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청장 직속 전직 보좌관, 수십억 채무 사기 후 잠적

서울 서대문구청 전직 보좌관 문아무개 씨가 주민과 구청 직원 등 수십 명에게 수십억 원대 돈을 빌린 뒤 잠적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문 씨는 구청장 직속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얻은 뒤 금전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문아무개 씨는 서대문 토박이로 2014년 서울시의원에 당선돼 4년간 활동했고, 2018년 재선에 실패한 후 이성헌 구청장 취임 시 홍보보좌관으로 임명됐다. 두 사람은 서대문 지역에서 수십 년간 교류하며 신뢰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서 문 씨가 보좌관 자리를 맡은 배경에도 이러한 오랜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A씨는 2025년 7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문 씨에게 1280만 원을 송금했다. 문 씨는 “세입자 전세보증금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돈을 빌린 뒤 초기에는 “기다려 달라, 꼭 갚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후에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다”는 등 다양한 핑계를 대며 상환을 미뤘다. 결국 2026년 2월 23일 문 씨는 구청을 그만두고 거주지를 옮기며 잠적했다.
서대문구의회 김양희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몇 달 전부터 지역에서 문 씨 관련 소문이 돌았고, 구청 감사관이 조기 개입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청장 보좌관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공개 시험을 거치지 않고 구청장이 임명하는 자리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인맥으로 임명된 만큼 독립적 검증이 부족했다”며 이번 사건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다.
피해 규모는 현재 1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3월 23일부터 피해자 조사를 시작했다. 서대문구청 측은 “사안은 수사 중이며, 피해자 보호와 추가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특정직 공무원 임용과 인맥 중심의 지역 정치 구조가 결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기 피해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