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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역사] 131. “왜 서민 음식은 더 짰을까… 류큐 식문화에 숨은 계급의 진실”

책봉사(冊封使)를 위한 49첩 연회, 궁정 요리의 철학 ‘아화이(淡い)’

수탈과 빈곤이 만든 진한 맛, 서민 식문화의 본질 ‘아지쿠타(味くーたー)’

돼지고기와 다시마(昆布, 곤부), 두 계급의 식탁을 이어준 결정적 재료

류큐(琉球) 왕국의 식문화는 하나의 공통된 전통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철저한 신분제 사회 속에서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던 두 개의 세계가 만들어낸 대비의 문화였다. 

 

한쪽에는 슈리(首里) 왕부와 상급 사족(士族)이 누리던 세련된 궁정 요리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무거운 세금과 빈곤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던 평민들의 서민 요리가 있었다. 

 

이 두 식문화는 맛의 철학부터 식재료를 다루는 태도까지 전혀 달랐지만, 역설적으로 돼지고기와 다시마(昆布, 곤부)라는 재료를 통해 하나의 오키나와적 음식 세계로 이어지게 되었다.

 

궁정의 담백함 vs 백성의 진한 간… 오키나와 맛의 뿌리 [이미지=AI 생성]

 

먼저 왕부 중심의 궁정 요리는 외교와 직결된 문화였다. 류큐 왕국은 중국과 일본의 외교 사절을 접대해야 했고, 특히 중국 황제가 보낸 책봉사(冊封使)를 대접하는 일은 왕국의 위신과 생존이 걸린 중대한 과제였다. 그만큼 궁정 연회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국가의 품격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1866년 쇼타이(尚泰) 왕의 책봉 당시 열린 연회에서는 제1상부터 제5상까지 무려 49가지 요리가 제공되었다고 한다. 제비집 수프, 자라 찜, 샥스핀, 전복, 해삼, 대형 대합, 사슴 힘줄 같은 최고급 재료가 동원된 이 식탁은 왕부 식문화가 얼마나 정교하고 호화로웠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궁정 요리의 핵심은 단순한 화려함에 있지 않았다. 그 미각의 중심에 놓인 개념이 바로 ‘아화이(あふぁい, 淡い)’였다. 오늘날의 감각으로 보면 ‘담백한 맛’이나 ‘싱거운 맛’처럼 오해되기 쉽지만, 여기서 말하는 아화이는 그런 단순한 저염(低鹽)의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은혜에 대한 감사에서 출발해, 재료 본연의 풍미를 가장 순수한 상태로 음미하기 위해 불필요한 양념을 덧붙이지 않는 태도를 뜻한다. 다시 말해, 최고의 재료를 앞에 두고 인간이 인위적 기교를 덧씌우지 않는 절제가 곧 가장 높은 수준의 미식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아화이는 단순한 맛의 취향이 아니라 왕부 지배층이 추구한 교양과 미학의 집약이었다.

 

반면 궁정 밖 평민들의 식탁은 전혀 다른 현실 위에 놓여 있었다. 일반 백성과 무록(無祿)의 하급 사족은 왕부와 사쓰마(薩摩) 번의 이중 수탈, 그리고 무거운 세금에 시달리며 극도로 궁핍한 삶을 살아야 했다. 서민들에게 돼지는 가장 귀중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각 가정에서 푸루(フール) 같은 공간을 통해 사육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식탁에 오르는 때는 오봉이나 정월 같은 특별한 절기나 의례에 한정되었다. 정월 음식에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고, 섣달그믐날 소키 국을 먹는 풍습이 생긴 것도 결국 이 귀한 재료를 특별한 날에야 겨우 맛볼 수 있었던 기억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처럼 궁핍한 현실 속에서 서민들이 만들어낸 음식의 원칙은 분명했다. 귀한 식재료를 절대 낭비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적은 반찬으로도 많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류큐 서민 사회에는 “돼지는 발굽과 울음소리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생겨났다. 이 속담은 과장이 아니라 생존의 윤리였다. 

 

살코기만 먹는 것은 사치였고, 내장으로 만든 나카미지루(中味汁), 족발을 오래 삶아낸 테비치(テビチ), 갈비를 우려낸 소키 국물 등은 모두 버릴 것 없는 활용의 산물이었다. 한 마리의 돼지를 끝까지 사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현실이 그대로 음식으로 굳어졌던 것이다.

 

이와 함께 서민 식문화의 또 하나의 핵심이 바로 ‘아지쿠타(味くーたー)’였다. 아지쿠타는 소금 간이나 양념을 세게 하여 짭짤하고 묵직한 맛을 내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단지 자극적인 맛을 좋아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반찬이 적더라도 밥을 더 많이 먹어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맛이 분명하고 진해야 했다. 

 

즉, 아지쿠타는 미식적 선택이 아니라 배고픔을 견디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었다. 아화이가 재료의 순수성을 존중하는 지배층의 절제된 미학이라면, 아지쿠타는 부족한 식재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한 평민의 생존 전략이었다. 이 두 개념은 류큐 사회의 양극화를 혀끝에서 증명해 주는 미각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식문화가 영원히 분리된 채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궁정과 서민의 식탁을 함께 풍성하게 만든 결정적 재료가 있었다. 바로 다시마였다. 

 

다시마는 류큐 자체의 산물이 아니라, 북쪽 홋카이도(에조치)에서 들어와 기타마에부네(北前船)를 통해 오사카를 거쳐 사쓰마로 이동하고, 다시 류큐의 진공 무역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가던 교역품이었다. 이 무역의 흐름 속에서 류큐에 대량으로 유입된 다시마는, 단순한 중계 품목을 넘어 류큐 식탁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았다.

 

다시마의 진짜 힘은 돼지고기와의 결합에서 드러났다. 궁정의 아화이 요리에서는 다시마가 맑고 깊은 감칠맛을 더하는 육수의 재료로 기능했고, 서민의 아지쿠타 요리에서는 볶음이나 조림에 넉넉히 들어가 양을 늘리고 영양을 보충하는 식재료로 쓰였다. 

 

다시마는 귀족과 평민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계층 모두의 식문화 안에 깊이 스며들었다. 이 점에서 돼지고기와 다시마의 조합은 단순한 요리 기술이 아니라, 계급적으로 갈라져 있던 류큐의 두 식문화를 보이지 않게 이어준 연결선이었다.

 

결국 류큐의 식문화는 부유한 지배층의 세련된 미학과 가난한 평민들의 처절한 생존술이 병존하며 발전한 이중 구조였다. 왕부의 궁정 요리는 절제와 감사,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아화이의 철학 위에 세워졌고, 서민의 식탁은 버리는 것 없이 진한 간으로 배를 채워야 했던 아지쿠타의 현실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이 둘은 돼지고기와 다시마를 매개로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식문화의 뿌리를 형성했고, 그것이 오늘날 오키나와 음식이 지닌 독특한 생명력과 깊은 맛의 배경이 되었다.


 

류큐(琉球)의 전통 식문화는 단일한 맛의 체계가 아니라, 철저한 신분제 사회가 만들어낸 두 개의 상반된 미각 철학 위에 성립한 구조였다. 슈리(首里) 왕부의 궁정 요리는 ‘아화이(あふぁい)’라는 절제와 감사의 미학으로 귀한 재료의 본래 맛을 살렸고, 평민의 서민 요리는 ‘아지쿠타(味くーたー)’라는 진하고 짭짤한 맛으로 배고픔을 견디는 생존의 지혜를 구현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세계는 돼지고기와 다시마(昆布, 곤부)라는 교역의 산물을 통해 결국 하나의 오키나와적 음식 문화로 연결되었다. 류큐의 식탁은 곧 계급의 차이를 드러내는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생존과 교류가 만나 새로운 맛을 빚어낸 역사적 현장이었다.

작성 2026.04.23 07:36 수정 2026.04.2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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