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디시즘 철학 동화 - 6. 왜 나는 나를 작게 만들까
봄이 막 시작된 어느 날이었다.
운동장 옆 벤치에 앉아 있던 지우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며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지우의 귀에는 그 소리가 멀게만 들렸다.
조금 전 일이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문제를 하나 냈다.
민재가 손을 번쩍 들고 정답을 말했다.
아이들이 “와!” 하고 감탄했다.
선생님도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지우의 마음이 작아졌다.
‘나는 왜 저렇게 못할까.’
점심시간에는 또 다른 일이 있었다.
수아가 노래를 불렀다.
친구들이 둘러앉아 박수를 쳤다.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지우는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나는 저렇게 잘하는 것도 없는데….’
그날 따라 모든 것이 비교가 되었다.
누군가는 잘했고,
누군가는 빛났고,
그리고 자신은 점점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지우는 운동장 한쪽으로 걸어갔다.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오래된 창고 뒤였다.
그곳에는 먼지가 쌓인 작은 거울 하나가 벽에 기대어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지우는 그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고개를 숙인 아이가 있었다.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눈빛은 힘이 없었다.
지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왜 이렇게 별로일까….”
그때였다.
거울이 아주 조금, 흔들린 것 같았다.
그리고 희미하게, 빛 같은 것이 비쳤다.
지우는 눈을 비볐다.
다시 보니, 거울 속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게 뭐지?”
지우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그 순간, 어디선가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네 안에 있는 빛이야.”
지우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누구야…?”
“항상 있었지만, 네가 보지 못했던 것.”
지우는 다시 거울을 바라봤다.
작은 빛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잘하는 게 없는데.”
지우가 조용히 말했다.
“다른 애들은 다 잘하는 게 있는데, 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너는 왜 계속 옆을 보니?”
“응?”
“옆을 보면서 너를 보면, 너는 항상 작아질 수밖에 없어.”
지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빛은 비교해서 보는 것이 아니야.”
“빛은 그냥 있는 거야.”
지우의 시선이 천천히 거울 속으로 깊어졌다.
“그럼, 이건 없어지지 않는 거야?”
“없어지지 않아.”
“네가 잊을 뿐이야.”
지우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나는, 특별하지도 않은데.”
“특별하다는 건 남보다 뛰어나는 게 아니야.”
“너로 존재하는 것이 이미 특별한 거야.”
그 말은 이상하게도, 지우의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던 웃음소리가 다시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지우는 다시 거울을 봤다.
아까보다 빛이 조금 더 또렷해진 것 같았다.
아주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있었다.
지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없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아직 나를 잘 몰랐던 거구나.’
지우는 거울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운동장 쪽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잘하는 아이들은 있었고,
여전히 빛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사라지는 느낌이 아니었다.
작지만 분명한 무언가가
지우의 안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도 지우는 가끔 작아졌다.
누군가와 비교할 때면, 여전히 마음이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지우는 기억했다.
먼지가 쌓인 그 거울과,
그 안에서 보았던 작은 빛을.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나는 이미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