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의 삶, 그 위대한 가치를 위하여
<보통의 가치 뉴스>가 지면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명확하다. 세상을 화려하게 물들이는 유명인의 화려한 서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리듬으로 최선을 다하며 세상을 조화롭게 지탱하는 ‘보통의 사람들’의 삶이다.
이러한 창간 목적을 가장 온전하게 투영해 줄 인물을 고심하던 끝에, 나는 김기천(37세)이라는 삶의 기록자를 만났다. 전문적인 지식보다 더 값진 건 삶을 대하는 순수한 태도라는 것을, 그의 소박한 기록들이 이미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그를 창간호의 칼럼니스트로 가장 먼저 섭외한 결정적 이유였다.
성실한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그는 20살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록’이라는 정성스러운 습관을 쌓아왔다. 결국, 멈추지 않는 그의 꾸준함은 ‘수필가 등단’이라는 눈부신 결실을 맺으며, 보통의 일상이 어떻게 문학이 될 수 있는지를 세상에 보여주었다. 이제 칼럼니스트를 넘어 당당한 작가가 된 그를, 다시금 <보통의 사람들> 인터뷰이로 마주했다.
20살, 일기를 시작하다
그가 기록의 세계로 처음 발을 디딘 건 인생의 설계도를 그리던 스무 살 무렵이었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청년은 성공한 이들의 공통된 습관에서 그 답을 찾으려 했다. 그중 가장 따라 하기 쉬워 보였던 실천이 바로 ‘일기’였다.
“성공한 사람들의 태도를 찾아보다가, 일기가 제가 제일 실천하기 쉬운 습관 같았어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일단 적으면 되니까요.” 그의 기록은 거창한 문장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저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생각이 머물렀는지 풀이식으로 메모하며 무작정 노트를 채워 나갔다.
“그때부터 다이어리를 사서 매일 적었어요. 그랬더니 어느덧 지금까지 무언가를 적는 사람이 되었네요.” 그렇게 시작된 기록이 17년이라는 세월을 관통했다. 처음엔 ‘성공을 위한 도구’였던 일기장은 이제 그의 존재를 증명하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일상이 너무 분주해 기록을 놓치는 날도 분명 있었다. 고단한 업무에 시달리거나 늦은 술자리가 이어진 밤엔 펜을 들 힘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 빈칸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지금은 기록을 놓을 수가 없어요. 하루라도 안 쓰면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거든요. 혹시 당일 기록을 놓치더라도 다음 날 아침,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 반드시 빈칸을 채웁니다. 안 쓰는 것보다 늦게라도 쓰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매일의 기록은 이제 그에게 습관을 넘어, 삶을 지탱하는 가장 정직한 근육이 되었다.
일기 같은 글이 칼럼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하여
2024년 6월 23일, 그는 블로그라는 공간에 자신의 일상을 글로 새기기 시작했다. 특별한 목적보다는 매일의 성실함으로 채워진 그 기록들은, <보통의 가치 뉴스>가 찾던 칼럼니스트의 정체성과 맞닿으며 자연스러운 인연으로 이어졌다.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저 개인적인 일상을 적어온 사람이라 매체의 형식을 갖춘 칼럼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습니다. 하지만 제 삶의 방식이 늘 그랬듯, 일단 시작하고 부딪쳐 보기로 했죠. 이 또한 소중한 배움의 과정이라 믿었으니까요.”
연재가 시작되자 예상했던 반응들이 돌아왔다. “글이 평범하다”, “개인적인 일기 같다”는 목소리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평가를 접할 때마다 오히려 확신에 찬 쾌감을 느꼈다. 사실 그것은 <보통의 가치 뉴스>가 가장 원했던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아가지만 아무나 포착하지 못하는 평범한 하루가 칼럼이라는 공적인 기록이 되고, 그 사소한 보통의 삶이 얼마나 숭고한 가치를 지니는지 증명하고 싶었던 기획 의도는 김기천이라는 작가를 통해 비로소 구체화되었다.
그는 특별한 가르침을 주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매일 마주하는 소박한 일상에서 기어이 삶의 의미를 찾아내어 담백하게 나눈다. 화려한 수사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일상이 문학이 되고 기록이 가치가 된다는 것을, 그는 매일 성실한 문장으로 증명하고 있다.
모든 것이 배움이자 글감이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은 수행이다. 연재 초기, 소재 고갈이라는 벽에 부딪혔을 때 그는 접근 방식을 과감히 바꿨다. 거창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고, 작은 깨달음 하나라도 놓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일상을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10편까지는 술술 써져서 재밌고 신기했어요. 그런데 그 이상 쓸 게 없으니 짜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전략을 바꿨죠. 평범한 대화 속에서 배울 점을 찾고, TV를 보다가 유익한 한 줄이 들리면 바로 메모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소재가 끊이지 않고 퍼져 나가더라고요.”
기록이 습관이 되자 주변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 길바닥을 기어가는 지렁이조차 그에겐 소중한 생각의 소재가 되었다. 사람을 만날 때도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타인의 삶을 관찰하며 나와의 다름을 신중하게 바라보는 유연함도 생겼다. 세상 모든 것이 그에겐 스승이자 글감인 셈이다.
그의 일과는 퇴근 후 육아와 가사 노동을 모두 마친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는 하루 2시간 이상의 집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꺼이 잠을 줄인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역시 놓칠 수 없는 소중한 배움이자 글의 원천이기에, 휴식을 깎아 문장을 세우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 성실함의 정점은 매일 저녁 책상 위에 놓이는 ‘내 사랑들에게 전하는 편지’라는 노트다. 그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짧은 편지를 노트에 써서 책상 위에 올려둔다. “가족들이 읽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답장을 받은 적도 없거든요(웃음). 하지만 이 기록 속에 아이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지난주에 무얼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가도, 이 노트를 펴보는 순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납니다.”
다만, 주말만큼은 펜을 잠시 내려놓는다. 온전히 아내와 아들에게 집중하며 새로운 일상의 소재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서다. 기록을 위해 삶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기록하기 위해 삶에 깊숙이 뛰어드는 방식이다.
상실의 슬픔을 딛고 피어난 기록의 꽃
그가 이토록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애쓰는 데는 가슴 아픈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을 앞둔 무렵, 그는 두 살 어린 동생의 죽음을 목격했다. 단순한 감기인 줄 알았던 병은 뇌수막염이었고, 동생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나이에 마주한 상실의 무게는 그를 일찍 철들게 했다.
“정말 슬펐습니다. 그 슬픔이 저를 ‘절대 헛되이 살면 안 된다’는 다짐으로 이끌었을지도 몰라요. 동생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부모님께는 기죽지 않는 밝고 구김 없는 아들이 되겠다고 매일 다짐했죠. 지금도 동생을 찾아가 약속합니다. 오늘도 정말 열심히 살고 왔다고요.”
그에게 기록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삶의 증명’이었다. 매일 무언가를 적는 행위는 오늘 하루를 결코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스스로를 향한 정직한 인증이었다. 상처를 외면하는 대신 문장으로 정면 돌파하며 17년을 버텨온 시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 고독한 꾸준함은 결국 눈부신 결실을 맺었다.
블로그와 칼럼을 통해 묵묵히 글을 쌓아가는 그를 지켜보던 지인들이 공모전 소식을 전했다. “에이, 내가 될까?”라는 의구심보다 “이 도전 자체를 기록으로 남겨보자”라는 특유의 ‘일단 해보자’ 정신이 앞섰다. 결과는 놀랍게도 ‘수필가 등단’이라는 당선 소식이었다. 전문적인 작가 교육을 받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이 오직 ‘매일의 기록’만으로 당당히 문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당선작의 주제는 동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11살에 멈춰버린 동생의 죽음을 직면하고, 그 슬픔을 딛고 살아온 20여 년의 세월을 진솔하게 담아낸 수필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삶의 동력으로 삼아 묵묵히 써 내려간 문장들이, 결국 그를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어떤 평가든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배우려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지금까지 글을 쓴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썼으니까요. 진심은 결코 후회를 남기지 않거든요.”

에필로그: 기록은 곧 나 자신, 그리고 누군가의 내일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기록’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 자신이죠.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어요. 기록을 통해 내 인생의 조각들을 맞춰가는 중입니다. 저는 아직 배울 게 많고 글도 부족해요. 하지만 그래서 더 즐겁습니다. 써야 할 글이 여전히 많고, 그만큼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갈 것이다. 다이어리 속 내밀한 고백, 블로그의 일상, 칼럼, 그리고 가족에게 전하는 감사 편지까지. 매일의 기록이 삶이라는 선물에 보내는 그의 가장 정성스러운 응답이다. 그의 시선은 이제 자신의 다이어리를 넘어 타인의 삶으로 향하고 있다. 일상의 무게를 성실히 짊어지며 직장인으로서의 본분에 전념하고 있지만, 언젠가 글을 통해 인생을 표현하고 싶은 이들을 돕는 커리큘럼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특히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실버 세대들이 자신의 삶을 한 권의 자서전으로 엮어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구상하며,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그 계획을 정교하게 다듬고 수정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건넸다.
“제가 꾸준히 쓸 테니, 여러분도 그저 꾸준히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기천의 17년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하루를 어떤 방식으로 기록했는가.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평범한 하루였다고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았는가.
그는 증명했다. 17년이라는 시간이, 하루도 거르지 않은 기록이 결국 수필가를 탄생시켰다는 것을. 답장 없는 감사 편지가 가족의 성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성실한 기록의 조각들이 모여 누군가의 인생을 빛내줄 새로운 꿈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기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늘 본 것, 오늘 느낀 것, 오늘 감사한 것. 단 한 줄이면 충분하다. 그 작은 문장들이 쌓여 언젠가 당신만의 이야기가 된다. 17년 후, 20년 후, 당신이 살아온 증거가 된다.
✍ <보통의 가치 뉴스>는 오늘도 펜을 들고 세상의 세세한 조각들을 수집하는 김기천 작가를 응원한다. 그리고 당신이 오늘 쓸 그 한 줄도 함께 응원한다. 평범한 하루가 쌓여 만들어질 당신만의 문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