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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동화 - 2편. 정말 변하고 싶니?

철학동화 - 2편. 정말 변하고 싶니?

 

 

준서는 늘 같은 말을 했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질 거야.”

 

하지만 다음 날이 오면 언제나 똑같았다.

아침마다 늦게 일어나 허둥지둥 학교에 갔고, 숙제는 마지막 날 밤이 되어서야 급히 해치웠다. 시험공부도 늘 전날이 되어서야 책을 펼쳤다.

그러고는 또 같은 말을 했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질 거야.”

 

시험 성적이 나오던 날이었다.

준서는 종이를 받아 든 순간 얼굴이 굳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점수였다. 그는 시험지를 반으로 접어 가방 깊숙이 넣었다.

 

옆에 있던 지훈이가 슬쩍 물었다.

 

“몇 점이야?”

 

준서는 대수롭지 않은 척 말했다.

 

“괜찮아.”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준서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잘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안 될까.”

 

공원 벤치에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었다.

동네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었다.

 

준서가 그냥 지나치려는데, 할머니가 먼저 불렀다.

 

“준서야. 왜 그렇게 풀이 죽었니?”

 

준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벤치 끝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가방 속에 접어 넣은 시험지 이야기와, 늘 같은 다짐을 하면서도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할머니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그 말을 들은 적이 있단다.”

 

준서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요?”

 

할머니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변하고 싶니? 라는 질문.”

 

“누가요?”

 

할머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오래전 일을 꺼내듯 조용히 말했다.

 

“나도 너만 했을 때는 늘 그랬어. 내일부터는 달라지겠다고. 그런데 그 내일이, 70년이 지나도 오지 않더라.”

 

준서는 뭔가 위로의 말을 기대했는지 잠시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위로라기보다 사실에 가까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걸 나한테 묻지는 마라. 다만 한 가지는 알지. 변하고 싶다는 말과 정말 변하고 싶다는 말은 다르단다.”

 

“어떻게 다른데요?”

 

“정말 변하고 싶다는 건, 불편한 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이거든.”

 

준서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불편한 것이 싫은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 불편함이 시작되는 첫 번째 순간이 싫었다.

 

그날 밤, 준서는 책상 앞에 앉았다.

책을 펼쳤지만 눈은 글씨를 따라가지 못했다.

 

멍하니 책장을 바라보던 준서의 머릿속에, 문득 성경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갑자기 떠올랐다.

 

오래된 연못가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서른여덟 해 동안 병을 앓고 있었다.

 

예수님이 그에게 물으셨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그런데 그 사람은 곧바로 “예”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나를 물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는 낫고 싶다는 말보다, 먼저 이유를 말했다.

 

준서는 그 장면이 예전에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낫고 싶으면 낫고 싶다고 말하면 되지, 왜 다른 말을 할까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아,  나도 저랬구나.’

 

준서는 조용히 생각했다.

 

겉으로는 “달라질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늘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귀찮아.’

 

‘불편해.’

 

‘무서워.’

 

‘못할 것 같아.’

 

예수님은 그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물으신 것이었다.

핑계를 말할 건지, 마음의 진짜 대답을 할 건지.

정말 원하느냐고.

 

다음 날 아침, 알람이 울렸다.

 

준서는 눈을 떴다.

몸은 여전히 무거웠고, 이불 속은 따뜻했다.

 

“조금만 더…”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알람을 끄려 했다.

그 순간, 한 질문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정말 변하고 싶니?’

 

준서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알람을 끄는 대신 이불을 젖히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학교에 가는 길, 지훈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야,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준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그냥.”

 

그날 저녁, 준서는 집에 오자마자 숙제를 먼저 했다.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 끝냈을 때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뿌듯했다. 그리고 조금 피곤했다.

 

변화는 한 번에 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질문이 찾아왔다.

어떤 날은 이겼고, 어떤 날은 졌다.

어떤 날은 일찍 일어났고, 어떤 날은 다시 이불 속으로 숨어 버렸다.

 

하지만 준서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변하고 싶다는 말은 쉽다.

정말 변하고 싶다는 것은, 불편함이 시작되는 바로 그 첫 번째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어느 날 밤, 준서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씩, 해볼게요.”

 

아마 그것이면 충분했다.

 

아직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아직 자주 흔들리더라도,

그 질문 앞에서 작은 대답을 시작했다는 것.

 

어쩌면 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몰랐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3.25 09:38 수정 2026.03.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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