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디시즘 철학 동화 - 7. 왜 멀리 가야 한다고 믿을까
하린이는 늘 멀리 가고 싶었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
그 말이 입버릇처럼 따라붙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하린이는 어딘가 떠나고 싶었다.
친구들이 웃고 떠드는 순간에도
하린이의 눈은 늘 창밖을 향해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
그 너머의 도시,
그보다 더 먼 어딘가.
“저기에는 뭔가 있을 것 같아.”
하린이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느 날, 하린이는 진짜로 길을 나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냥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늘 보던 길이 아닌 골목,
처음 보는 가게들,
낯선 사람들.
“역시, 밖으로 나오길 잘했어.”
하린이는 조금 들뜬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모든 것이 비슷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골목인데, 같은 냄새가 났고
다른 사람들이지만,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다 비슷하지?”
하린이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나는, 뭘 찾고 있는 거지?”
그때였다.
길가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하린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린이가 먼저 물었다.
“여기보다 더 멀리 가면, 뭔가 달라질까요?”
노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너는 이미 가장 먼 곳까지 와 있다.”
하린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가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가장 멀리 가는 길은 발로 가는 길이 아니라 마음에서 멀어지는 길이다.”
하린이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걷지도 않고, 찾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이 흔들렸다.
멀리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이었다.
하린이는 처음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
“이건, 늘 있었던 건데.”
하린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는
계속 찾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햇빛의 따뜻함,
바람의 방향,
자신의 숨소리.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
“너는 이미 여기 있다.”
하린이는 다시 길을 돌아갔다.
멀리 가지 않았다.
아니, 더 이상 갈 필요가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이전과 다르게 보였다.
같은 길인데,
처음 보는 길 같았다.
그날 이후,
하린이는 가끔 멈춰 섰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러면 언제나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미 도착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