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전통음악의 산실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전통예술원이 다시 한번 우리 소리의 혁신적인 도약을 꿈꾼다. 오는 2026년 4월 3일 오후 7시, 한예종 이어령예술극장에서 개최되는 제3회 성악전공 정기발표회 '가야금병창의 비상'은 단순한 학생 공연을 넘어 전통의 원형과 현대적 변용을 동시에 조명하는 독보적인 예술적 성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병창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대주제 아래, 잊혀가는 고음반 속의 소리를 복원하는 작업부터 25현 가야금으로 표현하는 현대적 감성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담아낸다. 특히 1906년 유성기 음반 속에 잠들어 있던 박팔괘의 '산양가'를 초연으로 현대에 재현하는 무대는 이번 발표회의 역사적 가치를 증명하는 핵심 대목이다. 20세기 초반 중고제 병창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심상건의 소리와 1930년대 여류 명창 최소옥의 '새타령' 역시 단순히 옛것을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유성기 음반 속에 갇혀 있던 원형의 에너지를 현대의 호흡으로 불어넣는 작업이다. 이는 한예종이 추구하는 학술적 엄밀성과 예술적 창의성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오갑순 명인과 가야금병창 전공자들이 함께 꾸미는 ‘가무악(歌舞樂)’ 일체의 무대다. 전통 무용과 타악에 능통한 오 명인은 오고무의 역동적인 리듬과 병창의 서정적 미를 결합하여,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입체적인 무대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북한의 가야금병창을 엿볼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된다. '해당화', '랭산모판아리랑' 등 맑고 고운 성악 공법을 바탕으로 한 북한의 소리는 관객들에게 남북의 예술적 차이와 공통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예종 전통예술원의 이러한 행보는 학교의 교육 철학과 맞닿아 있다. 1998년 개원 이래 전통예술원은 공연예술이 교실 내 수업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신념 아래 정기 교수연주회와 학생 발표회를 꾸준히 외부 무대에 올려왔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을 계승하며 스승이 무대에서 솔선수범하고 제자가 이를 이어받는 현장 중심의 도제식 교육은 오늘날 한예종이 세계적인 예술 인재를 배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본 공연은 전통예술의 학술적 복원과 대중적 확산을 동시에 꾀하며, 예비 예술가들에게는 실전 무대 경험을, 관객들에게는 국악의 다채로운 변주를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고음반 복원과 남북 병창의 비교는 국악 연구 분야에도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야금병창의 비상'은 전통을 고수하되 그 틀에 갇히지 않는 젊은 예술가들의 패기를 보여준다. 스승과 제자가 무대 위에서 교감하며 만들어내는 이번 선율은 우리 소리가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살아있는 예술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