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ㅅㅅㅎ’ 세 글자의 힘, 김지영 작가가 그려낸 감정의 언어
현대 사회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가운데 그림책 『내 마음 ㅅㅅㅎ』은 단 세 개의 자음이라는 단순한 장치를 통해 감정의 복잡성을 풀어낸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른 독자에게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아이의 하루를 따라가는 서사는 결국 독자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여정이 된다. 이 책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 지점에서 이 그림책은 단순한 아동서의 범주를 넘어선다.
『내 마음 ㅅㅅㅎ』의 가장 큰 특징은 ‘ㅅㅅㅎ’이라는 초성 구조다. 이는 특정 단어를 직접 제시하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감정을 완성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속상해’, ‘섭섭해’, ‘신선해’, ‘시시해’ 등 다양한 감정 단어가 이 구조 안에서 생성된다.
이 방식은 감정을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의 열린 구조를 만들어낸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게 된다. 이는 기존의 감정 교육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감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게’ 만든다.
특히 글자가 아이의 얼굴 위에 겹쳐지는 시각적 표현은 감정과 신체, 언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은 단순한 내부 상태가 아니라 외부로 드러나는 표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이 작품은 극도로 절제된 구성과 색채를 사용한다. 핑크와 블루 중심의 색감, 간결한 문장, 반복되는 구조는 독자에게 여백을 제공한다. 이 여백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심리학적으로 감정은 명확하게 정의되기보다 모호한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 ㅅㅅㅎ』은 이러한 감정의 불확실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이가 느끼는 ‘이상한 마음’은 특정 사건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존재하는 감정일 뿐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감정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는 감정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선이다. 감정을 설명하려는 대신, 감정과 함께 머무르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 강한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오히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어른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많은 어른들은 감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 책은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된다.
또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구조는 이 책의 중요한 가치다. 감정을 매개로 대화가 시작된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 어른은 그것을 듣는다. 이 단순한 과정이 관계를 변화시킨다.
『내 마음 ㅅㅅㅎ』은 감정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기존의 감정 교육이 감정의 종류를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 책은 감정을 생성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초성 놀이 방식은 어린이가 능동적으로 감정을 탐색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독서 경험을 넘어 놀이와 교육이 결합된 형태다. 아이는 언어를 통해 감정을 확장하고, 감정을 통해 다시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이 방식은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각자가 만들어내는 감정은 모두 다르다. 이는 감정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적 태도를 반영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까지 확장시킨다.
『내 마음 ㅅㅅㅎ』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다. 이 작품은 감정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한다. 세 개의 자음이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 무한한 감정이 펼쳐진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감정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며, 정답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이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어른의 내면으로 이어진다.
감정을 잊고 살아가는 시대에, 이 그림책은 다시 묻는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