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현대 산업사회가 찬양하는 ‘속도’와 ‘효율’의 정반대 지점에서, 오직 햇살과 바람, 그리고 인고의 기다림만으로 옷감을 물들이는 이가 있다. 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한국 전통 색채의 현대적 부활을 이끄는 조봉자천연염색연구소의 조봉자 소장이 바로 그 주인공. 그녀는 염색을 “자연과 내가 나누는 대화”라고 부르며, 기다림이라는 가장 정직한 고집으로 천연염색의 정통성을 수호해왔다.
기다림과 상생, ‘시간의 예술’을 짓다
조봉자 소장의 색채 철학을 관통하는 두 키워드는 ‘기다림’과 ‘상생’이다. 그녀는 색의 시작이 곧 재료의 정직함에 있다고 믿기에 직접 재배하거나 산지에서 엄선한 최상급 천연 원료만을 고집한다. 인위적인 발색을 돕는 화학 매염제를 철저히 배제하고 전통적인 발효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섬유의 결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발효의 미학은 옷감에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색을 스며들게 하여, 입을수록 은은한 광택이 살아나고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시간의 예술’을 완성한다.
사람을 살리는 옷, 수행의 공정
조 소장이 만드는 옷은 단순히 멋을 내는 의복을 넘어 사람을 살리는 ‘약(藥)이 되는 옷’을 지향한다. 천연염료의 항균, 소취 기능을 극대화하여 아토피 환자나 민감한 노약자도 안심하고 입을 수 있게 한 것은 자연의 혜택을 인간에게 되돌려주려는 그녀의 철학이다.
특히 쪽물 하나를 얻기 위해 새벽이슬을 머금은 쪽 풀을 베어내고, 삭힌 뒤 굴 껍데기 석회와 섞어 공기를 주입하며 치대는 과정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수행과 같다. “염색은 욕심을 버리는 과정이다. 자연이 스스로 색을 내어줄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는 인내야말로 장인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라는 그녀의 말에서 진정한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교육의 장으로 확장된 장인 정신: 한국자격개발원 경북평생교육원
조봉자 소장은 한국자격개발원 경북평생교육원을 운영하며, 자신이 평생 쌓아온 귀중한 기술과 철학을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곳은 평생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며 개인과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민간자격증 발급 전문 교육기관이다. 조 소장은 상주교육청 학생문화예술체험장, 여성회관,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 문경대학교 등 지역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연간 100여 회에 걸쳐 1,000여 명의 교육생을 지도한 바 있다. 현재도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약용식물을 활용한 천연염색, 천연화장품 및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을 제공해 자연과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으며 효소와 건강의 관계 등 체험 중심의 교육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정성스럽게 지도하고 있다. 주요 교육 과정으로는 약용식물자원관리사(1·2차), 발효효소관리사, 식생활교육지도사, 허브티바리스타 등이 있다. 아울러 상주문화원에서 천연염색과 규방공예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조봉자 소장은 “이곳에서의 배움은 단지 지식의 습득만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며 건강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우리 교육생들이 체험을 통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전통의 현대화, 세계로 뻗어가는 K-Color
조 소장은 천연염색의 은은함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실루엣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접목해 원피스, 스카프 등 일상복 라인업을 확장했다. 이러한 노력은 일본 전시에서 세계 패션 관계자들의 경탄을 자아냈으며, 한국적 ‘심연의 푸른색’의 깊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가진 기술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조상들로부터 잠시 빌려온 이 소중한 자산을 다음 세대가 더 창의적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이 내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한다”
연구소와 경북평생교육원의 문턱을 낮추고 체험의 장을 넓히는 그녀의 노력은, 천연염색이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호흡하는 ‘살아있는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조봉자 소장의 손톱 끝에 밴 쪽빛 물은 그녀가 걸어온 인고의 세월이자, 우리 시대가 지켜야 할 진정한 장인 정신의 훈장이다.
조봉자천연염색연구소 ◀클릭
이 기사는 본지 공식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