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리즘의 탄생: 양자 컴퓨팅의 미래
알토 대학교(Aalto University) 응용 물리학과 연구팀이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처리조차 불가능했던 준결정(quasicrystals) 재료 분석 문제를 텐서 네트워크 기반 양자 영감 알고리즘으로 풀어냈다. 준결정 하나를 모델링하는 데만 1경(10의 15승) 개 이상의 수치 데이터가 필요했던 난제를, 이 알고리즘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고속으로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알고리즘이 실험적 검증 단계에 진입하기 이전 시뮬레이션으로 검증된 결과이며, 향후 실험 연구가 뒤따를 예정이다.
양자 기술, 특히 양자 컴퓨터는 특정 조건에서 독특한 양자 효과를 발현하는 재료에 의존한다. 연구팀은 재료의 구조를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이러한 특성을 공학적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래핀 층을 쌓고 미세하게 비틀면 모아레(moiré) 패턴이 형성되어 재료를 초전도체로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점점 더 복잡한 다층 시스템을 설계함에 따라, 이를 모델링하고 유용한 설계를 예측하는 작업은 방대한 데이터양 탓에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알토 대학교 조교수 호세 라도(Jose Lado)는 이번 알고리즘이 양자 재료와 양자 컴퓨터 사이의 생산적 양방향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알고리즘은 새로운 양자 재료의 개발을 용이하게 하여, 양자 컴퓨터와의 피드백 루프를 형성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더 뛰어난 양자 재료가 더 강력한 양자 컴퓨터를 만들고, 그 컴퓨터가 다시 더 정교한 재료 설계를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텐서 네트워크는 이 알고리즘의 핵심 도구다. 기존 방법으로는 준결정이나 초모아레(super-moiré) 재료처럼 비주기적 구조를 가진 시스템을 분석할 때 1경 개가 넘는 데이터를 한꺼번에 다뤄야 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로도 처리하기 어려운 규모다.
텐서 네트워크는 이 거대한 데이터 구조를 효율적으로 압축·분해하여 계산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라도 교수는 "텐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데이터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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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복잡한 다층 시스템을 모델링하는 새로운 경로를 확보하게 되었다. 다만 이번 연구 성과에는 중요한 전제가 따른다. 알고리즘은 현재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효성이 확인된 단계이며, 실제 재료와 실험 환경에서의 검증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향후 실험적 검증을 통해 알고리즘의 실용성과 범용성을 추가로 입증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장벽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은 연구의 한계로 인식해야 한다.
양자 컴퓨팅 기술의 발전에는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수반된다. 알고리즘 하나의 개발이 곧바로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재료 설계부터 제조, 시스템 통합에 이르는 긴 개발 주기를 거쳐야 한다.
이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과 국제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기술이 실용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은 이 분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과제다.
한국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 및 기대
한국에서도 양자 컴퓨팅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산업계로서는, 양자 영감 알고리즘처럼 재료 설계와 시뮬레이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반도체·소재·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R&D) 속도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 기술이 국내 산업에 직접 적용되기까지는 실험적 검증과 상용화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단기적 효과보다는 중장기 기반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양자 영감 알고리즘의 파급 효과는 재료 과학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 서비스 분야의 최적화 문제, 생명과학 분야의 단백질 구조 분석, 에너지 분야의 배터리 소재 설계 등 데이터 규모가 방대한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산업에서 유사한 접근법이 적용될 수 있다. 핵심은 텐서 네트워크처럼 양자 컴퓨팅의 원리를 고전적 하드웨어에서 구현하는 '양자 영감' 방법론이 기존 계산의 한계를 넓혀준다는 점이다.
이번 알토 대학교 연구는 그 가능성의 한 단면을 시뮬레이션 수준에서 실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실험적 검증이 완료될 경우 재료 과학과 양자 컴퓨팅 모두에 구체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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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
양자 영감 알고리즘은 양자 컴퓨터와 어떻게 다른가? A. 양자 영감 알고리즘은 양자역학의 수학적 원리(텐서 네트워크 등)를 활용하지만, 실제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 없이 기존 컴퓨터에서 실행된다.
양자 컴퓨터가 큐비트(qubit)를 물리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것과 달리, 양자 영감 알고리즘은 고전 컴퓨터에서 양자 계산의 효율적 구조를 모방한다. 알토 대학교 연구팀의 알고리즘은 이 방식으로 준결정처럼 1경 개 이상의 데이터를 요구하는 비주기적 재료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시뮬레이션 검증 단계이며, 실험적 검증이 완료되면 실용적 적용 가능성이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논의의 미래, 도전과 기회
Q. 준결정(quasicrystal)이란 무엇이고, 왜 분석이 어려웠나?
A. 준결정은 일반 결정처럼 주기적 구조를 갖지 않으면서도 장거리 질서를 유지하는 특수한 재료다. 규칙적 반복 패턴이 없어 재료 전체를 정확히 모델링하려면 1경(10의 15승) 개 이상의 수치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로도 처리하기 어려운 규모였다.
텐서 네트워크 기반 알고리즘은 이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압축·분해해 계산 가능한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분석 장벽을 낮춘다. 준결정을 포함한 비주기적 재료는 양자 컴퓨터용 소재 후보군으로 연구되고 있어, 이번 알고리즘의 의미가 더욱 크다. Q.
이 연구가 실제 산업에 적용되려면 얼마나 걸리나? A.
현재 알고리즘은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유효성이 확인된 상태이며, 실험적 검증이 다음 과제로 남아 있다. 재료 과학 분야에서 시뮬레이션 성과가 실험실 검증을 거쳐 실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통상 수년에서 십수 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텐서 네트워크 방법론 자체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어, 알고리즘의 핵심 원리가 검증될 경우 반도체·소재·에너지 연구 등에의 응용 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를 수 있다.
단기 상용화보다는 중장기 기반 기술로서의 잠재력을 우선 평가해야 한다.


















