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의 자원 확보 경쟁, 어디로 향할까?
최근 세계적으로 '핵심 광물'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핵심 광물이란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인프라, 국방 장비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원자재로, 코발트(Cobalt), 리튬(Lithium), 니켈(Nickel),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등이 포함됩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이 광물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첨단산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게는 이 변화가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미국은 최근 '하나의 거대한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이라는 대규모 산업 정책을 도입하며 핵심 광물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산업 기금, 국방 비축 기금, 핵심 광물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핵심 광물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6년 2월까지 미국은 핵심 광물 프로젝트에 약 400억 유로를 지원했으며, 이는 EU의 지원금보다 약 8배 많은 금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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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또 다른 주요 이니셔티브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또한 관련 인프라와 기술 개발을 지원해왔지만, OBBBA는 IRA의 세액 공제 상당 부분을 축소하여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미국 내부에서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국방부(DoD)의 역할을 강화하며 공세적이고 신속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볼트(Vault)' 전략 비축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전략적으로 비축하여 공급망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국방부가 직접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서는 것은 미국이 이 문제를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전략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미국의 신속하고 공격적인 정책 실행은 EU와 대조를 이루며, 글로벌 핵심 광물 시장에서 미국의 주도권 확보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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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EU는 올해 초 '핵심 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발표하며, 특정 핵심 광물의 자급률 향상 및 단일 국가 의존도 완화를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EU는 국내 추출을 10%까지, 가공을 40%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웠으며, 2030년까지 특정 핵심 원자재의 단일 비EU 국가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줄이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EU는 또한 전략적 프로젝트 지정을 통해 허가 절차를 가속화하는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핵심 광물 프로젝트의 승인 과정을 단축하고, 민간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재정적, 법적, 행정적 병목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U의 접근 방식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중하고 규제 중심적이며, 이로 인해 실행 속도가 더딘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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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안정성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핵심 광물 시장의 파편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통해 공급망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희토류의 국내 가공을 의무화하려는 요구를 제기하고 있으며, 이는 원자재를 해외로 수출하기 전에 자국 내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자원 민족주의적 접근입니다.
중국 역시 구리 제련소의 산성 폐기물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제련소들은 생산 제한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 민족주의적 접근은 개별 국가의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의 분단을 초래하고 국가 간 경제적 긴장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글로벌 정책 변화
이에 대응해 EU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호주, 캐나다 등 전통적인 자원 강국과의 협력을 추진하며 안정성을 도모하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호주는 핵심 광물 및 희토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양자 협정을 체결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대안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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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역시 핵심 광물 조달 플랫폼을 가동하여 회원국 간 정보 공유와 공동 구매를 촉진하고, 제3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 메커니즘은 자원 민족주의에 대한 대응 전략이자,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및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이지만, 핵심 광물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브라질과 중국 같은 주요 자원 생산국의 자원 민족주의 정책은 한국의 공급망 안정성에 직접적인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EU가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국내 자원 확보와 비축을 늘리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 호주 등과의 협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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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의 IRA 및 OBBBA 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과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EU의 핵심 원자재법이 본격 시행되면, 한국 기업들은 EU 시장 진입을 위해 공급망 출처 증명과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추가적인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국가 간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예상되는 주요 문제는 기술 발전 속도와 자원 확보의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전기차 및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기술은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시장 수요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 원자재의 공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급등과 시장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리튬, 코발트, 니켈과 같은 배터리 핵심 소재의 경우, 채굴부터 가공까지 긴 리드타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자원 민족주의가 각국의 경쟁을 부추기면서 지역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과 시사점
중장기적으로는 각국이 재활용 기술 및 대체 소재 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용 후 배터리에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회수하여 재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신규 채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해법입니다.
한국 또한 배터리 재활용 기술 발전을 통해 핵심 원자재의 국외 의존도를 낮추고, 순환 경제 모델을 구축하며 기술 자립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동시에 차세대 배터리 기술, 예를 들어 나트륨 이온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 같은 대체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더불어 글로벌 협력 강화를 통한 해결 방안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예상되는 반론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오히려 새로운 협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미국, EU, 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이 개방적 협력 모델을 채택하는 경우, 한국과 같은 중견 기술 강국은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배터리 제조 기술력과 미국·호주의 원자재 공급을 결합한다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이 가능합니다.
또한 EU의 허가 절차 간소화와 전략적 프로젝트 지정 제도는 한국 기업들에게 유럽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자원 강국과의 갈등은 경제적, 정치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이러한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균형 잡힌 외교 전략과 함께, 기술 혁신을 통해 자립성과 협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은 단순히 자원 문제에 그치지 않고,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질서를 재편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미국의 공세적이고 신속한 정책 실행, EU의 신중하지만 체계적인 접근, 그리고 브라질과 중국 등 자원 보유국의 민족주의적 정책은 모두 글로벌 공급망 파편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안정적 자원 공급망 구축과 동시에, 재활용 기술 개발, 대체 소재 연구, 국제 협력 강화 등 장기적인 기술 및 정책 비전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경쟁을 단순히 어려움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핵심 광물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승자는 기술력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두 확보한 국가가 될 것입니다.
최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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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