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53문
Q. 53. Which is the third commandment? A. The second commandment is, Thou shalt not take the name of the Lord thy God in vain; for the Lord will not hold him guiltless that taketh his name in vain.
문. 제3계명은 무엇입니까? 답. 제3계명은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입니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출 20:7)

인간의 언어는 단순한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 존재의 투영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 대상의 인격과 권위, 그리고 그가 쌓아온 역사를 소환하는 행위와 같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53문이 다루는 제3계명은 바로 이 ‘언어의 거룩함’에 관한 선언이다.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는 명령에서 ‘망령되게’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라샤브(לַשָּׁוְא)’는 ‘헛되게’, ‘무가치하게’, ‘거짓되게’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하나님의 이름을 아무런 목적 없이 가볍게 내뱉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이름을 도구화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다.
이름은 대상의 본질을 담는 그릇이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이름을 가볍게 취급한다는 것은, 우리 세계 내에서 하나님이라는 존재의 비중이 그만큼 가벼워졌음을 방증한다.
현대 사회는 소셜 미디어와 짧은 텍스트의 범람 속에서 말의 무게를 잃어버렸다. 신성한 대상조차 농담의 소재나 감탄사 정도로 소비되는 언어의 인플레이션 시대에, 제3계명은 말의 무게를 회복함으로써 존재의 경외감을 되찾으라고 요청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행위는 ‘투사된 자기중심성’의 발현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나님의 뜻'이라는 이름을 빌려온다. 이는 자신의 약점이나 도덕적 결함을 신성한 권위 뒤에 숨기려는 심리적 기제다. 자신의 고집을 하나님의 계시로 포장하거나, 타인을 비난할 때 신의 이름을 빌려 저주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제3계명은 신을 인간의 의지 아래 두려는 이러한 무의식적 시도를 차단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목적을 위해 동원되는 부속품이 아니라, 그 이름 자체로 경배받아야 할 절대적 주체이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비즈니스 윤리 측면에서 ‘이름’은 곧 ‘신용(Credit)’이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그 이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에서 나오듯, 성도가 하나님의 이름을 세상에 내거는 것은 그 이름에 걸맞은 삶의 품질을 보증하겠다는 계약과 같다. 만약 그리스도인이라 자처하면서 불의를 행하고 거짓을 일삼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이름이라는 최고 가치의 브랜드에 치명적인 오염을 일으키는 행위다. 제3계명은 말로만 신을 찾는 명목상의 경건을 지적한다. 진정으로 이름을 부르는 자는 그 이름이 가진 무게만큼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세워가야 한다.
제53문은 우리에게 언어의 다이어트를 요구한다. 불필요한 맹세, 습관적인 종교적 수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을 끌어들이는 모든 가벼운 말들을 멈추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존중하는 것은 곧 하나님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의 입술이 그분의 이름을 정중하고 진실하게 담아낼 때, 비로소 우리의 언어는 세상을 치유하고 진리를 증언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은 무서운 심판의 예고이기 이전에, 당신의 이름이 훼손당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으시는 창조주의 단호한 자존심에 대한 선언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하나님의 이름을 부른다. 기도가 응답되지 않을 때 원망하며 부르고, 누군가에게 내 진실함을 증명하고 싶을 때 보증인처럼 그 이름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제3계명은 우리에게 '거룩한 침묵'의 가치를 가르친다. 그분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내 마음이 정말 그 이름의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입술에 담긴 소리보다, 그 이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속에 담긴 진심을 주목하신다.
말의 무게가 곧 그 사람의 영성의 무게다.
허동보 목사 | 수현교회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