

수우는 기본적으로 풍죽을 대나무와 바람과의 만남을 관계로 보고 있다. 대나무와 바람과 만남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풍죽의 세계에서 바람을 형이상학적인 요소로 간주한다. 바람의 빛깔은 눈으로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무색의 존재요, 바람의 형체는 손으로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무형의 존재요, 바람의 맛은 혀로 맡으려 해도 맡아지지 않는 무미의 존재이기 때문이겠다.

 

이는 우산 송하경이 심미하는 후강 풍죽의 심미 특징이다. , 바람의 無色·無形·無味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후강의 풍죽 문인화는 형이상의 세계를 지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8><9>는 풍죽 미학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바위를 넣은 풍죽이다. 여기에서 바위는 단순한 그냥의 바위가 아니고 자연이다. 속기를 없애주기 위하여 넣은 바위는 자연의 다른 말이다.

예부터 강암 선생은 不可居無竹을 화제로 즐겨 애용하였다. , 대나무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고 여겼다이는 곧 대나무가 주는 선비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풍죽의 문인화가 선비 풍류적인 요인이 있는 것은 바람과 맑음의 미학 요소에 있다. , 바람과 맑음은 풍죽 문인화가 선비 풍류를 문인화라는 장르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자이다. 따라서 풍죽 문인화에서 바람은 기운 생동한 기세의 미학으로, 또한, 맑음은 俗除淸至한 신채의 미학으로 드러나게 됨이 특징이다.

 

이처럼 俗除淸至는 곧 신채로 드러나며, 선비 풍류의 특징이다. 이는 곧 맑음의 미학 요소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후강의 풍죽은 사색의 산물이기보다 삶의 과정이며 지향하는 예술의 가치이며 목표이다. 세속의 반복과 억압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자기 선언이며, 체험을 토로하는 일종의 시위다. 그리고 혼돈 속에서도 끝내 생명을 지켜내는 묘력(妙力), 그것이 그의 풍죽이 지닌 생명철학이다.

후강의 풍죽은 강암의 풍죽의 계승을 통한 변용, 전통의 내면화를 통한 자아의 확립이다. 이는 곧 기운생동과 속제청지를 통한 자신만의 풍죽이다. 속제청지는 세속을 털어내고 맑음에 이르는 정신의 빛이다. 기운생동한 기세는 필력에서 가시화되는 양강의 미감이며, ()을 내포한 동양예술의 본령이다.

후강의 풍죽에서 바람은 기세의 미학이며, 맑음은 신채의 미학으로 드러난다. 풍죽은 결국 묵죽의 궁극이며, 묵죽 심미의 정신적 발현이다. 비와 바람, 눈과 서리의 시련을 통과한 뒤에도 살아남는 형상으로 이는 곧 후강 풍죽의 정화다.

 

강암을 통해 예술과 학문의 길로 들어선 그는, ‘후강(後剛)’이라는 아호(雅號)를 또한 받았다. 스승 강암의 ()’을 잇겠다는 다짐이자, 그 정신을 뒤따라 걷겠다는 자각의 표지였다.

강암이 생을 보냈던 고향 전주 인근에서 열리는 이번 그의 초대전은 그래서 더욱 뜻깊다. 스승의 향기가 배어 있는 공간에서, 제자는 이제 자신의 이름으로 선다. 그것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계승과 변용, 그리고 자립의 선언에 가깝다.

부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자신이 평생 뜻하고 추구해 온 길 바람을 통과한 대나무의 정신, 기운생동한 기세와 속제청지의 맑음 이 관람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스승에게서 비롯된 한 줄기 대잎은 이제 또 다른 바람을 만나, 새로운 화경(化境)으로 흔들리고 있다./min

 

작성 2026.02.28 23:37 수정 2026.02.2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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