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현대 미술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영상 예술의 거장, 차재민 교수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21번째 왕좌에 올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편장완, 이하 한예종)는 지난 4일, 미술원 조형예술과 소속 차재민 교수가 에르메스 코리아가 주관하는 이번 미술상의 최종 수상자로 낙점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영예를 넘어, 우리 시대 영상 매체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미학적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미술계 안팎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경청과 관계 맺기"라는 새로운 언어... 영상 예술의 층위를 넓히다
이번 심사를 맡은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심사위원단은 차재민 교수의 작업 세계에 대해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선, 경청과 관계 맺기라는 심오한 과정을 통해 현대 영상 작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개척했다"고 극찬했다. 특히 그녀가 고수해 온 '에세이 필름' 형식은 인간의 존엄성을 환기시키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차 교수는 화려한 영상미에 매몰되기보다, 카메라라는 렌즈를 통해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타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집중해 왔다.
그녀의 작업은 관찰자의 시선에 머물지 않는다. 대상과 깊이 소통하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동시대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의 몫을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의 존재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 국내외를 넘나드는 독보적 행보, 준비된 수상자
차재민 교수의 이번 수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녀는 한예종 미술원에서 기초를 다진 후, 영국 런던의 명문 첼시 예술대학(Chelsea College of Design and Arts)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국제적인 감각을 익혔다. 이후 2013년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을 시작으로 리움미술관의 아트스펙트럼 작가상 등 국내 굵직한 상들을 휩쓸며 일찌감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다.
그녀의 무대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 현대 미술의 심장부인 테이트 현대미술관(Tate Modern)에서의 상영은 물론,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뉴욕 영화제 등 권위 있는 영상 축제에 초청받으며 'K-아티스트'의 위상을 드높였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국공립 미술관에서의 꾸준한 활동은 그녀의 예술적 깊이를 증명하는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 에르메스가 보증하는 미래 가치, 2027년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첫 문을 열다
2000년 한국 미술계의 차세대 주역들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2016년부터 격년제로 전환되며 그 희소성과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이번 수상으로 차 교수는 상금 3,000만 원과 함께 향후 신작 제작비 및 전시 기획 전반에 걸친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또한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인 프랑스 파리에서의 리서치 프로그램 참여 기회까지 얻게 되어 세계적 작가로서의 행보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기대를 모으는 대목은 2027년 5월로 예정된 차재민 교수의 개인전이다. 이 전시는 새롭게 리뉴얼하여 문을 여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개관 기념 첫 번째 전시로 낙점되어 상징성을 더한다. 명품의 철학이 예술의 숭고함과 만나는 그 현장에서 차 교수가 어떤 새로운 영상 언어를 풀어낼지 벌써부터 컬렉터와 비평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화려한 심사위원진이 보증하는 객관성과 전문성
이번 제21회 미술상의 심사는 국내외 미술계를 움직이는 거물급 인사 5인이 맡아 공정성을 기했다. 기혜경 홍익대 교수를 비롯해 2026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아티스틱 디렉터로 선정된 최빛나, 독창적인 조형미를 선보이는 정서영 작가 등이 참여했다. 여기에 리용 현대미술관 관장 이자벨 베르톨로티와 메종 에르메스 도쿄 르 포럼의 아트 디렉터 레이코 세츠다 등 해외 전문가들이 가세해 차재민 교수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차재민 교수는 현재 모교인 한예종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녀의 수상 소식은 예술적 탐구와 교육자로서의 책임감을 동시에 수행하며 얻어낸 결실이기에 더욱 값지다. 에르메스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그녀가 선보일 미래의 신작들은 전 세계 미술 시장과 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것이 분명하다.
우리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내는 그녀의 영상이 2027년 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어떤 감동의 파동을 일으킬지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