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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지금 대한민국이 당장 움직여야 할 외교의 나침반: 불타는 중동, 잠 못 자는 서울

호르무즈가 막히면 한국은 끝나나? 중동 전문가가 밝히는 충격 생존 전략

원유 103달러 시대 개막 — '에너지 노예국' 한국, 지금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하는가

중동이 흔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도 흔들린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외교 생존법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오늘, 연합뉴스 '속보'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걸 전제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미국은 우리나라를 노골적으로 지칭하면서 이번 중동 전쟁에서 미국 측에 서서 군사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본 지는 오랜 기간 중동 지역에 체류하면서 다양한 연구를 해 온, 아신대학교 중동연구원 김종일 교수의 최근 글을 긴급하게 소개하면서 지금 중동 사태에 대해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모래폭풍이 서울까지 날아오다

 

상상해 보라. 2026년 3월의 어느 새벽, 서울 여의도 한 빌딩 고층에서 에너지 담당 관료가 뜬눈으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화면에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3달러를 돌파했다는 실시간 숫자가 깜빡이고, 호르무즈 해협 위성사진 한 장이 창의 절반을 가득 채운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이것은 픽션이 아니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생산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해상 운송 불안이 겹치면서 국제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03달러를 넘어 치솟았다. 지금 한반도에서 약 7,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 국민 밥상 위의 물가를 뒤흔들고, 공장 불을 끄게 만들며, 서울의 자동차 행렬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현실 — 이것이 바로 오늘 대한민국 외교가 정면으로 마주한 전쟁터다.

 

우리는 얼마나 중동에 묶여 있는가

 

솔직하게 수치를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원유 수입액 총 753억 달러 중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 수입 비중이 68.8%였다. 고집스럽게 반복되어 온 이 숫자는, 한국 경제의 체력이 실은 중동의 눈치를 보며 숨 쉬어 왔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2024년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7%이고, 에너지 수입액은 약 230조 원에 달한다. 이 230조라는 숫자 앞에 서면 아찔하다. 국가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 돈이 매년 국경 밖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니, 중동 정세가 악화할 때마다 대한민국은 매번 속수무책으로 충격을 받아왔다.

 

2026년 중동 정세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이스라엘'을 지향하는 네타냐후 연립정부의 보수성은 상황을 다시 전시로 이끌어갈 수 있으며, 미국·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란 등 역내 주요국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분쟁이 단기에 끝날 불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외교 전략도 단기 처방전을 넘어서야 한다.

 

현실주의 외교의 첫 번째 승부수: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자원 외교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전제로 깔아 두면, 외교의 우선순위는 자연스럽게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쪽으로 기울어진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외교 안보의 핵심 무기다. 천연가스의 경우 지난해 한국의 최대 수입국은 호주(32.8%)였고, 카타르·말레이시아·미국·러시아·인도네시아 등이 뒤를 이어 중동 의존도가 19.7%로 20% 선 아래로 내려갔다. LNG만큼은 이미 다변화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원유다. 원유 의존도 68.8%는 여전히 위험 수위를 한참 웃돈다.

 

많은 전문가가 북미·중남미·아프리카 등 대체 공급원 확보와 LNG 등 에너지원 다각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미국산 셰일오일과의 장기 계약 확대, 아프리카 신흥 산유국과의 자원 외교 확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지금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할 실전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수출 확대 기조를 역설적으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 지렛대로 활용하는 역발상도 필요하다.

 

두 번째 승부수: 걸프 국가들과의 전방위 파트너십의 새로운 정의

 

한국의 대중동 외교는 그동안 지나치게 '석유 구매자'의 자세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 그 틀을 깨야 한다. 걸프 국가들은 지금 석유 이후의 미래를 향해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UAE의 스마트시티 아부다비 계획, 카타르의 수소 경제 전환 — 이 모든 것이 한국 기업과 기술이 파고들 수 있는 거대한 창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중동 건설 시장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 자산이 있다. 이 자산을 에너지 협력, 방위 산업, 스마트팜(첨단농장), K-의료 인프라, AI 기술 등으로 연결하는 '패키지형 전략 파트너십'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석유를 구매하는 나라에서 중동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나라로 — 이 전환이 한국 외교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길이다. 이에 우리 외교부의 재외국민 보호 대책본부 가동, 각국 여행경보 상향 조정 등 당면한 안전 조치와 동시에, 이 기회를 역으로 레버리지 삼아 걸프 국가 지도부와의 직접 외교 채널을 더욱 촘촘히 엮어가야 한다.

 

세 번째 승부수: 전략적 자율성의 외교와 균형의 기술

 

현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로 요약된다. 이는 이념과 가치 외교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접근을 의미하며,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의 공간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철학을 중동 사태에 적용하면 답이 보인다. 

 

이란·이스라엘·미국 간의 삼각 갈등에서 한국은 어느 한쪽에 노골적으로 편승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테두리 안에서도 외교적 독자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또 필수적이다. 한국은 미중 갈등 구도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는 독자적인 외교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독립적이고 다변화된 외교 전략이 국가 생존력을 높인다. 중동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유효하다.

 

구체적으로는 이란과의 비공식 대화 채널 유지, 아랍 연맹 국가들과의 다자 외교 플랫폼 활용, UN 안보리 무대에서의 중재자 역할 모색이 있다. 우리나라는 냉전 체제를 통과한 나라로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엉킨 지역에서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역사적 자산과 명분을 갖추고 있다.

 

네 번째 승부수: 재생에너지 전환을 외교의 무기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선임 연구위원은 "중동 정세 불안정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다"라며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것은 단순한 기후 정책 발언이 아니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다는 것은 외교적 선택지를 넓힌다는 의미다. 중동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줄일수록, 한국은 중동 위기 국면에서 더욱 자유롭게 원칙에 기반한 외교적 발언을 할 수 있다.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대외협력 강화, 신에너지 기술 혁신 및 국제표준 수립, 청정에너지 투자 촉진과 개도국 지원 확대가 정책 과제로 제안된다. 이는 경제교육·정보센터 재생에너지 기술 수출국으로서 한국이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와 연결되는 청정에너지 협력 허브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외교와 경제가 동시에 승리하는 그림이다.

 

중동 지역 전문가의 고백, 그리고 간절한 바람

 

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나는 잠시 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 하늘은 오늘도 무심하게 파랗다. 하지만 저 7,000킬로미터 저편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포성이 울리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고, 석유 유조선들은 봉쇄된 해협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오랜 세월 중동을 들여다보며 내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 땅은 절대로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종교와 민족, 부족과 국경, 오일달러와 이데올로기 — 이 모든 것이 모래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그 땅을 향해 우리 대한민국이 내미는 손은 결코 이해타산만의 손이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외교에서 잃지 말아야 할 건 결국 '사람'에 대한 감각이다. 수치와 전략, 파이프라인과 천연가스 계약서 너머에, 오늘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대한민국의 외교가 그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외교일 때, 비로소 중동은 우리나라에 적이 아닌 기회의 땅으로 문을 열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가능성을 믿는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아신대학교 중동연구원 김종일 교수
작성 2026.03.17 12:43 수정 2026.03.1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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